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한화와 홈 3연전에서 2승을 올렸다. 한화 상대 5연패를 당했던 기아는 전날 양현종의 압도적 피칭과 타선의 조화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오늘 경기는 선발의 약점을 만회하고 역전승을 하며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다. 윤석민은 복귀 후 가장 안정적인 모습으로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이범호 빈 자리 완벽하게 채워내고 있는 류승현과 마무리 최적화 중인 윤석민
기아가 7월 들어 나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승혁이 복귀 후 첫 경기를 치렀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첫 선발 시즌이라는 점에서 감독은 그에게 통 큰 휴식 시간을 줬다. 물론 무조건 쉬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비축하고 선발로서 보다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배려를 했다는 점이다.
다치기 전 휴식을 주는 방법은 선호해야 할 일이다. 통상적으로 첫 선발 시즌을 갖는 선수들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한 시즌을 보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면 초반 과하게 집중하며 여름을 고비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한 해 농사가 끝나는 일들도 허다하다. 그것으로 끝나고 새롭게 발전하는 모습을 찾는다면 성장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시즌 임기영이 그랬다. 기대하지 않았던 임기영의 호투는 우승에 큰 공헌을 했다. 한화가 놓치고 쉽지 않았던 보석이지만 군대에 가는 그를 기아는 선택했다. 시간을 들여서라도 임기영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치를 지난 시즌 해냈다.
문제는 선발이 전무했던 임기영의 시즌 전체를 안정적으로 보직을 수행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올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승혁은 학습효과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오늘 경기에서 한승혁은 5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졌다.
더 이상 무리를 시키지 않은 것은 고마울 정도다. 비록 4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공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여전히 제구가 갑작스럽게 흔들리는 점은 고쳐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강한 공을 앞세운 투구를 하던 한승혁은 올 시즌 변화구를 늘리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변화구를 자주 던지며 속구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마무리로 역할을 옮긴 윤석민은 그게 현 시점 가장 적합한 보직으로 보인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좀 더 경기를 하면 왕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구속으로 선발은 리스크가 크다. 1이닝을 집중적으로 소화하는 마무리가 현 시점 윤석민이나 팀 모두를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화는 어제 패배를 되갚기라도 하듯 1회부터 2득점을 했다. 결장했던 이용규와 김태균이 복귀하며 타선은 더욱 단단해졌다. 김태균은 오늘 경기에서 큰 역할을 못했지만, 이용규는 한승혁을 상대로 초구부터 2루타를 치며 2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아 타선은 한화 선발인 윤규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올 시즌 부쩍 늘어난 병살타는 1회부터 등장했다. 버나디나가 안타로 나갔지만 최원준의 병살타는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발이 빠른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점수를 못 내던 기아와 달리, 한화의 추가점은 4회에도 시작은 2루타였다. 송광민의 적시타가 터지며 4-0까지 앞서나갔다.
한화가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 점수를 후반부까지 끌고 갔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4회는 한화에게는 아쉬웠고, 기아로서는 역전의 발판이 되었다. 2사 상황에서 류승현의 2루타는 값졌다. 쉽게 이닝이 마무리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형우와 정성훈이 모두 물러난 상황에서 만약 류승현의 안타도 없었다면 역전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류승현 2루타에 박준태가 사구로 걸어나가며 기회는 처음으로 프로에서 선발 포수로 나선 신범수였다. 전날 대타로 나서 2루타로 신고식을 치른 신범수는 2사 1, 2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환호를 받았다. 기대하는 신인 포수가 중요한 순간 주눅 들지 않고 기아의 첫 득점이자 역전의 발판을 놓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점수가 나온 기아는 6회 극적인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 타자인 최형우가 4구를 얻어내고, 정성훈이 3루 실책으로 나간 후 류승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타점 3루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호잉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있기는 했지만, 2타점은 당연한 시원한 타구였다.
류승현의 이 동점 적시타는 중요했다. 호투하던 윤규진을 내려 보낸 한 방이자, 역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팀을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기아는 7회에도 2점을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결승타는 7회 최형우가 무사 2, 3루에서 때린 적시타이지만 오늘 경기를 지배한 것은 하위 타선이었다.
류승현과 신범수가 중요한 순간 2타점씩을 올려줬다. 중심 타선이 좀처럼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동안 신인들이 팀을 살렸다. 2016년 기아에 98번째 선수로 입단한 류승현은 말 그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범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우고 있다.
한화와 두 경기에서 무려 6안타를 몰아치고 있다. 수비 역시 아쉬운 상황들도 있기는 했지만, 라인을 타고 흐르는 최소 2루타성 타구를 슬라이딩해서 잡은 후 1루에서 아웃 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원 바운드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1루수로 나선 정성훈의 도움도 컸지만, 장타를 잡아 실점을 막고 아웃을 만드는 과정은 류승현에 대한 기대를 키우는 이유가 되었다.
신범수 역시 류승현과 같은 2016년에 기아에 입단했다. 78순위로 입단한 신범수 역시 입단 당시에는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큰 체구는 아니지만 타격 능력과 수비 모두 좋다. 광주 제일고와 동성고 출신들이다. 야구 명문을 다닌 두 선수가 위기의 기아를 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의 미래를 위해 이 두 선수가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이범호 부상으로 얻은 기회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 류승현. 김민식의 부진으로 기회를 잡은 신범수. 기아로서는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즌 우승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노장과 신인들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몫이다. 지난 시즌과 다른 현실 속에서 내실을 다지며 가을 야구에 참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던 한화를 잡고 부활 가능성을 보이는 기아에는 영민한 신인들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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