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잠실 원정 경기에서 충격의 연패를 당했다. 2, 3선발 모두 홈런으로 무너지며 다 내줬다는 점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엘지 타자들이 잘 쳤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지 못한 기아에 대한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초다.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지만 아쉬운 것은 분명하다.
주말 잠실을 지배한 쌍둥이들, 쿠바 출신 가르시아의 폭발적인 에너지 올 시즌 기대된다
9경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난 시즌과 리그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역동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두산이 KT에 두 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했다. NC와 SK가 시즌 초 순항 중이지만 그 질주가 언제 꺾일지 알 수가 없다.
탈 꼴찌가 지상 목표가 된 KT의 반격이 무섭다. 항상 시범경기 1위를 하지만 리그 경기가 시작하면 달라지고는 했다. 지난 시즌 초반 1위를 독주하다 급전직하 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아직 반전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달리, 힘이 느껴진다. 니퍼트까지 선발 복귀를 하면 의외의 변수들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양현종을 내고 패한 경기가 씁쓸했다. 두 개의 홈런으로 무너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거포들에게 맞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아쉽다. 전반적으로 높게 제구가 되는 공들은 이제 타자를 압도할 수 없다. 양현종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일요일 경기는 더욱 중요해졌다.
시즌 첫 경기에서 팻딘은 안정적인 피칭으로 1승을 올렸다. 하지만 엘지와 경기에서 1회부터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했다. 1회 장단 3안타가 나오며 엘지는 손쉽게 2득점을 하며 앞서나갔다. 신인 선수들에게 약한 기아 타선은 오늘 경기도 힘들었다.
지난 시즌 5승 7패로 가능성을 보인 김대현에게 완전히 압도를 당했다. 3회까지 삼자범퇴 경기를 한 기아는 4회 선두 타자인 이명기가 볼넷을 얻어 나갔지만 버나디나의 1루 땅볼 병살로 기회를 놓쳤다. 완벽하게 끌려가던 경기에 반격 가능성을 보인 것은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의 솔로 홈런이었다.
팻딘은 1회 2실점 후 안타를 자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 없이 5회까지 막아냈다. 1-2까지 추격을 한 상황에서 기아는 6회 2사 3루 상황에서 버나디나가 김대현을 상대로 잠실에서 가장 깊은 중앙 펜스를 넘기는 역전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버나디나의 역전 홈런으로 승기를 잡아갔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6회 가르시아와 채은성에게 연속으로 같은 코스에 안타를 내주며 무사에 주자를 2명이나 내준 팻딘은 양석환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어제 경기에서도 홈런으로 무너진 기아는 다시 홈런으로 팻딘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실투를 잘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타자들의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엘지 타자들은 기아와 주말 3연전을 통해 타격감을 끌어올려 2승 이상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7회 기아는 1사 만루 상황에서 이명기의 내야 땅볼로 버나디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아쉬웠던 것은 계속된 기회에서 김주찬이 역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주찬의 아쉬움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드러났다. 기아는 2사 상황에서 김선빈이 중요한 볼넷을 얻어내며 역전 가능성을 열었다.
김선빈이 볼넷으로 나간 후 이명기가 안타를 치고, 버나디나가 다시 볼넷을 얻으며 2사 만루라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주찬은 우익수 뜬공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7, 9회 연속으로 만루 상황에서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더 씁쓸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김세현은 첫 타자부터 볼넷을 내주고, 희생번트에 김현수에게 고의 4구로 루를 채우며 병살을 잡는 방식을 선택했다. 박용택을 포수 플라이로 잡아낸 것은 좋았지만, 쿠바에서 온 가르시아의 끝내기 안타로 경기는 그대로 엘지의 몫이 되고 말았다.
토요일 경기에서 오지환이 홈런과 호수비로 경기를 지배했다. 물론 3루수 가르시아의 활약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초반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완벽하게 적응한 가르시아는 무서운 선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키는 크지 않지만 단단한 체구에 완벽한 3루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엘지로서는 호재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아무리 깊고 어려운 수비도 간단하게 잡아내는 가르시아는 상대 팀 타자들로서는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뛰어난 수비 만이 아니라 타선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엘지 가르시아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기아는 주말 잠실에서 양현종과 팻딘이 홈런으로 무너지며 연패에 빠졌다. 시즌 초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올 시즌 각 팀들의 전력 보강이 알차게 이뤄지며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대결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했다.
야구 팬들로서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경쟁이 반가울 듯하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은 시즌 끝까지 극단적 흥미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기아로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불안한 요소들을 내보인 기아로서는 다시 한 번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 홈런 타자들이 가득한 인천 원정에서 어떤 반전을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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