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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SKvs기아, 박정권의 홈런 두 방이 삭발까지 한 호랑이를 잡았다

by 스포토리 201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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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식에 이어 삼성 조영훈과 기아 김희걸의 1:1 트레이드까지 감행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기아였지만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힘의 대결에서 밀린 기아로서는 씁쓸함을 곱씹을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밀리던 경기를 박정권의 홈런 두 방으로 손쉽게 뒤집어 버린 SK와 달리, 앞선 경기마저 지키지 못하는 경기력은 더운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들기만 했습니다.

 

삭발과 트레이드도 1승을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기아는 선두 SK를 만나 말도 안 되는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SK가 핵심전력인 불펜 자원 들이 2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선발 투수를 조기 강판시키면 승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기아는 유리한 상황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경기 전 기아는 삼성과 1:1 트레이드를 감행했습니다. 기아는 투수 김희걸이 내주고 삼성에서 1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한 조영훈을 데려오는 트레이드가 성사되었습니다. 기아로서는 그동안 잉여 자원일 수밖에 없었던 김희걸을 보내고 1루 수비와 왼손 타자 부재의 아쉬움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조영훈을 데려왔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트레이드라 볼 수 있었습니다. 김희걸 역시 새로운 팀에서 자신을 되찾는다면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아는 경기 전 삭발식을 하고 경기장에 들어서 그들의 마음가짐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선수들의 결연한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는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1회 시작과 함께 이용규의 2루 베이스를 넘어가는 안타성 타구가 정근우의 호수비에 막히며 분위기는 불안함으로 옮겨갔습니다. 

 

다행이 김선빈이 SK 선발 부시를 상대로 멋진 2루타를 만들고 폭투에 3루까지 진루하며 득점 기회를 잡았습니다. 김원섭까지 볼넷을 얻어나가며 이범호 앞에 득점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하체를 이용한 타격이 전혀 안 되는 이범호는 종이 호랑이였습니다. 그의 타구는 2루수 정근우의 파울 플라이로 마감되었고, 최희섭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4, 5번 중심 타선이 외야로 공 한 번 보내지 못하고 물러나는 장면은 처참했습니다. 

 

기아가 어설픈 공격으로 득점에 실패하자 기회는 SK에게 다가왔습니다. 2회 시작과 함께 선두 타자인 안치용을 볼넷으로 내보낸 선발 양현종은 오늘 경기의 영웅인 박정권에게 장외 투런 홈런을 맞으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SK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후속 타자들을 실점 없이 막아내기는 했지만 전 경기에서도 드러난 제구력 난조는 오늘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양현종은 조기 강판의 수모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기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3이닝 동안 5안타, 1사사구, 1삼진, 2실점으로 다시 한 번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현재와 같은 피칭으로는 다시 선발 자리를 차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에서 양현종으로서는 힘겨운 시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부터 무너져버린 투구 밸런스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가장 좋았던 시절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기아가 타선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수비에서는 양현종이 1사후 박재상과 최정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 위기에서 이호준의 타구를 유격수와 2루수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병살 플레이는 최고였습니다. 조금만 흐트러졌다면 실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기아가 위기를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수비의 힘이었습니다.

 

수비 조직력은 좋았지만 기아의 공격력은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4회 이범호가 힘겹게 2루타로 나간 상황에서 최희섭과 안치홍이 연속으로 같은 구질의 유사한 변화구에 속아 삼진을 당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치기 힘든 변화구가 아니라 충분히 공략 가능한 볼이었다는 점에서 기아 타격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답답한 공격을 하던 기아를 깨운 것은 하위 타선이었습니다. 2군에 내려갔다 올라와 선발로 나선 신종길이 멋진 3루타를 치고, 김상훈이 적시타로 점수를 뽑으며 2-1을 만든 기아는 이용규의 번트 타구를 허망한 폭투로 만든 부시로 인해 동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부시와 백업 플레이에 나선 정근우의 호흡이 맞지 않으며 말도 안 되는 실책은 급격하게 분위기를 기아에게 넘겨주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김선빈의 적시타로 역전에 성공하고 김원섭의 희생 번트까지 이어지며 다시 한 번 득점 기회를 잡은 기아는 4, 5번 타자의 부진이 다시 한 번 씁쓸함을 곱씹게 만들었습니다. 이범호의 3루 땅볼에 김선빈의 놀라운 주루 플레이가 득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중심 타자들이 1회에도 그랬지만 5회에도 무기력하게 내야 땅볼로 물러나는 상황은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5회 활발한 공격으로 4-2로 역전을 하기는 했지만 중심 타선이 제 역할을 해줬다면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기아의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회 2실점 이후 빠른 투수 교체로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역전에 성공한 기아에게 7회는 악몽 같았습니다.

 

2와 2/3이닝 동안 9타자를 맞아 2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아주던 박경태를 다시 한 번 빠른 타이밍에 교체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물론 주자를 3루에 둔 상황에서 강력한 한 방이 있는 안치용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고 결과적으로 박지훈이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실점 없이 막은 것은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7회 선두 타자인 박정권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박지훈은 더 이상 기아 불펜의 수호신은 아니었습니다. 두드러지게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낸 박지훈으로서는 SK의 타선을 막을 수가 없었고, 기아는 1승이 귀중한 상황에서 마무리 역할을 하던 한기주를 7회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믿었던 한기주는 나오자마자 박경완과 권용관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박재상에게 역전 2루타를 맞고, 최정에게도 추가점을 내주는 2루타를 맞으며 몰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기주는 한 타자를 막으면서 4타자를 상대로 3안타, 2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마무리 자리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한기주는 중요한 순간 감독의 바람과 동떨어진 투구로 역전패의 주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양현종에 이어 한기주마저 제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지 못하며 기아 마운드의 공백은 다시 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전을 당한 이후 기아 타선은 SK의 이재영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재영은 2 1/3이닝 동안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긴 이닝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주며 위기의 SK 불펜을 확실하게 구원해주었습니다.

 

SK라는 팀이 왜 1위를 독주하는 팀인지는 오늘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팀 타격은 기아에 1리 앞설 정도로 최악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탄탄한 마운드와 완벽에 가까운 수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에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점수로 연결하는 타선의 응집력이 있기에 0.255의 팀 타율로도 1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기아가 7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타선의 응집력에 있었습니다. 0.254라는 팀 타율이 말해주듯 최악의 상황이지만 타선의 응집력만 있다면 SK처럼 승리를 가져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빈타에 허덕이는 기아로서는 승리와는 멀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점수를 내지 못하는 기아는 당연히 7위에 머물 수밖에는 없습니다. 7위 기아와 팀 타율이 거의 비슷한 SK가 1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점수가 필요할 때 점수를 내는 능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좀처럼 햄스트링으로 인해 정상적인 타격이 힘든 이범호를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팀 사정은 이해하지만, 이범호를 쉬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범호가 빠진 상황이 초라해질 정도로 무기력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적인 타격이 힘든 타자가 계속 타석에 서는 것은 상대팀에게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타격과 수비를 위해 트레이드한 조영훈은 비록 첫 경기에서 무안타 경기를 했지만 그가 삼성에서 보여준 능력을 감안해 보면 충분히 조만간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선수단이 삭발까지 하며 투지를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문제점들을 해소하지 못한 기아는 조바심보다는 매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선수 개개인이 프로의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조만간 이 길고 긴 부진의 터널에서도 벗어날 수는 있을 테니 말입니다. 떨어질 곳은 8위 한화와의 자리바꿈이 전부인 상황이지만 아직 전반기가 끝난 상황도 아니고 선두와 8게임차로 멀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중위권과 4경기 차라는 점은 충분히 만회 가능한 순위입니다. 포기가 아닌 좀 더 악바리 정신으로 타이거즈 특유의 팀워크로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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