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전체를 바뀌기 위해서는 외부 자원이 절실해 보인다. 선수 선정부터 잘못된 선택은 결국 모든 것을 부실하게 만들 뿐이다. 김신욱을 무시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만, 그를 선택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적었다는 점에서 그를 선택하고 유럽파를 버린 신태용 호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스웨덴 전 전략 실패가 멕시코 전 패배까지 불러왔다
전략의 실패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는데 한국 대표팀은 나도 모르고 남도 몰랐다. 아무 것도 모르니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도 없었다.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세계적인 선수인 손흥민이 있음에도 그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방법도 모르는 코치진들이 정답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한국 대표팀 감독보다 축구 팬들의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해법도 정답에 가까웠다. 물론 책임감이 없으니 보다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은 신태용 감독이 짠 스웨덴 전은 누가 봐도 바보 같은 전술이었다.
특정 선수를 지적하기는 쉽지 않다. 전체적인 틀 속에서 누구 하나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수많은 축구 팬들은 한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 수비수 장현수에 대한 비판은 선수 선정 과정에서도 논란이었다. 축구 팬들은 장현수를 배제하라고 지적했지만, 언제나 그는 한국 대표팀 수비수로 발탁되었다.
스웨덴 전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장현수의 수비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꼭 집어 장현수를 탓하기 힘들 정도로 전략 전술의 부재가 만든 총체적 난국이 바로 스웨덴 전이었다. 멕시코 경기처럼 했다면 스웨덴과 경기를 민망할 정도로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포기하고, 전원 수비에만 집중하게 한 한심한 전술은 결국 감독을 중심으로 한 스태프의 패착이다. 유효 슈팅이 0개라는 처참한 기록은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발이 느리고 스웨덴 수비수를 압도할 정도의 체력을 갖추지도 못한 김신욱을 원톱으로 배치한 것부터 전략의 실패다.
김신욱을 원톱으로 두면서 짠 전략은 완벽하게 스웨덴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전술의 문제는 멕시코 전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나마 누구나 다 알 수 잇는 전술 전략으로 멕시코와 경기를 하며 한국팀 특유의 힘이 느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터 멕시코를 압박하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에 막히기는 했지만, 상대 수비수들을 힘들게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 제공이었다. 전반 26분 수비수 장현수의 허망한 슬라이딩 실책은 패널티 킥으로 이어졌다.
만세를 부르듯 슬라이딩을 하며 핸드볼 반칙을 한 장현수의 수비를 보면 황당하다. 중요한 위치에서 당연히 반칙이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가 한심하다. 일본 축구에서는 그런 식의 수비가 일상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세계 축구에서는 핸드볼 반칙을 하지 않기 위해 몸에 팔을 붙이는 수비가 기본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팔에 맞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팔의 위치가 어디이고 어떤 상황이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전반 장현수의 반칙은 변명의 여지도 없는 실책이다. 만약 이 실책만 없었다면 한국팀이 우위를 점하며 선제골을 넣었을 가능성도 높았다. 결과론이지만 장현수의 한심한 수비 하나가 모든 흐름을 망쳤다.
1점을 뒤진 채 경기를 하는 것은 버거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능적으로 경기를 하는 멕시코 선수를 이기기에는 한국팀 선수들 개개인의 실력이 부족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거칠다 보니 상황을 만들어도 쉽게 막히는 경우들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세트피스가 엉망이었다는 사실이다. 약팀의 경우 세트피스가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팀의 세트피스는 과연 준비는 했었나 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첫 한 두 번의 세트피스는 가운데로 공을 올려 헤딩 경합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왜 세트피스를 하는지 알 수 없는 황당한 모습들로 기회를 망쳤다.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계산이 안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올리지 않고 짧게 옆 선수에게 보내면 다시 중앙으로 밀어주거나 헤딩 경합을 해야 하는데 하프 라인 뒤로 공을 돌리는 것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시간 끌기 방식일 뿐이다. 지고 있는 팀이 그 귀중한 세트피스에서 볼을 뒤로 돌리는 것은 최악이다.
66분 치차리토에게 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도 장현수의 수비는 한심했다. 그 상황에서 슬라이딩을 해서는 안 된다. 치차리토에게 슛을 할 수 없도록 밀착 마크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상황을 보기도 전에 슬라이딩부터 하는 수비수를 보며 여유롭게 골을 넣는 모습은 허망했다.
두 번째 골은 너무 아쉬웠다. 기성용이 반칙을 당했는지 심판은 그걸 보지 못했다. 아니 반칙이라 생각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공이 아닌 기성용의 다리를 차서 넘어뜨린 명백한 반칙이었다. 이 상황에서 공을 빼앗기고 멕시코의 역습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수비수는 중간에 반칙으로 끊어야 한다.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골대 앞에서는 무의미한 슬라이딩이나 하는 한국팀 수비는 여전히 최악이었다.
멕시코 골키퍼 오초아가 결정적 실수를 했었다. 75분 오초아가 바뀐 선수인 라파엘에게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하며 황희찬에게 볼을 빼앗겼다. 이 상황에서 빠르게 백패스를 했지만 손흥민이 슛으로 이어가기에는 어려웠다. 빠르게 이어진 백패스는 제대로 받기 어려웠고, 멕시코 수비는 손흥민이 슛을 하기 어렵게 마크맨을 하고 있었다.
한국 수비처럼 무조건 슬라이딩을 했다면 손쉽게 득점 기회를 얻었겠지만, 멕시코 수비는 밀착 마크를 통해 슛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스크린 수비를 해서 무력화하는 장면이 우리와 결정적으로 달랐다. 그 작은 차이가 결국 승패를 바꾸는 이유가 되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이 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 이어 다시 한 번 골을 넣기는 했지만 허망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 전부터 충분히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조건들이 되었지만, 한국 대표팀은 손흥민 활용법을 모른다. 홀로 드리블을 하며 멕시코 수비수들을 따돌리며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골이 되는 그 순간은 아름다웠다.
최강이라는 독일도 수비가 엉망이다. 그런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답답한 경기로 두 경기를 모두 내줬다. 선수 선발부터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정해 팀워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표팀을 꾸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대표팀의 축구는 점점 퇴보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외국인 감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외국인 감독이 온다고 해도 축구협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역시 무용지물일 것이다. 히딩크 이후 외국인 감독 잔혹사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은 끝났다. 분명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쥐가 나서 경기장에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뛰었지만, 이제는 열심히가 아닌 잘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16강 진출을 하면 좋지만 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싸워 당당하게 패하는 팀에게 비난은 없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대표팀의 미래는 없다. 축구협회부터 대대적 개혁을 통해 장기적인 계획 하에 움직이지 않으면 대한민국 축구는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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