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시즌 시작과 함께 4연패를 당했다. 그렇게 다섯 번째 선발로 나선 끝에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되었다. 무려 973일 만에 올린 승리였다. 한 시즌 15승을 올리던 투수가 부상으로 2년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그렇게 돌아온 류현진은 선발 경기에 나서 조금씩 감각을 익혔고, 지난 경기부터 우리가 아는 류현진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류현진 시즌 첫 승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길고 긴 시간을 건너 류현진이 선발 승을 얻었다. 충분히 인정 받을 수 있는 피칭으로 얻은 승리라는 점에서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시즌 시작과 함께 류현진은 선발진에 합류했다. 그렇게 선발로 나섰지만 초반 류현진은 많은 홈런을 허용하며 적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앞 선 경기부터 류현진이 달라졌다. 피홈런이 사라지고 강력한 공으로 상대를 압박하며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였다. 투구수와 함께 이닝수도 늘리며 리그 적응력을 키워가던 류현진은 다섯 번의 등판 만에 승리 투수가 되었다. 팀 타선 역시 다른 때와 달리 타점으로 그의 승리를 도왔다.
류현진에게 1회는 언제나 힘겨웠다. 오늘 경기에서도 1회 실점을 하며 불안을 안겨 주기도 했다. 첫 타자인 에르난데스의 잘 맞은 타구를 우익수 푸이그는 잘 쫓아갔다. 그가 보인 실력을 생각해보면 이번에도 잘 잡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글러브 안에 들어갔던 공이 빠져나오며 3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필라델피아 편에 섰다. 갈비스가 바로 적시타를 치며 선취점을 얻었고, 나바를 볼넷으로 내주며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주자를 둘이나 루상에 내보내게 되었다. 자칫하면 이렇게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류현진이 달라진 것은 이런 위기에서 멋지게 빠져나오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4번 프란코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간단하게 후속 타자들도 잡으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오늘 경기에서 실점은 그게 전부였다. 오늘 경기에서는 다저스 타선도 류현진을 도왔다.
다저스의 1회도 필라델피아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선두타자인 톨레스가 2루타로 포문을 열고, 벨링저가 내야 안타를 치면서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터너가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핵심 타선인 곤잘레스가 삼진을 당하고 푸이그가 병살로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동점이 된 후부터 류현진의 투구는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1회 실점 후 삼진을 2개 잡으려 예전의 그로 돌아온 류현진은 2회부터 큰 위기 없이 상황을 이끌었다. 빠른 속구와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이어지며 상대를 압도했다. 여기에 폭포수 같은 변화구까지 이어지며 필라델피아 타자들을 농락했다.
오늘 경기에서 류현진은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과거 닥터K였던 그의 명성을 다시 되살리기에 충분한 수의 삼진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필라델피아 타선을 흔든 것은 바로 우타자 바깥쪽에서 형성되는 체인지업의 힘이다. 직구보다 사용 빈도가 더 높았던 체인지업은 효과적이었다.
140km 중반의 빠른 공과 바깥쪽에서 제구되는 체인지업, 그리고 낙폭이 큰 변화구까지 이어지는 류현진의 공은 어떤 팀이라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공이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인 갈비스 승부가 아쉬웠다. 볼넷을 내주며 불안했던 상황에서 류현진은 다음 타자인 나바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9개 삼진을 잡아내자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의사를 물었고, 류현진은 그렇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투구수를 생각해보면 7이닝까지도 가능해 보였지만, 무리를 할 이유 역시 없었다. 2-1 상황에서 류현진의 주자를 맡은 로모는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났다.
1점 차 승부에서 다저스 타선은 곧바로 점수 차를 늘렸다. 톨레스가 3점 홈런을 쳐내며 경기는 다저스의 승리이자 류현진의 시즌 첫승을 이어졌다. 9회 투런 홈런을 내주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다저스의 마무리 잰슨이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4번의 패배 뒤 얻은 승리라는 점에서 값진 첫 승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의 경기는 5이닝을 못 채웠다. 세 번째 경기에서 6이닝을 채웠지만 홈런이 문제가 되어 4실점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그나마 이전 경기였던 샌프란시스코와 가진 경기에서 피홈런 없이 1실점만 하며 6이닝을 채웠다.
이 경기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더는 밀릴 수 없는 경기였고, 그동안 매 경기 홈런을 내주며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빛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에게 필라델피아와 경기에서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 경기마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면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서 어떤 상황에 놓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두 경기 연속 1실점을 하며 안정적인 피칭을 보였다. 비록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구속을 높이기보다 철저하게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류현진의 모습은 반가웠다. 시즌 첫 승은 류현진에게 많은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팀에 대한 효과만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나비효과 역시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무려 973일 만의 승리다. 천일 동안 채우지 못했던 승리에 대한 갈망을 이룬 류현진은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류현진은 그렇게 시즌 첫 승을 채웠고, 이는 류현진의 연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 달콤한 손맛은 류현진에게 강력한 나비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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