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박지성이 소문만 무성했던 QPR행을 확정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맨유에서의 7년 생활을 마감하고 지난 시즌 2부 리그 탈락을 겨우 면한 17위를 차지한 QPR로의 이적은 의외이기는 했습니다. 항상 우승만 하던 팀에서 리그 탈락을 우려해야 하는 팀으로의 이적은 득과 실이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실리를 택한 박지성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박지성의 이적 논란은 이미 1년 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온 이야기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선수로 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욱 프랜차이즈 스타들인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와는 달리 아시아에서 건너온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날들은 점점 가까워져 왔음은 그도 팬들도 모두 느끼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선택한 QPR은 1882년 창단해 1995-6 시즌에 강등되어 2011-12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시 활약한 팀입니다. 지난 시즌 15년 만에 1군에 올라와 17위로 겨우 1군에 잔류할 정도로 강한 팀은 아닙니다. 오랜 역사와는 달리 리그 1위를 한 번도 차지하지 못한 그들의 변화는 새로운 구단주의 등장에서 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인도의 철강 재벌인 락슈미 미탈이 QPR을 사들이며 변화는 시작되었고, 에어 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절대 지분을 확보하며 구단주로 올라선 후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팀입니다. 구단주가 바뀌고 프리미어리그 승격이 되면서 그들은 지브릴 시세, 숀 라이트 필립스, 바비 자모라, 안톤 퍼디난드 등 EPL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특 A급 선수들은 아니지만, 프리미어 리그 신생팀이라는 점에서 제법 걸출한 성취라고 볼 수 있는 라인업이었습니다. 잔류에 성공한 그들은 올 시즌을 그들이 새로운 QPR로 자리를 잡는 해로 정했습니다. 그런 변화의 시작은 감독을 마크 휴즈로 교체하고 맨유 출신의 수비수 파비우를 1년 임대로 데려오며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의 핵심이 바로 박지성이라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약한 팀 스쿼드에 특 A급으로 활약했던 박지성이 참가한다는 사실은 QPR의 위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사안이니 말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고 맨유가 세계적 수준의 경쟁 상대를 계속 영입하며 벤치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지성이 가진 능력은 탁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듀어든이 눈물의 칼럼으로 박지성의 QPR 행을 아쉬워할 정도로 그는 좀 더 좋은 팀으로 이적을 해도 좋은 선수였습니다. 당장 새로운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능한 팀으로의 이적도 가능한 상황에서 그가 QPR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조금은 의외이기도 했습니다.
박지성이 QPR로 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우선 퍼기경과 마크 휴즈 감독의 관계입니다. 퍼기경이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많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들이 감독으로 데뷔해 활약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과거의 은사인 퍼기경이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제자가 이끄는 팀에 맨유 출신들이 많이 이적해 간 것만 봐도 그가 제자에게 어떻게 사랑을 전하는지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은 무적이지만 선덜랜드 감독으로 부임한 스티브 브루스를 위해 웨스 브라운, 키런 리차드슨, 존 오셰이 등 맨유의 핵심으로 뛰었던 선수들이 몰아준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퍼기경이 자신의 팀 스쿼드에 꼭 필요한 선수를 내주는 일은 없지만 자신의 애제자들에게 중요한 선수들을 이적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돕고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QPR 이적 역시 퍼기경과 마크 휴즈의 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구단끼리 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박지성이 거부하지 않고 QPR 합류를 결정한 이유는 많이 알려졌던 구단주가 제시한 비전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아 축구 발전을 위해 자신의 축구 재단을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아시아 투어를 하는 박지성과 말레이시아 출신 사업가 토니 페르난데스의 만남은 사업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인 셈입니다.
토니 페르난데스라는 인물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면 그가 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을 가졌는지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인도인 아버지와 포르투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니는 어려서부터 사업가였던 어머니를 따라 다녔다고 합니다. 학업은 영국 엡손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미를 졸업해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영국의 저가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 항공에서 감사로 일하기도 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후 말레이시아 귀국 후 워너 뮤직 말레이시아 회사에서 가장 젊은 전무로 재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1년 저가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를 설립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9.11 테러로 전 세계 항공기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과 달리, 토니의 에어 아시아는 저가 항공사로서 승승장구했다고 합니다. 1년 만에 모든 빚을 갚고 흑자 기업으로 돌려 세우며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거대한 저가 항공사로 성장했다고 하니 그의 사업 수단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F1 말레이시아 로터스 레이싱 팀의 대표도 맡을 정도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그는 2011년 미탈 회장의 QPR 주식을 매입해 새로운 구단주로 자리했습니다.
뛰어난 사업적 수단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토니 페르난데스에게 EPL은 새로운 도전의 장으로 여겨진 듯합니다. 그가 적극적으로 구단 인수와 함께 발 빠르게 선수 영입에 매진하는 이유는 QPR을 EPL에서 성공한 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석유 재벌들의 돈 씀씀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최소한 중위권 이상의 팀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동안 QPR은 횡보는 EPL에서도 화제가 될 듯합니다.
박지성의 영입과 함께 EPL 구단 중 최소 관중석을 가진 홈구장 대신 새로운 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토니 페르난데스의 포부와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사커 비지니스는, 박지성의 새로운 도전과 파운데이션 활동과 완벽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성으로서는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이 필요했고, QPR에서는 박지성처럼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선수가 절실했습니다. 더욱 프리미어 2년 차인 QPR로서는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의 존재감이 절실한 팀입니다. 그의 경험은 곧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QPR의 성장에 박지성이라는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맨유의 선배이기도 한 마크 휴즈 감독이 적극적으로 박지성을 원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저 구단주의 욕심으로만 영입된 선수가 감독에 의해 배제되는 경우들도 많다는 점에서 QPR 행이 긍정적인 이유는 감독이 박지성의 이적을 원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축구인생을 위해 대표팀 은퇴까지 했지만 맨유라는 팀 사정상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박지성으로서는 QPR에서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물론 그가 원했다면 뉴캐슬이나 에버튼 등 중 상위권 팀으로 이적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더욱 꾸준하게 그에게 관심을 기울인 이탈리아 팀으로 이적도 충분한 선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QPR을 선택한 것은 30살이 넘은 박지성이 자신의 새로운 축구 인생을 펼치기에 이 팀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판단이었을 듯합니다.
같은 아시아 구단주와 맨유 선배 감독의 QPR. 그리고 박지성을 위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매력적이었을 듯합니다. 더욱 그의 영입과 함께 새로운 구장 건립도 발표되고 이후 세계적인 선수 영입도 이어질 예정이라는 점에서 박지성의 이적은 아쉽지만 반가운 선택이었습니다. 강인한 박지성이라면 QPR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충분히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이적은 잘한 선택이라고 보여 집니다.
로버트 그린, 라이언 넬슨과 파비우, 그리고 앤드루 존슨까지 새롭게 영입한 QPR은 기존 선수들과 함께 박지성이라는 미드필더 장악력이 좋은 선수의 가세는 팀 성장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후 영입될 선수들이 누구일지 알 수는 없지만 EPL 잔류를 위한 팀 리빌딩은 의외로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2012-13 시즌 EPL에서 QPR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합니다. 그리고 매 경기 출장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국내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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