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삼성의 시즌 첫 시리즈에서 흥미로운 기록이 나왔다. 위닝 시리즈는 기아의 몫이었지만, 양 팀의 경기는 모 아니면 도였다. 한 팀이 대량 득점을 하면 다른 팀은 무실점 경기를 하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 되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긍정적일 수 없다. 꾸준함이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선발 출장한 정성훈 노장의 품격을 보여준 맹활약
오늘 경기는 양 팀 모두 5선발이 나선다는 점에서 타격 전이 예상되었다. 어제 경기가 고졸 신인과 프로 2년 차 투수들의 맞대결이었다. 의외로 고졸 신인에 꽉 막힌 기아 타선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경기 역시 백성현과 정용운이라는 점에서 타격 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양창섭의 뛰어난 호투로 이민우의 투구가 묻히기는 했지만, 기아는 4, 5 선발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투수를 확인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임기영이 4월 복귀를 하게 되면 보다 단단한 마운드 구성이 예상된다. 오늘 경기에서 초반 흐름은 백성현이었고, 흔들리면서도 승리를 차지한 것은 정용운이었다.
어제 경기에서 무득점을 한 기아로서는 얼마나 빨리 득점을 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시즌 첫 선발로 나선 정성훈의 마수걸이 홈런은 불안을 해소하게 해주었다. 엘지에서 일방적으로 퇴출 당한 뒤 야구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하던 그는 고향 팀에 정착했다.
누구보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가득했던 정성훈은 오늘 경기의 MVP였다. 타격만이 아니라 1루 수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으니 말이다. 선발 2번 타자로 나선 정성훈의 이 한 방은 어제 경기와 상관없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정성훈의 한 방을 제외하고는 백성현에게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했다. 추가점 기회는 3회였다. 선두 타자인 백용환이 안타를 치고, 김선빈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가며 선두 타자부터 시작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팽팽해지는 상황에서 기아는 이명기 1번 타자에게 번트를 요구했고, 1사 2, 3루 상황에 정성훈과 버나디나라면 충분히 점수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믿었던 두 선수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오늘 경기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기아 선발로 나선 정용운은 안타는 잘 맞지 않았지만 제구가 들쑥날쑥하며 1회부터 볼넷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1회에만 볼넷이 2개나 나왔음에도 삼성은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2회 삼성은 선두 타자인 이원석이 볼넷을 얻어나간 후 박한이의 잘 맞은 총알 같은 타구를 정성훈이 완벽하게 캐치해 리버스 병살을 만들며 흐름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병살이 나오기 전까지 정용운의 투구는 불안하기만 했다. 이 상황까지 볼넷만 3개가 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병살 후 3회 삼자 범퇴를 잡아내며 나름 호투를 보였다. 정용운은 5이닝 동안 92개의 투구 수로 2피안타, 5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다. 정용운은 정성훈의 홈런과 호수비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삼성 선발 백정현은 정성훈에게 1회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기아 타선을 압도했다.
4회까지 좋은 투구를 하던 백정현은 5회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 타자 이범호를 시작으로 다섯 타자가 연속으로 진루하며 만루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며 4-0까지 앞서 나갔다. 하지만 만루 상황에서 버나디나와 최형우가 나왔지만 삼진과 적시타로 대량 득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백정현은 4와 1/3이닝 동안 100개의 공으로 9피안타, 3사사구, 1피홈런, 4탈삼진,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4회까지 적은 투구 수로 효과적으로 기아 타선을 막았지만 5회 4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최악의 이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5회 3점을 추가하며 4-0까지 앞서나가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컸다.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역전을 노려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계속된 만루 상황에서 대량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은 불안함으로 다가왔다. 이 모든 불안은 7회 안치홍의 한 방으로 끝내버렸다.
선두 타자로 나선 정성훈이 2루타를 치고, 2사 후 나지완이 볼넷을 얻어나간 후 안치홍은 임현준을 상대로 엄청난 비거리의 3점 홈런을 쳐내며 오늘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치홍의 홈런 페이스가 무섭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과 힘이 조화된 안치홍의 홈런은 우연히 나오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FA로이드인 안치홍과 김선빈으로서는 올 시즌이 무척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 분위기는 안치홍의 폭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정용운이 5회 내려간 후 기아 불펜은 강력함으로 삼성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선발 후보 중 하나인 박정수는 2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간단하게 막아냈다. 이후 김윤동과 문경찬이 나와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전날 대패했던 기아는 곧바로 대승으로 되돌려 주었다. 홈 첫 시리즈에서 기아는 우위를 점했다. 화끈한 타격과 함께 지난 시즌보다 더 단단해진 불펜의 힘을 확인했다는 점도 반가웠다. 필승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어린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다는 것은 긴 리그 경기에서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정성훈과 계약을 한 것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밀어 쳐 홈런을 만들어낼 정도로 정성훈은 여전히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벽한 수비를 보이며 올 시즌 정성훈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했지만, 체력 조절만 잘 해준다면 정성훈은 올 해만이 아니라 내년 시즌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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