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는 강력한 팀입니다. 스페인 리그를 양분하던 바르셀로나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자본으로 새로운 갈락티코를 구축한 레알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름값만큼 강력한 느낌이 초반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비니시우스와 음바페, 호드리구로 이어지는 쓰리톱은 우주방위군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양 윙어들은 빠르고 강합니다. 여기에 최전방에 음바페가 나서며 레알은 절대무적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바로 밑에는 벨링엄이 있습니다. 미드필더에는 세계적 선수들이 즐비합니다. 선수로서는 황혼기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여전한 클래스를 보이는 모드리치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우승을 이끌었던 발베르데의 능력은 탁월합니다.
추아메니, 카마빙가, 디아스, 세바요스 등이 주전으로 뛰기 어려운 것이 바로 레알이라는 사실만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비라인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뤼디거와 밀리탕만으로도 충분해 보일 정도로 단단합니다.
오늘 경기에서 벨링엄은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발바닥 근육 부상으로 인해 한 달 정도 출전이 불가한 상황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튀르키에 신성 귈러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워낙 어린 나이에 레알로 들어가 제대로 경기를 뛰기 어려웠던 귈러를 임대 이적을 하려는 팀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귈러가 왜 그 어린 나이에 레알의 선택을 받았는지 오늘 경기에서 잘 보여줬습니다. 빠르고 기술도 좋은데 강력한 슈팅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귈러는 레알만 아니라면 꾸준하게 선발로 나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를 가진 레알 바야돌리드의 구단주는 브라질 축구의 전설인 호나우두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었던 호나우두가 은퇴 후 경영자로서 입지를 넓히는 와중에 바야돌리드를 인수해 회장으로 있습니다. 그런 호나우두가 레알 마드리드 홈경기에 직접 찾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여러 이슈들이 가득한 이 경기는 전반에는 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음바페가 소위 말하는 치달은 여전히 압도적임을 전반 여러번 보여주기는 했습니다. 워낙 빠르다 보니 바야돌리드 수비수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결정력이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치고 달린다고 해도 골로 이어지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음바페의 드리블은 좋지만 좀처럼 골대로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은 답답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리그 첫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도 음바페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중하위팀은 마요르카와 경기에서 호드리구의 골로 패배는 면했지만,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원정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홈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만큼 레알 팬들은 음바페가 골을 넣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만원 홈 관중들 앞에서 음바페는 그저 치고 달리는 모습만 보여주고 끝났습니다. 그나마 후반전 보다 레알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골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50분 레알은 첫 골을 넣었습니다.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발베르데가 낮고 강하게 차 넣으며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발베르데의 슛은 강력하면서도 정교했습니다. 알고도 막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는 점에서 레알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후 레알의 압박은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골이 나오지는 못했습니다.
결정력 부족에 바야돌리드의 수비 압박도 강해서 좀처럼 추가골이 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추가골은 귈러 대신 투입된 디아즈가 88분 추가골을 넣으며 승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만약 디아즈의 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레알은 자칫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교체 선수로 겨우 체면치레를 하게 된 레알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음바페와 86분에 교체되어 들어온 18살 신예 엔드릭이었습니다. 엔드릭은 96분 디아즈의 패스를 받아 완벽한 슛으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 나온 골들이 다들 멋지기는 했지만, 엔드릭의 골은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같은 브라질 대선배이자 전설인 호나우드 앞에서 자신의 데뷔 경기에서 골을 만들어낸 18살 신성은 포효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바로 이 골이었습니다. 그것도 음바페와 교체되어 골을 넣었다는 것은 많은 상징성을 보여줬습니다.
음바페는 현재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입니다.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인 음바페의 레알행은 무게 중심을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한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한 레알 공격진에 음바페까지 더해지면 이는 압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음바페가 그토록 원했던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한 후 골이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첫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홈경기에서도 강력한 모습도 골도 보여주지 못한 음바페를 팬들은 벌써부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팬들은 아자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최고의 존재감을 보인 후 레알로 이적했던 에당 아자르는 하지만 무기력하게 무너졌습니다. 잦은 부상도 문제였지만, 체중 조절을 하지 못해 돼지처럼 변한 아자르에 팬들은 분노했습니다.
음바페가 두 경기만에 새로운 아자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최악입니다. 실제 두 경기에서 음바페는 자신의 이름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치고 달리는 것은 잘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그 이상 상대를 압도하거나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음바페가 침묵한다면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음바페를 위해 열심히 패스를 하고 몰아주기를 하는 상황에서 세 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친다면 이런 몰입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 워낙 막강한 라인업으로 인해 임대를 갈 처지에 놓인 엔드릭이 후반 막판 음바페와 교체되어 들어와 단숨에 데뷔골을 넣은 것은 흥미롭습니다. 엔드릭은 몸도 가벼웠고 기술도 뛰어나 보였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평가는 한계가 있지만, 골을 넣는 과정에서 보여준 엔드릭의 모습은 압도적이었습니다.
디아스의 패스를 받고 가볍게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오른발 슛으로 골을 넣는 과정은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진가를 증명한 후 포효하는 엔드릭은 강렬했습니다. 엔드릭은 만 18세 35일의 나이로 골 맛을 보면서 레알 마드리드 소속 외국인 선수의 프리메라리가 최연소 득점 기록(종전 라파엘 바란 만 18세 152일)을 13년 만에 갈아치웠습니다.
지난해 11월 2026 북중미 월드컵 남미예선에 엔드릭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1993년 호나우두 이후 브라질 축구대표팀에 선발된 최연소 선수였습니다. 이후 A매치에서도 기회를 얻어 10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이미 인정받은 실력이었습니다.
16살 나이에 브라질 1부에 데뷔해 7경기 3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엔드릭을 보고 레알은 곧바로 7200만 유로(한화 약 1066억 원)로 영입했습니다. 18세 미만은 이적할 수 없어 브라질 리그에서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했습니다.
엔드릭의 데뷔골로 인해 그가 임대를 가지 않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음바페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데뷔골을 넣느냐가 중요하지만, 이 정도 능력을 보여주는 엔드릭을 임대 보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상대 수비를 가볍게 벗겨내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를 내보내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니 말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엔드릭이 현재를 위해 영입한 음바페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여전히 음바페는 강력한 존재이고 언젠가 그 능력치가 드러날 겁니다. 더욱 스페인리그가 몇몇 팀을 제외하고는 실력차가 크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엔드릭의 활약은 레알 마드리드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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