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의 3점 홈런은 컸다. 결국 이 점수를 넘어서지 못하고 경기는 끝났으니 말이다. 전 등판에서 어이없는 홈런을 내주며 패했던 양현종은 오늘 호투로 상처 난 자존심도 챙겼다. 넥센은 선발 양현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양현종 전 경기 패인 딛고 완성한 호투, 안치홍 FA로이드 홈런 신기록 도전한다
양현종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였다. 전 경기인 엘지와 승부에서 허무하게 내준 두 개의 홈런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던 그로서는 만회해야 했다. 그리고 양현종은 단박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했고, 그렇게 전 경기 아쉬움을 씻어내며 팀 연승을 이끌었다.
오늘 경기는 양현종과 안치홍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치홍이 홈런도 잘 때리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치기는 했지만, 누구도 그에게 이런 많은 수의 홈런을 요구하지 않았다.
안치홍은 지난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내고도 겨울 훈련 내내 타격 폼을 다시 바로 잡고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그의 하체를 보면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탄탄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그의 파괴력 넘치는 타격은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서게 만드는 힘이다. 안치홍의 이 홈런은 팀 3, 900 홈런이기도 했다. 삼성에 이은 두 번째 홈런 군단의 기록은 안치홍이 쓰게 되었다.
양현종의 오늘 투구는 불안함이 없었다. 전력을 다한 투구도 아니었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투구가 아닌 구속을 낮추고 제구력에 보다 집중했다. 여기에 커브를 이용해 빠른 승부를 유도한 투구 전략도 좋았다. 실점 위기들도 있었지만 대량 실점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오늘 경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브리검으로서는 2회가 가장 가슴 아팠을 듯하다. 1회 삼자범퇴로 가볍게 제압했던 브리검은 2회 첫 타자로 나선 최형우에게 안타를 내줬다. 그리고 나지완에게 4구를 내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승부를 하지 못하고 4구로 내준 후 타격감이 가장 좋은 안치홍과 승부를 한 것이 패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치홍을 상대로 브리검이 실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치홍의 타격은 힘이 실렸다. 단단해진 하체의 힘으로 밀어내는 타구는 강력하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그의 타격은 많이 달라졌다. 스윙 과정에서 군더더기가 없고, 허리 회전 역시 부드럽게 이어지며 장거리 타자로서 모든 것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안치홍의 3점 홈런 한 방은 기아에게는 결정적이었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선취점을 이렇게 뽑아내면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센에게도 바로 기회는 찾아왔다. 3실점 후 곧바로 3회 1사 후 이정후 타구를 3루수 최원준이 잡기는 잘 잡았지만 송구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
실책성 안타가 나온 후 임병욱이 깨끗한 좌중간 안타를 만들며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돌아온 홈런 타자 박병호와 승부에서 볼이 늘자 김기태 감독은 즉시 4구를 신청했다. 어설픈 승부는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최근 붙임이 많아진 초이스를 상대로 2루 땅볼로 잡아내며 만루 상황을 실점 없이 벗어났다.
위기를 벗어나자 기아는 점수를 뽑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전날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였던 이명기가 안타를 치자, 최원준이 완벽한 보내기 번트로 2루로 보내니 김주찬이 적시타로 점수를 뽑아냈다. 가장 이상적인 공격 패턴으로 점수를 얻은 기아는 공격도 순조로웠다. 후속 타선에서 상대 실책에서도 병살로 기회를 더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넥센의 유일한 득점은 4회 나왔다. 1사 후 허정협이 2루타로 기회를 만들고 2사 후 벤치는 김태완을 대타로 쓰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정후와 임병욱의 연속 안타로 다시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김하성이 낮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성급한 초구 승부는 그래서 더 아쉽게 다가온다.
양현종은 6이닝 동안 103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2승을 올렸다. 기아는 임기준과 임창용을 나눠서 1이닝을 맡기며 넥센 추격을 막아내고, 김윤동과 김세현을 통해 8, 9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5-1 승리를 완성했다.
오늘 경기 승리가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얻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4주 결장이 확정된 이범호를 대신해 최원준이 출전했다. 손바닥 부상이 있는 버나디나를 대신해 오준혁을 선발로 내세웠다. 어제 결승타를 때렸던 김선빈이 약간의 허리 부상으로 인해 황윤호가 선발로 나섰다.
세 선수들이 2안타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공격에서 큰 의미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수비에서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특히 김선빈을 대신 해 유격수로 나선 황윤호의 수비는 충분히 좋았다. 주전으로 한 시즌을 뛰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안타를 만들어내는 장면에서도 방망이 스피드가 매력적이었다. 출전 기회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는 점에서 반가웠다. 기아는 주전 3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그 공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경기를 치렀다. 이 상황이 중요한 것은 긴 시즌을 치르며 강팀으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올 시즌도 충분히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2018 시즌 첫 3연승을 한 기아가 홈에서 첫 스윕까지 할 수 있을지는 팻딘의 어깨에 달렸다. 양현종처럼 엘지와 경기에서 홈런으로 무너진 팻딘이 홈에서 자존심을 만회할지 궁금해진다.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보다 집중만 하면 충분히 넥센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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