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개막전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후 치러진 일요일 경기에서 왜 그들이 2018 시즌 우승 후보인지 이유를 증명했다. 마운드는 안정되었고, 폭발적인 타격은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할 정도였다. 전날 경기 기회에서 제대로 터지지 않았던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KT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안정적이었던 양현종, 상대 마운드 울린 호랑이들의 포효
개막전에서 홈런을 앞세워 전년 우승팀인 기아를 잡은 KT는 두 번째 경기에서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인 타이거즈의 힘을 경험했다. 기아는 전날 경기에서 개막전이라 그런지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정적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패배는 기아에게는 약이 되었다. 헥터가 아쉽게 무너지기도 했지만, 양현종은 달랐다. 여유롭게 왜 자신의 20승 투수인지, 그리고 지난 시즌 MVP 수상자였는지 실력으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양현종이 진정한 한국 프로야구 에이스로 거듭났다는 생각이 드는 경기였으니 말이다.
경기 흐름은 어제와 비슷했다. 1회 기아는 집중타를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전날 집중력이 부족해지며 2득점에 그치며 패인이 되었던 것과 달랐다. 전날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타자들의 노력과 집중력이 오늘 경기에서 그대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피어밴드와 마찬가지로 일요일 경기 선발로 나선 주권의 공 역시 높게 제구가 되었다. 등판해서 조금씩 제구를 잡아가는 스타일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전날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기아 타자들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이명기의 잘 맞은 타구를 로하스가 다이빙 캐처로 잡아내며 KT는 좋은 출발을 했다.
주권으로서는 거기까지였다. 이명기의 타구도 좋았고, 3번 타순에서 2번으로 변경한 버나디나의 타격 역시 뛰어났다. 버나디나 안타에 김주찬의 적시타가 터지고, 최형우 볼넷에 나지완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손쉽게 3-0으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전날 경기에서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이범호는 절치부심했던 듯하다.
주자 두 명을 두고 이범호는 주권의 어설픈 공을 놓치지 않고 커다란 홈런으로 6-0까지 경기를 벌려 놨다. 사실 이범호의 3점 홈런은 오늘 경기가 기아의 압승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 결정적 한 방이었다. 2회에도 1점을 추가해 7-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KT는 양현종 공략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첫 득점은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황재균 높게 제구 된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솔로 홈런을 만든 장면이 전부였다. 맞는 순간 홈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은 공이었다. 비록 점수 차가 크기는 했지만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내주고 잠깐이라도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과거 양현종이라면 굴곡이 있는 감정 변화와 투구로 이어지던 상황이 오늘 경기에서는 없었다. 황재균에게 홈런을 내준 후에도 평온함을 유지하는 양현종은 정말 성장했다. 가볍게 세 타자를 잡아내는 양현종에게는 그 어떤 불안 요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에도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던 나지완은 올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이루지 못한 100타점을 올 시즌에는 꼭 이루고 싶다는 소망처럼 개막 경기부터 타점을 낸 나지완은 6회 홈런까지 쳐내며 올 시즌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군 문제로 2년 정도 심한 고생을 한 나지완의 부활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되었고, 올 시즌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어 보인다.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도 기아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8회 대타로 나선 최원준은 KT의 마무리인 김재윤을 상대로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고졸 신인으로 가능성을 보인 최원준은 올 시즌 두 경기 만에 홈런을 기록하며 그 성장세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몸 쪽으로 깊이 들어온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범호의 백업 멤버이지만 충분히 미래 기아의 3루수 자원이 되어야 하는 최원준의 성장이 얼마나 이뤄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개막전 아쉬움을 곱씹었던 이범호는 주전들이 교체된 상황에서도 8회 다시 타석에 나섰다. 그리고 1회 3점 홈런에 이어 8회에도 투런 홈런을 치며 단숨에 2개 홈런에 5타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도 강력한 7번 타자임을 증명했다. 이범호가 4, 5번이 아니라 7번이라는 사실이 기아의 강력함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81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1피홈런, 무사사구, 1실점을 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투구수로 보면 완봉 도전도 가능한 상황이어지만, 시즌 초반부터 무리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지난 2시즌 동안 엄청난 이닝 소화를 했다는 점에서 체력 조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범호의 2개의 결정적 홈런이 돋보였지만 리딩 히터인 이명기의 활약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개막전 2안타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3개의 안타를 치며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1번 타자는 출루를 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기의 2경기 다섯 개의 안타는 곧 기아가 손쉽게 득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멀티 안타만이 아니라, 7회 무사 상황에서 안타를 내준 뒤 윤석민 타구는 묘하게 흘러갔다. 윤석민에 맞춰 좌측으로 많이 옮겨간 상황에서 빗맞은 타구는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안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소한 2, 3루이거나, 최대 득점을 하고 타자는 2루까지 진루할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이명기는 빠른 발로 열심히 타구를 쫓았고, 그렇게 안정적으로 잡아내며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오늘 기아는 왜 그들이 우승 후보인지 잘 보여주었다. 양현종 뒤에 마운드에 오른 문경찬과 유승철은 강력한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점수 차가 큰 상황에서 부담이 적은 탓이었겠지만, 신인 선수들이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해준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니 말이다. 이제 시즌은 시작되었다. 개막 경기를 놓친 것은 아쉽지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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