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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vs삼성, 7년 만의 0-0 연장 무승부 기아 16개의 잔루가 문제였다

by 스포토리 201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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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경기가 삼성의 일방적인 경기로 쉽게 마무리되었던 것과 달리 수요일 경기는 양 팀이 치열했습니다. 지난 2005년 4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연장 0-0 무승부 기록을 세운 기아와 삼성의 대결은 모두를 힘들게 했습니다. 마운드는 완벽했지만 타선에서는 양팀 모두 기회를 잡지 못하고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인가? 이기지 못해 아쉬운 것인가?

 

 

 

 

 

서재응과 고든의 선발 맞대결은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선발 이후 등판한 각 팀 5명씩 10명의 투수들도 승부를 내지 못했으니 투수들을 칭찬해야 하는 경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날 7득점이나 하며 가볍게 기아를 눌렀던 삼성을 생각해보면 기아의 마운드가 더욱 힘을 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12명의 투수들이 등판해 무실점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수요일 경기는 투수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회들이 있음에도 제대로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양 팀의 타자들의 무기력함이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삼성은 경기 시작과 함께 배영섭이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견제사를 당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기아는 3회 비록 2사 후이기는 했지만 이용규가 내야 안타로 진루에 성공하고 김선빈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실 날 같은 희망은 연장해갔습니다. 김원섭의 잘 맞은 타구가 2루 베이스를 건너갔지만 삼성 2루수인 조동찬의 환상적인 수비까지는 좋았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만 공을 막아낸 것까지가 그 역할이었지만 빠졌다면 발 빠른 앞선 두 타자들로 인해 최소 1득점은 가능했다는 점에서 조동찬의 수비는 삼성의 실점을 막아냈습니다. 물론 이후 동작에서 조금 늦게 베이스 커버에 들어온 김상수와 토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조동찬으로 인해 4번 타자 앞에 만루 상황을 만들어 주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3회 2사 만루 상황에서 기아 4번 타자 이범호와 고든의 대결이었습니다. 삼성은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이고 기아로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 앞에 올 시즌 처음으로 만루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은 행복이었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아쉬운 수비와 실책, 그리고 볼넷 등이 모여 만들어진 만루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 상황에서 실점까지 하면 팀 전체의 분위기마저 꺾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범호와의 대결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고든은 이범호를 상대로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최소한 1득점이라도 할 것이란 기대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고 이런 아쉬움을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진행된 경기 내내 이어졌습니다.

 

점수를 뽑지 못한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기아는 3회 수비가 중요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수들이 무너지거나 수비에서 실책이 나오며 실점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서재응은 중요했던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간단하게 삼자범퇴 시키며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넘어서는 투구를 해주었습니다.

 

4회에는 2사 후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며 급격하게 흔들리는 것은 아닌 가 우려도 되었지만 최근 잘 맞고 있는 진갑용을 투수 땅볼로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집중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위기를 넘긴 기아는 5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선두타자인 박기남이 안타를 치고 이용규가 볼넷을 얻으며 무사 1, 2루라는 절대적인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번트를 대지 못한 김선빈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기대를 모았던 김원섭은 3루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무사 1, 2루에 중심 타선으로 이어지는 절호의 기회에 허무하게 물러난 기아의 공격력은 답답할 정도였습니다.

 

5회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말 공격에서 삼성의 타자들은 서재응의 투구를 방망이 중심에 맞추기 시작하며 위기감을 조성했습니다. 조동찬의 잘 맞은 타구를 거구 최희섭이 어렵게 잡아냈지만 다른 선수라면 최소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다는 점에서 호수비가 위기를 막아냈습니다. 이어진 정형식의 3루 강습 타구역시 박기남이 잘 잡아내며 위기를 맞을 수 있었던 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기아는 8회 3, 4번이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이후 최희섭이 볼넷을 얻고 안치홍이 안타를 치며 만든 기회는 중요했습니다. 나지완을 대신해 대주자로 나섰었던 이준호가 첫 타석을 맞이해 멋진 타구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정형식의 환상적인 수비로 실점을 막아낸 삼성의 집중력이 돋보인 상황이었습니다. 빠른 발을 가진 정형식이 아니었다면 최소 2타점 장타가 될 수밖에 없었던 타구였다는 점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이런 기아의 아쉬움은 9회 이용규가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아쉬움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배영섭의 1회 견제사에 이어 이용규가 9회 견제사를 당하며 정규 이닝 시작과 마무리를 가장 주루 능력이 뛰어나다는 선수들이 1루에서 견제사를 당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는 점이 오늘 경기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듯합니다.

 

연장으로 넘어간 기아는 10회 선두타자인 김선빈이 안타를 치고 김원섭이 희생 번트를 하면서 득점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삼성은 과감하게 이범호를 고의 4구로 내보내고 김주형을 상대했고, 결과적으로 이 작전은 주효했습니다. 폭투까지 나오며 1사 2, 3루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외야 플라이나 득점이 가능한 2루 땅볼만 쳤어도 오늘 경기는 기아의 승리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주형은 방망이 한 번 휘둘러보지도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하며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기아의 아쉬움은 마지막 이닝인 12회 선두 타자인 김원섭이 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1사 2루 상황에서 다시 득점 기회를 잡은 김주형은 다시 한 번 삼진을 당하며 무기력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를 친 안치홍을 10회에 이어 12회에서도 고의 4구로 거르며 철저하게 실점 없는 경기에 주력한 삼성의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기아는 오늘 경기에서 잔루만 16개가 나올 정도로 득점력 빈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기회가 2사후에 나왔다는 점에 득점 가능성을 협소하게 만든 것도 있었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선수들의 부진이 아쉬웠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역시 이범호였습니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16타수 1안타의 빈공에 허덕이는 이범호의 부진은 기아의 무기력함과 맞물리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좋은 기회들이 주어졌음에도 좀처럼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아의 중심 타선.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지배하고 이기는 것은 힘든 일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지난 주 엘지와의 경기에서 최장시간 연장 무승부 기록을 세웠던 기아는 다시 한 번 삼성과의 경기에서 진기한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2005년 4월 이후 7년여 만에 0-0 연장 무승부를 기록했으니 말입니다. 일주일 사이에 12회 연장을 두 차례나 한 기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연장에서 패하지 않았으니 마운드를 칭찬할 일이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고도 득점으로 이어가며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기아의 타선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타순에서도 투타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기아의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경기에 대한 좀 더 세밀한 복기와 함께 선수들의 단합과 파이팅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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