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MVP 수상은 거래가 아니다
너무나 손쉽게 SK를 꺾고 한국 시리즈까지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을 보낸 팀입니다. 시즌 전 4강도 힘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은 후반기 들어서자마자 1위에 올라서더니 한 번도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손쉽게 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런 삼성의 성공에는 투타를 책임진 에이스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시즌 MVP 후보에 나란히 오른 오승환과 최형우의 활약은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던 그들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삼성이 우승을 차지하기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들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작년 타격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이대호를 상대로 최형우가 올린 기록은 그래서 더욱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한때 삼성에서 방출되기도 했었던 최형우는 어느새 삼성의 핵심 타자가 되었고 이제는 그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최형우의 성장은 대단합니다.
비록 한국 시리즈에서 제몫을 다 해주지는 못했지만 시즌 내내 그가 보여준 모습은 삼성이 우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3할 4푼이라는 타율, 163 안타, 30개 홈런, 118 타점을 올린 최형우의 기록은 그가 MVP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난 해 타격 7관왕에 올랐던 이대호가 3할 5푼 7리의 타율에 176안타, 27 홈런, 113 타점을 올리며 강력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도 야구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타율과 안타 수에서 이대호에 뒤져 있지만 홈런과 타점에서 앞선 최형우의 기록이 보다 우위를 보이는 이유는 삼성이 우승을 했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우승팀에서 MVP가 나온다는 점에서 최형우는 그만큼 시즌 MVP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MVP 경쟁 상대인 오승환의 기록은 올 시즌 대단한 가치로 다가오고 있기에 마무리 MVP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이미 한국 시리즈 MVP를 받으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인 그로서는 시즌 MVP까지 욕심을 내볼만한 상황이었습니다.
54경기에 등판 해 1승 47 세이브, 0.63이라는 방어율을 기록한 오승환은 MVP 후보로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만약 삼성에 오승환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결코 시즌 우승이나 한국 시리즈 패권을 차지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오승환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습니다.
막강한 투수진을 구축한 삼성이라고는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오승환이라는 존재는 비교불가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강력한 속구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그는 강력한 MVP 후보라는 점에서 자진 하차는 의외로 다가옵니다. 그가 자진 하차를 하면서 밝혔듯 자신보다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인 팀 동료이자 후배인 최형우가 시즌 MVP를 탈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언뜻 그의 행동이 후배를 사랑하는 선배의 과감한 결정으로 다가오기는 하지만 기록으로 평가받는 시즌 MVP를 누군가 양보하고 밀어줘 수상하게 된다면 과연 MVP의 의미는 무엇인지 모호해집니다.
오승환이나 최형우가 탈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들이 보여준 실력과 함께 팀이 우승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승팀에서 MVP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둘 중 하나가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오승환의 MVP 거부는 최형우의 수상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데뷔 7년 차인 기아 타이거즈의 윤석민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이며 투수 4관왕에 올랐습니다. 17승으로 다승왕, 2.45로 방어율, 178개의 탈삼진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그는 승률 0.773으로 승률 부분까지 1위를 차지하며 투수 4관왕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습니다.
전반기 1위를 달리던 기아가 후반기 추락만 하지 않았다면 윤석민의 성적은 지금보다 더욱 높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전반기 성적만 놓고 봤을 때 20승 투수 달성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윤석민으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2011 시즌이었습니다. 비록 20승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윤석민이 왜 현존 최고의 투수인지는 그의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지난 91년 선동열 기아 신임감독에 이어 20년 만에 투수 4관왕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시즌 MVP를 윤석민이 받을 가능성은 그만큼 높습니다.
비록 우승팀이 아니라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20년 만의 투수 4관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지난 해 7관왕이었던 이대호나 올 시즌 우승으로 이끈 최형우와 오승환에 비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이 최형우의 MVP 수상을 위해 자신은 물러나겠다는 선언은 당혹스럽게 다가올 뿐입니다.
수상 이후 수상을 거부하는 것과 달리, 수상식이 열리기 전 특정 후보에게 자신의 몫이 돌아가기를 바라며 물러난다는 것은 팬들에 대한 우롱이자 당당하게 MVP 수상을 겨루는 후보들에게도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승환이 무례하거나 상식 밖의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한국 시리즈 MVP도 받았고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주목도 받았기에 가능하다면 후배가 상을 받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그의 배려는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한 다른 선수들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의 배려로 최형우가 수상을 한다고 해도 찝찝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원래부터 그에게 MVP가 수상될 예정이었다고 해도 앞서 유력한 후보가 자신을 지명하며 상을 거부했다면 진정한 의미의 MVP라고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최형우가 수상했을 때는 다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윤석민이 수상을 하게 된다면 실리도 찾지 못한 오승환의 배려는 머쓱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그의 양보는 배려보다는 어설픈 몰아주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되는 시즌 MVP를 마치 정치 선거를 하듯 누군가를 위해 양보한다며 특정인을 지명하는 형식 자체도 불쾌하게 다가옵니다. 한 해 열심히 활약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수상하는 순수한 시상식에 꼼수가 끼어든다는 것부터가 문제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가 수상할지는 알 수 없지만 오승환의 양보로 인해 2011 한국프로야구 시즌 MVP는 최악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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