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 완봉에 이어 오늘 경기는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17이닝 무실점 경기를 한 셈이다. 옥에 티라면 오늘 경기에서 볼넷을 하나 내줬다는 것이 흠이 될 정도다. 8회 1 사후 나온 안타만 없었다면 류현진은 노히트노런이라는 기록을 세웠을 수도 있었다.
완성형 투수로 확장되어가는 류현진 이제는 사이영 상이다
전날 다저스는 워싱턴에 역전패를 당했다. 불펜 난조로 역전패를 당한 상황에서 다음 경기에 나선 선발은 부담이 된다. 스토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 워싱턴이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과 선발이 스트라스버그라는 점도 부담일 수 있었다.
올해 메이저 최고 연봉을 받는 워싱턴 에이스 스트라스버그와 대결에서 류현진이 항상 승리를 해왔다. 그렇다고 경기가 항상 쉬울 수는 없다. 상대팀 에이스와 대결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다. 선수들 역시 에이스가 출장하는 경기에는 최선을 다한다.
에이스를 위한 예우이기도 하지만, 에이스가 무너지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의 오늘 경기는 쉽지 않았다. 앞선 두 경기 역시 8이닝 이상 투구를 한만큼 어깨에 부담이 있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우였다.
류현진은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를 했다. 완투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아티스트와 같은 능력은 워싱턴과의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하지만 전 경기 완투가 부담이 되었던 듯하다. 전 경기를 기준으로 해서 문제가 되겠지만, 오늘은 상대적으로 공을 많이 던졌다.
선수들도 상대에 적응하고 대처한다. 그런 점에서 공을 보고 기다리는 상황들이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투구 수가 늘어나면서 볼넷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대를 압도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능력은 탁월했다. 쉽게 맞춰 잡거나 완벽한 제구를 앞세워 삼진으로 상대를 돌려세우는 능력은 탁월했다.
4회 1사까지 완벽하게 잡은 후 도저에게 볼넷을 내준 점이 오늘 경기 유일한 흠이었다. 그럼에도 시즌 세 번째 볼넷에 불과하는 사실은 대단하다. 한 경기에 세 개의 볼넷을 허용해도 준수하다고 보는 상황에서 52.1이닝 동안 볼넷이 3개 나왔다는 것은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볼넷을 내준 후 투구도 좋았다. 바로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후속 타자 역시 뜬공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노히트 경기를 하던 류현진에게 위기는 6회 투수 타석에서 나왔다. 스트라스버그가 류현진을 상대로 우익수 앞 안타를 쳐냈다.
문제는 우익수 벨린저가 빠르게 잡아 1루 송구를 해서 스트라스버그를 잡아내며 안타를 지웠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투수들이 발이 느리다는 점과 우익수 짧은 안타의 경우 상황에 따라 1루에서 아웃을 당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안타였지만 안타가 아닌 이 기록은 8회 1사 상황에서 깨지고 말았다. 아홉 번째 삼진을 잡은 후 어제 경기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쳤던 파라에게 인정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모든 공에 혼을 담을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그 편하게 던지는 순간을 상대 타자는 노려야 했고, 파라는 어제 경기에 이어 다시 한번 워싱턴 팀을 구했다.
완벽한 투구를 하던 류현진을 상대로 무안타 경기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파라의 8회 안타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파라에게 안타를 내주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류현진. 그에게도 노히트 노런 경기는 중요하게 커리어에 하나 정도는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아쉬움은 있었을 것이다.
류현진이 정말 좋은 투수라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속 타자인 디포의 번트를 잘 처리하고 테일러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8회까지 총 116개의 공을 던졌다. 두 경기 연속 완투 완봉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8회 오랜 부진을 씻어내는 시거의 만루 홈런으로 무리할 이유가 없어졌다.
오늘 경기 무실점 투구로 평균자책점을 1.72로 끌어내린 류현진은 이제 가장 강력한 사이영 상 후보가 되었다. 경기를 마친 후 다저스 선수들의 경이를 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다저스의 영원한 에이스 커쇼의 존경을 표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대단하다. 위대한 선수는 인성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커쇼니 말이다.
영건으로 다저스의 미래라 이야기되는 뷸러는 류현진의 볼에 뽀뽀까지 하며 경이로움을 표시했다. 파워볼러이면서 제구도 좋은 뷸러에게 류현진은 어쩌면 가장 따라 하고 싶은 선배일지도 모른다. 공을 제대로 가지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은 오랜 시간 공을 던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커쇼 부상으로 다저스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는 상대 에이스들과 대결을 하게 되는 운명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첫 선발 경기에서 잭 그레인키와 맞섰다. 그리고 매디슨 범가너와 크리스 아처를 넘어 이제는 스트라스버그까지 상대 에이스를 모두 무너트리며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류현진의 사이영 상 수상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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