시작 전부터 말이 많았던 파리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금메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초반이지만 이미 4개의 금메달을 따며, 애초 예상했던 다섯 개를 훌쩍 넘는 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펜싱을 시작으로 사격과 양궁으로 이어진 금메달 행진은 놀라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위대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물론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응원도 당연합니다.
올림픽 10연패를 한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도 극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상대는 영원한 2인자인 중국이었다는 점에서 슛오프로 금메달을 땄던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에 이어 사격 여자 10m 공기 소총 결승도 반효진과 중국의 황위팅과 대결도 같았습니다.
16살과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라이벌 구도가 구축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중국 황위팅이 우승 가능성이 높았던 것과 달리, 16살 반효진은 주목받지 않은 선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승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초반 황위팅이 1위로 앞서나가고, 반효진이 뒤를 쫓는 형국이었습니다. 0.1점 차이로 승부가 결정나는 세밀한 경기라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습니다. 초반 일정량을 사격한 후부터는 점수가 낮은 선수들이 탈락하며 우승권을 좁히는 방식은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스위스의 고그니아트가 3위가 확정되며, 반효진과 황위팅만 남는 상황은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결승전을 앞둔 상황에서 고그니아트 선수가 동메달이 확정된 사격에서 황위팅이 9점대를 쏘고, 반효진이 10점 중반을 쏘며 점수차를 1.3점까지 앞서 나갔습니다.
두 발을 남긴 상황에서 이 정도 점수차라면 금메달이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사격의 경우 0.1점 차이로도 순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이 남은 상황에서 이제 16살인 반효진도 흔들렸습니다.
너무 점수차가 크다보니 금메달이 코앞에 왔다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마지막 두 발에 혼신을 다한 황위팅과 달리, 반효진은 두 발 연속으로 9점대를 쏘며 동점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1.3점 차이가 단 두 발로 점수가 동점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양궁에 이어 사격에서도 한국과 중국이 결승에서 만났고, 다시 슛오프를 하게 된 상황은 묘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단 한발로 금메달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 황위팅은 다시 10.3점을 쏘며 우위를 점했습니다. 세발 연속 10점대를 쏘며 안정적인 경기를 이끈 상황에서 연이어 9점대를 쏜 반효진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반효진은 10.4점을 쏘며 단 0.1점 차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반효진은 빛났습니다. 앞서 높은 점수를 쏜 상황에서 위축되거나 흔들릴 수도 있었음에도 반효진은 완벽한 슛으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만 16세 소녀의 금메달로 대한민국은 100번째 금메달을 따게 되었습니다. 만점인 10.9를 쏘며 예선과 결선에서 모두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반효진은 사격 입문 3년 만에 쾌거를 기록했습니다.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 선수도 입문 3년 만에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보면 확실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반효진은 지난달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이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기는 했지만, 올림픽에서 우승권에 들 것이라는 예측은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큰 대회에서 굴곡 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이죠.
세계랭킹 16위의 반효진보다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중국의 황위팅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서구에서 만든 사격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세 개의 메달을 땄습니다. 갑작스럽게 효자 종목이 된 사격에서 16살 반효진의 반란은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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