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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2011 플레이오프 4차전]이대호의 홈런 잠자는 거인을 깨웠다

by 스포토리 201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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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드디어 터졌습니다. 놓쳐서는 안 되는 경기에서 마침내 이대호가 홈런을 터트리며 플레이오프는 마지막 5차전까지 경기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느긋하게 지친 승자를 맞이하게 되어 기쁘고 팬들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승부를 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대호의 홈런은 삼성도 두렵게 한다




SK로서는 5차전까지 경기를 이어갔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잠자던 거인을 깨웠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이대호를 철저하게 막아내며 승부를 유리하게 가져갔던 SK로서는 4차전에서 마무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열흘을 쉬었던 롯데가 경기를 하면서 점점 경기 감각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윤희상과 부첵이 맞붙은 선발 대결은 의외로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두 투수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베스트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준PO에서도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았던 윤희상은 오늘 경기에서도 초반 롯데 타선을 압도해 나갔습니다.

윤희상의 결정구인 포크볼이 날카롭게 타자들의 몸 쪽으로 파고들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1차전 후반 등판해 역전 홈런을 맞았던 부첵은 절치부심이라도 한 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정규 시즌을 얼마 안 남기고 아예 오더에서 빠져 있던 만큼 충분히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볼 스피드나 제구력 등 모든 부분이 안정적이었지만 4회 최정에게 볼넷을 내주자마자 롯데 벤치는 부첵을 내리고 1차전 선발이었던 장원준을 마운드에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롯데가 이 경기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투수 로테이션은 멋지게 맞아 떨어지며 위기의 롯데를 구해냈습니다.

롯데는 3회 2사 후 9번 문규현이 오늘 경기 첫 안타를 치고 김주찬의 안타, 손아섭이 볼넷을 얻어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전준우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점수를 얻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2사 만루라고는 해도 한 점 이라도 뽑았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롯데가 3회 아쉬웠다면 SK는 4회 공격이 아쉬웠습니다. 선발 투수인 부첵까지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며 1사 1루 찬스에서 4번 타자 박정권이 2루 땅볼로 병살 처리되는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2루 땅볼을 친 박정권의 타격도 아쉬웠지만 주루 플레이를 하며 병살을 피해가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최정의 주루는 아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타구를 보고 플레이를 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조성환의 병살 플레이를 막으며, 기회를 이어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자연 태그를 통해 쉽게 병살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최정의 플레이는 아쉽기만 합니다. 좀 더 팀을 위한 플레이를 했다면 SK로서는 4차전에서 경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하던 양 팀은 5회 첫 득점이 나오며 경기는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5회 시작과 함께 조성환이 기습 번트를 대며 호투하던 윤희상을 흔들었던 것은 주효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습번트에 당황해 송구 실책까지 한 윤희상은 문규현의 희생 번트에 이어 김주찬에게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졌는데요. 안타를 친 김주찬은 빠른 발을 이용해 2루까지 내달렸고 3루에 안착한 조성환은, 공이 2루로 송구되는 것을 보고 홈으로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홈 백업을 들어와 있던 윤희상에게 잡히며 득점 기회를 놓치는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정상호 포수가 홈을 버리고 나와 있는 상황에서 득점 가능하다는 판단이 조성환을 홈까지 달리게 만들었지만 팀플레이에 능한 SK에게는 무모한 선택이었습니다.   

롯데가 3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아쉬운 기회를 놓치는 듯 했지만 손아섭이 적시타를 치며 첫 득점에 성공하며 롯데는 5차전을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오프 들어 빈타에 허덕이며 결정적인 병살들까지 만들며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던 손아섭은 초구부터 급하게 공격하던 모습을 버리고 최대한 공을 많이 보는 방법으로 2타수 1안타, 1타점, 2볼넷을 얻어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1-0으로 쫓기는 상황에서 SK는 5회 말 공격에서 2사 후 김강민이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동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3타수 3삼진을 당한 안치용과 3타수 무안타 2삼진을 당한 최동수의 무기력한 연속 삼진은 SK에게 암울함을 선사했습니다.

5회 점수를 뽑은 롯데는 6회 선두 타자로 나선 이대호가 바뀐 투수 이영욱을 상대로 큼지막한 홈런을 날리며 오늘 경기에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강력한 파워를 가진 이대호를 상대로 밋밋한 공을 던진 이영욱은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결코 내줘서는 안 되는 추가점을 내준 SK로서는 선수들이 무척이나 급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롯데 마무리 김사율이 올라 온 9회 2사 후 박재상이 2루타를 치고 최정이 볼넷을 얻으며 마지막 역전 기회를 잡았습니다. 가을 야구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SK 4번 타자 박정권과 롯데 마무리 김사율의 승부는 오늘 경기의 백미였지요.

박정권이 끝내고 홈런을 치거나, 김사율이 4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에 처한 롯데를 구하느냐를 결정하는 경기에서 승자는 롯데였습니다. 2 스트라이크 2 볼 상황에서 박정권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포효하던 김사율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투타가 완벽하게 자신의 몫을 다해준 롯데는 가벼운 마음으로 홈에서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SK로서는 절대적으로 앞선 상황, 홈구장에서 한국 시리즈 진출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지만 4시즌 연속 한국 시리즈에 올라선 팀답지 않게 긴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SK의 패인은 1번 타자 정근우가 오늘도 4타수 무안타에 머물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잘 맞은 타구들이 공교롭게도 롯데 3루수 황재균의 호수비에 막히며 물러나야 했던 정근우는 이후 타격감마저 떨어지며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재균이 비록 타선에서 빈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환상적인 수비로 SK를 완벽하게 틀어막음으로서 롯데가 마지막 경기까지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입니다. 만약 황재균의 호수비가 연이어 나오지 않았자면 롯데로서는 상당한 상처를 받으며 탈락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환상적인 3루 수비는 극찬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빠른 투수 교체를 감행하며 승부수를 던졌고 그 승부수가 멋지게 들어맞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용병술을 보여주었습니다. 부첵의 공이 조금이 높아지자 미련 없이 장원준으로 교체하며 SK 공격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모습은 오늘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선택이었기에 양감독의 선택은 칭찬받을 수밖에는 없겠지요.

오늘 경기에서 롯데가 가장 즐거워했던 대목은 아마도 6회 터진 이대호의 홈런이었을 듯합니다. 팀의 핵심 선수임에도 1할 대의 빈타에 허덕이던 그가 시원한 타격으로 홈런을 뽑아냈다는 것은 플레이오프 5차전만은 아닙니다. 삼성과의 한국 시리즈(올라간다면) 승부에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홈런이었습니다.

장원준의 호투와 함께 이대호의 쐐기포가 함께 했던 롯데의 대 반격은 승리로 귀결되었고, 토요일 사직 구장에서 플레이오프 마지막 승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송승준과 김광현이 선발로 나올 것이 확실한 마지막 경기는 모든 인력들을 총동원하는 경기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호는 홈런으로 타격감을 조율하기 시작했지만 SK 중심 타선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5차전 승부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발 대결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피칭을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김광현과 달리, 2차전에서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었던 송승준의 선발 대결 역시 롯데가 앞서고 있다는 점이 SK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듯합니다. 과연 사직에서 열리는 마지막 5차전에서 누가 마지막으로 웃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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