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퀄리티스타트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한국인 투수로서는 박찬호에 이은 두 번째 개막전 선발이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내년 FA를 앞둔 류현진이라는 점에서 부상만 없다면 그에게 20승을 기대하는 것이 마냥 꿈만은 아니다.
류현진 애리조나 상대로 8K 위력투 선보였다
홈에서 치러진 2019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연출되었다. LA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은 언제나 커쇼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많이 던진 커쇼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4선발로 밀린 류현진이 기회를 잡았다.
운도 따랐던 이번 개막전 선발에서 류현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상만 없었다면 류현진에 대한 평가는 4선발이 아닌 최소 2선발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오랜 시간 복귀를 하지 못했던 류현진은 지난 시즌 부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1년 유예된 FA 선수인 류현진은 개막전 선발로 나서 애리조나 에이스이자 한때 다저스에서 함께 마운드에 올랐던 그레인키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완승이었다. 과거와 같은 빼어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그레인키를 상대로 다저스 타선은 폭발했다.
다저스는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도 세웠다. 무려 8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애리조나 마운드를 초토화 시켜버렸다. 선발 그레인키에게 4개 구원한 코츠에게 4개를 뺏은 다저스의 타선의 힘은 무서웠다. 첫 경기라는 점에서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올 시즌 다저스는 다시 한 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다저스는 터너와 폴락이 침묵했지만 기존 다른 선수들은 맹활약했다. 푸이그를 보내고 영입한 폴락에 대한 기대치는 높았지만 개막전에서 폴락의 존재 가치를 증명되지 않았다. 5번 타자로 배치될 정도로 중요한 존재이지만 폴락의 활약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피더슨과 시거로 이뤄진 다저스의 테이블세터는 강했다. 이적 단골 선수로 전락한 피더슨은 개막전 경기에서 3안타 중 2개를 홈런으로 만들며 4타점을 기록했다. 한때 다저스 최고 유망주이자 기대주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수비도 빼어난 코리 시거 역시 마수걸이 홈런으로 올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벨링저, 에르난데스, 반스가 멀티 히트를 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는 점도 좋았다. 주전 포수인 그랜달이 나간 후 개막전 포수로 나선 오스틴 반스는 애리조나 주립대 출신이지만 적으로 만난 애리조나를 상대로 3안타 경기를 하며 기대치를 높였다.
지난 해 가을 야구에서 반스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류현진과 올시즌 궁합을 기대하게 했다. 류현진의 투구는 깔끔했다. 낮게 깔리는 제구는 힘이 있었다. 좌우를 오가며 상대를 농락하는 투구에 애리조나 타자들은 1회부터 삼진을 피하기 어려웠다.
낮고 멀게 느껴지는 공은 타자로서는 치기 어려운 구종이다. 여기에 류현진은 커터라고 이야기하지만 슬라이더처럼 보이는 공은 유용하게 타자들을 헛스윙하도록 유도했다. 6회 애덤 존스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변화구가 홈런이 된 것을 제외하면 완벽했다.
노련하게 류현진의 초구를 노려 친 애덤 존스가 뛰어났던 셈이다. 그 홈런 한방만 나오지 않았다면 류현진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도 있었다.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류현진의 투구에 군더더기는 없었다. 6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무사사구에 삼진 8개를 잡아냈다.
집중되는 안타가 아닌 산발적인 안타라는 점에서 류현진의 경기 운영 능력도 탁월했다. 6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투구의 질 역시 좋았다. 어처구니 없는 공이 없이 타자를 어렵게 만드는 핀포인트 제구까지 선보인 류현진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월드시리즈 반지와 함께 FA 대박을 기대하게 한 개막전 호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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