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최악의 상황에서 겨우 승리를 얻었다. 홈 6연전에서 2승 4패를 한 기아는 현재 그들의 전력이 어느 수준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중위권 팀도 위태로울 정도라는 사실만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일 경기는 많은 의미를 보여주었다.
아쉬웠던 팻딘의 조기 강판, 류승현의 맹타 황윤호의 끝내기 결승타 팀을 구했다
기아는 홈에서 가진 6연전에서 반전을 꿈꾸었다. 하지만 최악의 졸전들이 이어지며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격은 여전히 들쑥날쑥하고, 선발 야구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벤치의 잘못된 판단까지 이어지며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부진과 부상으로 힘들어 하던 나지완을 말소하고 신인 류승현을 콜업해 곧바로 5번 타자 3루수로 기용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베테랑들이 노련하게 경기를 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나쁜 흐름 속에 기존 선수들의 무감각도 한몫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긴장감은 떨어지고 실력은 압도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는 무기력함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베테랑들을 놔두고 젊은 선수들로 시즌을 끌어갈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메기 효과'를 활용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류승현, 박준태, 오준혁, 최정민은 선발 라인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경기에 나서 좋은 기록들을 남겼던 박준태와 최정민은 오늘 경기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다. 하지만 오준혁은 여전히 방망이가 살아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고졸 신인 류승현의 등장은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3년 전 후순위로 기아 유니폼을 입은 류승현은 주목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위 순위 선수라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프로에서 기회를 살리고 성공할 수 있음을 류승현은 잘 보여주었다. 2군 리그에서 류승현은 좋은 타격감과 기회에 터지는 타점 능력으로 벤치의 부름을 받았다.
신인 선수가 5번 타자로 배치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아니 파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류승현은 최소한 최형우보다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었다. 첫 타석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프로 데뷔 첫 타점을 올리기까지 했다.
3루 수비 과정에서 불규칙 바운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실책을 기록한 것이 흠이었지만, 이는 경험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다. 프로 데뷔 첫 경기에서 3타석 2타수 2안타, 1사사구 기록은 대단하다. 물론 다음 경기에서도 오늘처럼 잘 해줄 것이란 확신은 없다.
2군과 달리, 1군의 정교한 제구와 각이 큰 변화구 등 적응해나가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인이 기회를 잡고 1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팀이 산다. 박준태는 오늘 경기에서 3점 홈런을 날리며 두 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타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우익수 수비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수비 순발력이 타격보다 좋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늘 팻딘은 빗맞은 안타로 위기를 만들고 실점을 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수비 위치 조정으로 인한 수비 문제도 있었겠지만, 타격 직후 수비를 해야 하는 야수로 박준태는 많은 아쉬움을 줬다.
우익수 안타 중 상당수가 수비 위치 선정 문제와 더딘 순발력이 만든 결과였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장거리 타자가 아닌 상황에서도 펜스 근처에서 수비를 하는 것은 문제다. 보다 앞으로 나와 수비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정진호의 타구들이 전반적으로 그렇게 안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팻딘으로서는 답답한 경기였을 듯하다. 조금만 자신에게 운이 돌아왔다면 그렇게 대량 실점을 하고 조기 강판을 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을 경기였기 때문이다. 승운도 없고, 경기 중 바가지 안타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를 평정심을 가지고 던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팻딘을 조기 강판하며 올린 김윤동, 심동섭, 임기영은 모두 실패했다. 선발 자원인 임기영까지 투입할 정도로 오늘 경기 승리가 간절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하게 재기되고 있는 불펜 문제가 올 시즌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왜 이 문제를 그 오랜 시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선수들과 코치들 중 누가 문제인지 팬들은 궁금하다.
8, 9, 10회 연이어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기아는 정규 이닝에서 충분히 경기를 마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8회 8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안치홍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늘 4안타 경기를 했지만, 결정적 순간 득점타가 나오지 않았다. 최형우는 그 역할을 해야 할 4번타자였지만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타율은 3할 3푼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타점이 33 타점인 최형우는 좀처럼 해결사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그나마 김주찬이 2사 상황에서 겨우 동점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를 친 것이 대단한 위안이 되었다. 이 타점마저 나오지 않았다면 기아는 역전패를 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9회 말에도 결정적인 1사 만루 기회가 있었지만 김선빈의 병살타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10회 안치홍과 최형우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를 만들자 김주찬을 고의 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편 두산은 한승택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잡아내 다시 성공하는 듯했다.
이 상황에서 두산은 베테랑 정상훈을 다시 고의 4구로 내보냈고, 만루 상황에 나온 황윤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고의 4구로 내보낸 후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란 판단을 가지고 타격에 임했다. 그리고 그는 초구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끝내기 적시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의 선택이 맞았던 셈이다.
황윤호의 끝내기 안타로 스윕을 막고 승리를 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여유있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왔다는 점에서 기아는 불안하다. 수비 코치가 잘못인지, 상대 타자들이 기아만 만나면 데이터와 다른 타구를 만드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문제가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KT와 롯데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에서 기아는 팻딘을 한 차례 쉬게 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윤석민을 다시 마운드에 올린다면 부진했던 팻딘을 쉬게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아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팀 전체가 제대로 톱니바퀴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현재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 라인업처럼 보다 파격적으로 현재 상승세인 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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