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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최형우의 카스 MVP 수상은 비난이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다

by 스포토리 2011.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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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4번 타자 최형우가 카스 MVP를 수상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때 방출의 설움까지 겪었던 그로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순간이었을 듯합니다. 일부 야구팬들의 무분별한 비난이 황당한 것은 그가 요행수가 아닌 실력으로 수상을 했기 때문입니다.

리그 MVP 놓친 최형우 카스 MVP로 웃었다



MBC 플러스와 카스가 함께 하는 카스 포인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기존의 시상식과는 달리 개별적으로 만든 점수를 바탕으로 한 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게 시상하는 방식은 색다르고 흥미로운 가치를 전달했습니다. 숫자와 가까운 야구라는 특징을 그대로 살려 점수화한 카스 포인트는 다른 시상식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전문가들만이 아닌 일반 팬들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진화한 형식의 시상식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카스 포인트 MVP는 정규리그 카스 포인트가 80%, 팬 투표 10%, 선정위 평가 10%를 합산해 가장 점수가 높은 선수에게 상이 수여되는 방식이니, 시즌 내내 올렸던 성과가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되고 팬과 전문가의 가치가 동등하게 1:1이 되어 박빙의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요소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삼성이 거둔 세 개의 우승 트로피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 시즌 우승 트로피를 세 개나 얻었다는 것은 대단한 기록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팬과 선수들, 코칭스태프와 구단까지 모두 하나가 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성과였다는 점에서 이는 삼성 라이온즈를 사랑하는 모두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수 4관왕을 차지하며 리그 MVP까지 차지한 윤석민으로서는 내심 카스 포인트 MVP도 노려봤을 듯합니다. 좀처럼 이루기 쉽지 않은 투수 4관왕을 차지하고도 최형우에 밀려 카스 포인트 MVP에서 탈락한 것은 아쉬울 수밖에는 없겠지요.  

하지만 우승 팀에서 MVP가 나오던 지난 관례를 보면 4위 팀의 에이스가 시즌 MVP를 받은 것이 이례적이라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요. 그만큼 윤석민의 투수 4관왕이 독보적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형우가 넘어서기에는 개인 타이틀이 부족했다는 점 역시 한계였습니다. 여기에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까지 끼어들며 윤석민에게 몰표가 돌아갔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시즌 MVP 수상은 야구 전문가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되는 것인데 막판 밀어주기가 나오며 시상식 전체를 혼탁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는 시상식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기보다는 후배를 위한 용단이라 판단되지만, 그의 잘못된 판단은 시즌 MVP 자체를 우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판을 벗어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카스 포인트 MVP는 다른 측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타자 1위와 투수 1위가 맞붙어 승부를 가리는 형국이 된 이번 시상식은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카스 포인트 자체는 최형우가 4,005:윤석민이 3,897로 약간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팬과 전문가 투표가 20% 합산된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차이는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최형우가 최종 승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린다. 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올해 너무 많은 1등을 했고 태어나서 처음 우승도 해보고 한국 대표로 우승했다. 이런 시상식에서 1등이라는 영광까지 얻게 돼 감사하다. 2군에서 10년동안 고생한 선수들도 많은데 이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2군에서 고생한 것이 이자리까지 오게한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년부터 더 높은 곳을 향해 뛰겠다. 내년에는 이대호가 이뤄낸 7관왕에 도전하고 싶다" - OSEN 인터뷰 요약 인용

최형우는 MVP 수상 소감에서 내년에는 이대호가 이룬 7관왕에 도전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습니다. 여기에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자신의 힘겨웠던 시간들과, 2군에서 힘겹게 고생하는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던 그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선수들에게는 롤 모델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최형우는 한때 삼성에서 방출 당했었던 선수였습니다. 2002년 2차 6순위(전체 48번)으로 삼성에 포수로 입단한 최형우는 포수 경쟁에서 밀리며 2005년 삼성에 방출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절치부심 선택한 상무 야구단에서도 탈락한 그는 그 해 창단된 경찰 야구단이 없었다면 어쩌면 그의 야구 인생은 그 시점 끝났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찰 야구단에 들어가며 포수가 아닌 외야수로 전향하고 기량이 발전해 2군 무대를 평정하던 최형우는 2008년 다시 삼성에 입단하며 그의 화려한 프로 선수 생활은 시작되었습니다. 포수로서 좋은 순위로 입단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퇴출당했던 선수가 다시 같은 팀의 외야수로 입당해 그해 신인왕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으니 말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외야수 중 하나인 마쓰이 히데키와 마찬가지로 우투좌타인 점과 외모가 비슷한 붙은 별명 최쓰이처럼 그는 우투좌타 선수로서는 KBO 최초로 홈런왕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방출되었던 선수 출신 최초의 홈런왕이라는 타이틀 역시 그의 몫이었습니다. 그의 수상이 환영받고 칭찬받아야만 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바늘구멍보다 좁은 프로 무대에 서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이지도 못한 채 방출된 선수들은 무척 많습니다. 올 시즌이 끝난 후 각 팀은 내년 시즌 구상을 하면서 이미 많은 이들을 팀에서 내보냈습니다. 부상 혹은 부진 등이 이유가 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야구 선수로서 위기를 맞은 이들에게 최형우의 모습은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을 그는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미 버림받은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포지션에 도전해 최고의 선수가 되어 원 소속팀에 다시 지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누구라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다시 프로야구 선수로서 활약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최형우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2002년 입단해 2005년 방출되는 동안 최형우의 1군 무대 전적인 초라함 그 자체였습니다. 2002년 4경기 5타수 2안타(2루타 2개)/2004년 2경기 2타수 무안타(1삼진)이 그가 거둔 성적의 전부였습니다. 1군에서 뛸 기회가 적었고 잡았던 기회마저 살리지 못한 그가 퇴출되는 것은 당연해보였습니다. 하지만 경찰 야구단에서 외야수로 변신하며 절치부심한 그는 다시 돌아온 2008년 126경기에 출전해 0.276/106 안타/19 홈런/71 타점으로 그해 신인왕을 받으며 화려한 프로야구 인생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최형우가 삼성에서 방출된 후 야구 인생을 포기했다면 현재의 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한 그였기에 기회는 다시 왔고,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삼성의 4번 타자로 우뚝 설 수가 있었습니다.

꾸준하게 성적이 상승하던 그는 올 시즌 133 경기/0.340/163 안타/30 홈런/118 타점로 홈런, 타점, 장타율 1위를 차지하며 이대호의 독주를 막아낸 유일한 선수였습니다. 신고 선수로서 이룬 성과치고는 너무 위대한 그는 자연스럽게 이대호가 빠진 2012시즌 7관왕을 욕심내볼만한 존재로 성장했습니다.

장종훈이 연습생 신화를 썼다면 최형우는 방출 선수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장종훈보다 더욱 힘든 것이 최형우였을지도 모릅니다. 선택받지 못했던 선수가 노력해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장종훈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평가할 수 없는 위대함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형우처럼 제법 높은 순위로 구단에 입단했음에도 퇴출당한 선수가 다시 화려하게 비상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는 새롭게 평가받아야만 합니다. 높은 자리에 있다 무너진 상황에서 더 높이 비상하기는 무척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를 두고 윤석민보다 못한 선수가 MVP를 수상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지표가 말해주고 우승팀의 4번 타자로서 최고의 해를 보낸 최형우는 MVP를 수상할만한 모든 것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연말 시상식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탈락했다는 이유로 수상자를 욕하는 것보다 비굴해 보이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786일 만에 18연패를 끊고 첫 승을 따낸 심수창은 카스 모멘트 MVP를 수상했습니다. 같은 후보였던 오승환, 이병규, 이수정 리포터, SK 와이번스를 물리치고 상을 수상한 심수창 역시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점에서 최형우와 비슷한 괘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故 장효조와 최동원 선수가 레전드 상을 수상하며 감동적인 수상자들이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2011 카스 포인트는 의미 있는 행사로 기억될 듯합니다.

이승엽이 복귀하면서 막강한 타선을 갖추게 된 삼성은 최형우가 7관왕을 노릴만한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최형우와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는 타선의 무게감으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기회가 많을 최형우가 수상 이후 피로감으로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방출되었던 선수의 신화는 내년 시즌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내년 시즌 올 시즌보다 더욱 치열해질 팀 간, 선수들 간의 경쟁은 벌써부터 2012 시즌을 기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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