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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박항서 매직 베트남 스즈키컵 우승 축구가 만든 위대한 가치

by 스포토리 2018.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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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를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에서 생중계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한국 대표팀 상대가 베트남이어서 중계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를 시청률이 보장된 드라마를 빼고 편성할 정도로 박항서 매직은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뜨겁다.


을들의 반란과 같은 박항서와 베트남의 성공기, 모두가 열광한다



극적이었다. 말레이시와 결승에서 베트남은 종합 점수 3-2로 승리하며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했다. 단 두 번의 우승 경험. 이 두 번째 우승은 특별한 가치를 베트남은 가질 수밖에 없다. 축구 열기는 지구촌 그 어디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의 축구 사랑에 비해 실력이 늘지 않아 항상 변방에 있던 이들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베트남을 이끄는 박항서 감독이 있다. 국내에서 나이 들어 더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던 그는 베트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스스로도 왜 자신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모든 설명은 1년 만에 완성되었다.


청소년 축구를 발전시켜 축구 강국으로 만들고 싶었던 베트남은 23세 이하와 성인 대표팀 모두를 박 감독에게 맡겼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더 컸다. 보다 유명한 감독을 데려오지 않았다는 비난도 있었다. 경기 중 졸았다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쓴 주인공 중 하나라는 것이 큰 의미를 가졌지만, 이후 박 감독이 성공보다는 실패한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서도 부정적으로 대하는 이유였다. 박 감독이 이런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다. 스타 선수나 코치도 아니었던 자신이 이런 중책을 맡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은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박 감독은 알고 있었다. 결국 결과다. 실력을 키워 좋은 결과를 내놓으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게 스포츠이고 그것이 곧 삶이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던 선수들을 위해 식단부터 바꿨다. 그리고 최소한 식사 시간 만이라도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개인화된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중요하다. 단순히 공만 차면 그만인 것이 축구는 아니다. 서로 얼마나 소통이 잘 되느냐가 결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감독의 방식은 적중했다. 식단을 바꿔 체력을 높였다. 먹기만 한다고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힘을 낼 수 있는 식단과 적절한 체력 훈련은 선수들을 바꿔 놓았다.


식사 시간에도 휴대폰만 보며 말도 없었다는 선수들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대화가 많아지면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에서도 그런 끈끈함은 팀을 하나로 만든다. 그 결과는 지난 1월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경기에서 터졌다.


지난 1월 중국에서 개최되었던 U-23경기에서 베트남은 한국도 올라가지 못한 결승까지 진출했다.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던 베트남. 그런 베트남은 어린 선수들을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린 것이 바로 박항서 감독이다.


U-23경기를 치른 베트남은 화제였다. 매 경기 화끈한 공격력과 함께 역전을 이끌어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끈끈함을 보인 베트남 축구에 많은 이들이 매료되었다. 눈을 보기 어려운 베트남에게 결승전이 열린 그날은 최악이었다. 눈이 너무 쌓여 경기가 힘들 정도였다. 


눈 자체가 신기한 베트남 선수들은 그렇게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이어가고 있는 우즈베키스탄과 설중혈투를 벌였다. 추위와 눈에 익숙한 그리고 이미 U-23에서 최강국으로 꼽힌 우즈벡을 상대로 막판 역전골을 내주며 패하기는 했지만 베트남 축구가 강렬한 인상을 축구 팬들에게 심어주었다.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베트남 축구는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과 계약하며 원했던 것은 스즈키컵 우승이었다. 1년 동안 팀을 만들어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시키라는 요청이었다.


AFC U-23 챔피언십이나 아시안게임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게 낮은 급의 경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의 베트남 축구가 뭔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목표치보다 너무 높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전력을 갖춘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이다. 물론 '스즈키컵'에 대한 동남아의 열정을 생각해보면 우승에 대한 갈증은 당연하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동남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렸던 베트남이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단박에 올라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 번의 센세이션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이 정도는 누구라도 반짝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이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며 축구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청소년 축구가 성과가 우연이 아닌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으니 말이다. 비록 한국에 져서 결승에 올라가지 못하고 4위를 차지하며 메달도 걸지 못했지만, 베트남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순간이었다. 성인 대표팀임에도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U-23 주축 선수들과 함께했다.


80% 이상이 U-23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더 놀랍다. 그리고 그래서 베트남 축구의 미래는 밝아질 수밖에 없다. 이 전력을 가지고 스즈키컵에 나선 베트남은 무패 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동남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태국을 힘겹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온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원정 경기에 모인 관객이 8만 명이다. 남미의 축구 열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열광적인 모습은 신기하게 다가올 정도다. 왜 베트남 축구연맹이 스즈키컵 우승을 간절하게 원했는지 축구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초반 2골을 넣은 후 아쉽게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기는 했지만 원정 무승부는 중요했다.


베트남 홈 경기 역시 4만 관중이 가득했다.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최대치가 4만이었을 뿐이다. 경기장 밖에 수백 만의 국민들이 경기를 함께 보며 환호했다. 마치 우리의 2002 거리 응원을 떠올리게 하는 열광은 우리를 다시 과거로 돌아가 함께 환호하게 만들 정도였다.


첫 골을 잘 지키며 종합점수 3-2로 10년 만에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있었다. 노련한 선수 기용을 통해 체력 안배를 철저히 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다. 베트남 축구가 1년 동안 말도 안 되는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은 많다.


축구 순위 100위 권 밖에 팀들이 가지는 한계를 여전히 베트남 축구도 지니고 있다. 여전히 체력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보다 체력적인 수준을 높여야 하고, 세트 피스에 대처하는 방식도 좀 더 익혀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팀과의 경쟁력이 아닌 이제 아시아 축구 중심과 맞설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베트남 전국을 열광으로 이끈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축구의 체질 개선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박 감독의 성공은 곧 베트남 축구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베트남 축구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체가 따라할 수밖에 없다. 체력과 정신력만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전술을 바탕으로 한 축구에 대해 눈을 뜰 수밖에 없다.


박항서 감독의 축구는 단순히 베트남 축구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축구 자체를 바꿔 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떠오르는 경제 성장국가인 베트남. 그리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동남아시아 국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축구 열기가 뜨거운 그곳에서 불고 있는 박항서 매직은 이들 전체를 바꿔 놓을 수밖에 없다.


중국보다 교역량이 더 높아진 베트남.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 축구의 힘은 그래서 위대하다. 대기업들과 대중문화로 이미 베트남에 한국은 익숙하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 전체를 하나로 모아 열광하게 만드는 축구의 힘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낳을 수밖에 없다.


민간 외교관으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낸 박항서 감독. 우승 후 인터뷰 과정에서도 그는 한국과 베트남의 우호에 대한 언급했다. 베트남이 한국을 더 사랑할 수 있기 바란다는 박 감독의 묵직한 한 마디는 그래서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1년 동안 엄청난 성과를 이뤘지만 박 감독 앞에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이제 가시밭길을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모두의 눈높이가 올라간 상황에서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내줘야 한다. 그리고 아시아 축구의 중심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좌절도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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