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연패 뒤 2연승을 했다. 개막전에서 패했던 헥터는 두 경기 연속 1선발 다운 투구로 승리를 이끌었다. 역전을 당한 후 곧바로 재역전을 시킨 기아는 완연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과 인천 원정에서 방전되었던 기아 타선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헥터 호투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꾼 김선빈의 역전 적시타
초반 팽팽하던 경기는 볼 넷 하나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 번의 선택은 넥센에게 절망이었고 기아에게는 역전의 순간이 되었다. 헥터와 최원태의 선발 맞대결은 초반 득점들이 오갔지만 팽팽했다. 두 투수 모두 안타를 많이 내줬지만 의외로 실점이 적은 경기를 했다.
1회 양 팀 선발은 모두 좋지 않았다. 헥터는 1회 2개의 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을 하지는 않았다. 최원태 역시 1회부터 불안했다. 기아는 1사 후 버나디나가 4구를 얻고, 김주찬의 안타에 다시 최형우가 4구를 얻으며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나지완의 적시타를 선취점을 뽑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안치홍이 삼진을 당하며 대량 득점 기회를 놓쳤다. 이범호는 손목에 공을 맞으며 교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했다. 만루에서 밀어내기 사구로 2-0으로 앞서가기는 했지만 이범호를 잃었다는 사실은 큰 타격이었다.
기아는 1회 대량 득점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루 상황에서 겨우 2점을 뽑는데 그쳤다는 점이 아쉬웠다. 뽑아야 할 점수를 뽑지 못하자 넥센은 2회 바로 반격에 나섰다. 1사 후 김혜성과 김지수가 연속 안타를 치고, 2사 상황에서 이정후가 적시타를 치며 추격을 시작했다.
기아는 2회 추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적시타가 부족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지완의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가 되며 점수를 뽑지 못했다. 이후 잠잠하던 두 팀은 5회 다시 터졌다. 시작은 넥센이었다. 1사 후 임병욱의 2루타가 중요했다.
임병욱이 오버런을 하는 상황에서 3루수 정성훈이 잡아 2루로 던져 아웃을 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송구가 빗나가며 임병욱은 3루까지 자연스럽게 진루하게 되었다. 이후 고종욱의 적시타로 동점을 내주고, 초이스의 2루 땅볼로 2-3 역전을 만들어냈다.
송구 실책 하나가 역전을 만드는 빌미가 되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 송구가 실책이 아닌 아웃으로 이어졌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흐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3으로 역전 당했지만 기아는 5회 말 공격에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선두 타자인 최형우가 그 만을 위한 수비까지 뚫어내며 안타를 만들어냈다.
최형우가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나지완과 안치홍이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놓치는 듯했다. 하지만 최원태는 정성훈을 4구로 내줬다. 이 상황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투구수는 100개가 넘어섰고, 정상적이라면 교체를 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한 타자만 잡으면 승리 투수 요건이 갖춰진다는 점에서 쉽게 바꿀 수도 없었다.
오늘 경기의 흐름은 바로 이 순간 나왔다. 2사 1, 2루 상황에서 최원태는 김민식과 승부를 하지 못하고 4구를 내주며 만루를 만들어주었다. 승부를 걸어야 했던 김민식을 내보낸 후 바로 김선빈에게 1루수 글러브를 맞고 흐르는 싹쓸이 역전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워낙 잘 맞은 타구였다는 점에서 박병호가 제대로 잡는 것은 어려웠다. 싹쓸이 2루타를 친 김선빈이 오버런을 하다 귀루하며 보인 멋진 슬라이딩은 그의 야구 아이큐가 얼마나 높은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추가 득점을 하지는 못했지만 김선빈의 역전 적시타와 멋진 슬라이딩은 경기 자체를 바꿨다.
흐름을 탄 기아는 6회에도 3점을 추가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손바닥 부상으로 타격이 원할하지 않은 버나디나의 기습 번트를 투수가 실책 하며 기아 공격은 시작되었다. 김주찬과 최형우가 연속 2루타를 치고, 안치홍의 희생 플라이와 김민식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경기는 8-3까지 벌어졌다.
8회 나지완은 진귀한 홈런까지 쳐내며 대승을 완성했다. 바람이 강했던 오늘 경기에서 나지완이 친 타구는 정상적이었다면 좌측 폴대를 넘어 파울이 되는 타구였다. 하지만 높이 올라간 타구는 바람을 타고 폴대 안쪽으로 떨어지며 투런 홈런이 되었다. 하영민으로서는 최악의 순간이었고, 타격감이 떨어져 있던 나지완으로서는 기분 좋은 홈런이었다.
헥터는 7이닝 동안 103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3실점을 하며 시즌 2승을 올렸다. 피안타율이 높기는 하지만 뛰어난 집중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헥터의 능력은 오늘 경기에서도 돋보였다. 8회 마운드에 오른 박정수가 홈런으로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좋은 볼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9회 많은 점수 차를 등에 업고 마운드에 오른 유승철의 투구도 좋았다. 2안타를 내주며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낮게 깔리는 직구의 위력은 대단했다. 자주 등판하게 되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음을 유승철은 자신의 투구로 잘 보여주었다.
이범호가 부상으로 이탈한 것을 제외하면 오늘 경기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최형우의 5출루 경기와 나지완과 김선빈이 2안타로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도 반가웠다. 물론 이명기가 5타수 무안타로 급격하게 무너진 모습은 슬럼프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불안하게 다가왔다.
헥터는 시즌 첫 경기를 제외하면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원정 경기에서 공들이 몰리며 결정적 홈런을 내주고 무너졌던 양현종이 토요일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막강한 넥센 타선을 상대로 효과적인 투구를 한 헥터, 그리고 결정타로 승리를 이끈 김선빈까지 충분히 기아가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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