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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김시진 감독 경질, 토사구팽은 무엇을 위한 행위인가?

by 스포토리 201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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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한대화 감독에 이어, 넥센의 김시진 감독이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경질되고 말았습니다. 그 경질의 이유가 성적부진이라는 점에서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그 팀들이 한화와 넥센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연봉 10억 짜리 선수와 다른 팀들은 쳐다보지도 않던 선수를 거액을 들여 FA로 데려온 팀들이 성적 부진을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인지 쉽게 알기는 어려우니 말입니다.

 

한화와 넥센, 감독이 아니라 프런트와 사장이 사표를 내야한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감독의 역량이 중요한 것 역시 당연합니다. 대부분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며 팀은 이끄는 감독의 가치는 대단하지만 그럼에도 재벌 기업 사주의 간접이 일상이 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감독의 목숨은 그저 파리 목숨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일이기도 합니다.

 

최악의 팀을 이끌며 현재의 넥센을 만든 김시진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은 경악스러웠습니다. 한대화 감독의 경우도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그보다 김시진 감독의 경질이 더욱 경악스러웠던 것은 주축 선수들을 팔아 운영을 하던 팀을 맡아 현재의 전력으로 만든 공로는 그 누구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한화는 올 시즌을 맞이하며 김태균을 영입하며 연봉 10억짜리 선수로 만들었습니다. 한화 회장 특유의 기분 내키는 대로 저지른 과도한 연봉은 당혹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만한 능력을 발휘한다면 상관없겠지만 최저 연봉에 가까운 연봉만 받는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홀로 거액을 받는 김태균이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이질적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박찬호와 김태균이라는 호재를 안고 시작한 한화는 구단에서 우승 후보라고 추켜세울 정도였습니다. 한화 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영입은 곧 우승이라는 단순한 기대심리는 결과적으로 모두를 힘들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한화의 가장 큰 실패는 바로 외국인 투수였습니다. 올 시즌 각 팀마다 외국인 투수들이 맹활약을 하면서 팀 성적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화에는 외국인 선수 역할이 존재하지 않았고, 이는 곧 순위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외국인 투수는 지난 시즌 영입되었던 바티스타가 전부인 상황에서 한화가 순위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류현진이라는 괴물이 존재하지만 그 혼자 한화 마운드를 책임지는 것은 힘든 게 사실이었습니다. 수많은 악재들이 산재하고 이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한 것이 감독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프런트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면 이를 단순히 감독의 책임으로만 몰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넥센 역시 한화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넥센에서 엘지로 건너갔던 이택근을 넥센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을 들여 FA 영입을 하며 달라진 넥센의 면모를 엿보게 했습니다. 그동안 핵심 선수들을 팔아 연명하던 그들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거액을 들여 이택근을 영입하는 과정에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습니다. 엘지에서 제대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분명 재능은 돋보이는 선수였지만) 그를 시장의 평가를 넘어서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것은 무모해보였으니 말입니다. 

 

여기에 메이저 출신 김병현을 영입하고 무산되기는 했지만 기아의 최희섭까지 탐을 냈을 만큼 넥센의 과감한 투자는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이택근을 제외하고 김병현이나 최희섭은 큰돈이 드는 투자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그런 넥센이 시즌 전 꿈꾸었던 4강에서 멀어지자 김시진 감독을 내치는 것은 구단주 입장에서는 당연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돈을 들여 선수들을 모아 줬는데 우승은 못하더라도 4강안에는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입니다.

 

넥센 구단주가 큰 착각을 한 것은 현재의 넥센을 만든 것은 김시진 감독의 노력이 있었기 가능했다는 사실입니다. 주축 선수들을 모두 팔아넘기고 다른 팀에서 필요 없는 선수들을 받아 팀을 꾸려왔던 김시진. 그런 선수들을 다시 주축 선수들로 키워낸 용병술은 김시진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구단주는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박병호가 올 시즌 최고의 선수로 자리를 잡았고, 강정호 역시 파워가 살아나며 팀 주축으로 완벽하게 정착했습니다. 부상으로 제대로 된 피칭을 하지 못하던 나이트는 현재 14승으로 다승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수 출신인 김시진 감독이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지 못했다면 작년 시즌 최다패를 했던 나이트는 국내 무대를 떠나야만 했을 것입니다.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서 기회를 얻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서건창 역시 김시진 감독이 아니라면 만들어질 수 없었던 선수라는 점에서 아쉽기만 합니다. 얇은 선수층은 감독의 재능과는 상관없습니다. 다른 팀들과 달리, 전폭적인 지원 없이 주축 선수들마저 팔아가며 팀을 운영해왔던 넥센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고 한계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팀 전력을 상승시키는 과정이 절실했지만, 넥센 구단주는 선수 한 두명 사왔다는 것을 생색내며 우승을 넘봤습니다.

 

자신이 꿈꾸던 우승과 멀어지자 이 모든 잘못을 감독의 몫으로 돌려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경질하는 황당한 행위는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구단주가 욕심을 내서 거액을 주고 데려온 이택근은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고, 성적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김병현 역시 화제성은 뛰어나지만 너무 오랜 시간 실전에서 활약하지 못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며 원했던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구단주의 욕심으로 사들인 선수들의 문제까지 감독의 역량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요?

 

성적이 최우선인 프로에서 성적을 가지고 평가하고 이로 인해 감독이 경질되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닙니다. 고질적인 병패이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넥센의 경우 최악의 팀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해왔던 김시진 감독을 이렇게 무참하게 버리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해 보입니다.

 

선수 팔아 운영하는 팀을 이끌고 남겨진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그들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했던 김시진 감독. 최소한 그에게는 이런 방식의 경질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시즌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을 경질하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필요가 없다는 강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점에서 더욱 황당할 뿐입니다. 잘잘못을 따진다면 능력 없는 구단주의 문제이지 감독의 문제는 아니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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