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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일본리그

박찬호 시즌 첫 승 이끈 결정적 세 가지 승리요인

by 스포토리 201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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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일본으로 건너가 드디어 첫 승을 올렸습니다. 철저하게 상대를 분석하는 일본 야구의 특성상 적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쉽게 첫 승을 올리며 일본리그에서 순항할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이런 박찬호의 첫 승을 이끈 세 가지 요인은 이후에도 찬호의 승리해법이 될 듯합니다. 

박찬호 일본시즌 첫 승 이끈 세 가지



세이부 라이온즈를 맞아 박찬호는 7이닝을 던지며 108개의 투구를 통해 안타 3, 사사구 4, 삼진 6에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첫 승을 올렸습니다. 일본 시즌 첫 경기에 나서 팀이 득점을 올린 이후 곧바로 역전을 당한 것과는 달리, 오늘 경기는 초반 흔들림이 좀 있기는 했지만 이내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메이저리거다운 경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끈 요인들은 많겠지만 세 가지 정도가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01. 노련한 경기운영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메이저리거 출신 박찬호의 노련한 경기운영이었습니다. 초반 생각처럼 공이 제구가 되지 않아 볼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루상에 주자가 많이 나가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유인구는 턱없이 빠지며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투구 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1회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2, 3번 타자를 연속 포볼로 내주며 스스로 위기를 만들었습니다. 4번 타자를 몸쪽 빠른 공으로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1회에만 23개의 볼을 던지며 벤치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불안은 2회 초 선두 타자였던 브라운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2, 3루의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포수의 멋진 포구와 멋진 삼진으로 스스로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노련함을 보여주었습니다. 4회 다시 1사후 2루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삼진과 땅볼로 잡아낸 이후부터는 타자들을 맞춰 잡으며 힘들이지 않는 가벼운 투구로 경기 자체를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었습니다.

박찬호의 마지막 이닝이었던 7회에도 선두타자를 포볼로 내보냈지만 후속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며 메이저리거다운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으로 일본 진출 두 게임 만에 첫 승을 올렸습니다. 4점대 방어율은 무실점으로 1.98까지 낮추며 본격적인 일본 정복에 들어섰습니다.

02. 효과적인 유인구 혹은 결정구

박찬호는 오늘 가장 빠른 구속이 3회 페르난데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나왔던 146km가 최고였습니다. 메이저 진출하며 보여주었던 158km의 광속구는 사라졌지만 그에게는 노련한 경기 운영능력과 완벽한 변화구가 있었습니다.

평균 130km대의 직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던지며 세이브 타자들을 농락했습니다. 낮은 구속에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명품 슬라이더의 위력 때문이었습니다.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흔들리는 박찬호의 슬라이더는 조금만 밋밋하면 홈런으로 연결될 수밖에는 없었지만 예리한 그의 공은 세이브 타자들에게는 저주와도 같았습니다.

왼손 타자들에게 던진 체인지업은 홈 플레이트에서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며 절대 공략 불가 공이 되어버렸습니다.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하는 공은 좀처럼 쉽게 상대 타자들이 공격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시즌 초반 상대 타자들이 박찬호를 철저하게 분석했다고는 하지만 눈에 익기 시작하면 그의 슬라이더나 체인지업도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은 올 겁니다.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아직 130km대에 머물고 있는 직구 구속을 140km 중반까지는 끌어올려야만 합니다. 욱박지르는 듯한 강속구와 함께 각이 예리한 슬라이더가 함께 한다면 정교하다는 일본 타자들도 쉽게 박찬호를 공략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양키스 리베라에게 배운 컷 패스트볼이 실전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한다면 박찬호의 성공시대는 의외로 화려할 수 있을 듯합니다. 140km 중반의 직구와 각이 큰 슬라이더, 120km 정도의 체인지업에 컷 패스트볼까지 장착된 박찬호라면 무적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말입니다.

03. 포수의 투혼과 한인의 날

오늘 박찬호에게 투혼을 불어넣은 존재는 바로 박찬호 전담 포수 역할을 하는 스즈키의 활약 덕분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볼넷이 많아지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그는 2회까지 자신의 분위기로 경기를 이끌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2회 1사 2, 3루의 위기 상황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거구 브라운에 맞서 블로킹을 한 스즈키의 투혼은 흔들릴 수도 있었던 박찬호를 깨웠습니다. 

접전 상황이 아닌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100kg이 넘는 거구의 브라운이 전력질주를 해 포수에 달려드는 상황에서 피하며 실점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몸으로 막아내는 상황은 의외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테그 후 정신을 차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볼을 놓치지 않은 스즈키의 투혼은 오늘 경기를 무실점으로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부상이 워낙 커서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 정도로 힘겨운 상황에서도 이닝을 마무리하고 교체된 스즈키의 모습은 오릭스 선수들에게 승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후속 타자 안타에 홈까지 과감하게 파고들어 첫 득점을 올린 이승엽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아직 완벽한 이승엽의 모습은 아니지만 선배의 등판에 맞춰 몸을 사리지 않는 멋진 모습은 박찬호에게도 즐거움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2009년 5월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친정팀인 LA 다저스를 맞아 선발승을 올린 지 무려 709일 만에 올린 선발승이기에 박찬호나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는 오늘 경기가 무척이나 뜻 깊었을 듯합니다. 더욱 소속팀인 오릭스가 3연패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연패를 끊은 것도 박찬호에게는 의미 있게 다가왔을 듯하네요.

'한국인의 날'을 맞이해 구장을 찾아준 많은 교민들의 응원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박찬호의 소감은 좋은 리드로 자신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두 명의 포수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직접 구장에 나와 자신을 응원해준 부인과 아이들로 인해 더욱 즐거웠다는 박찬호에게는 오늘은 무척이나 의미 있고 행복한 날로 기억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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