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우여곡절 끝에 무관중 리그를 시작했다. 관중은 없지만 리그가 시작되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많은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비록 현장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집에서라도 야구를 시청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중이다.
야구팬들의 감성은 비슷하다. 여전히 리그 개최와 관련해 그 어떤 원칙도 세우지 못하는 메이저리그는 사상 처음으로 KBO 리그 중계권을 사서 매일 한 경기씩 중계를 하고 있다. 새벽 시간에 중계가 되지만 많은 미국 야구팬들은 한국 야구에 빠지고 있다니 신기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KBO 역대 최고의 스타 외국인 감독인 맷 윌리엄스의 기아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을 듯하다. 워낙 강력한 타격을 보였고, 메이저리그 감독으로서도 좋은 기록을 남겼던 윌리엄스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야구팬들에게는 큰 관심이었다.
광주 홈에서 가진 키움과 시즌 개막 3연전은 아쉬움이 컸다. 마지막 한 경기를 이겼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앞선 두 경기 내용은 문제가 많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타선의 문제는 여전히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믿었던 양현종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내준 첫 경기도 그렇지만, 첫 선을 보인 브룩스가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기대치를 높였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5와 2/3이닝을 1 실점을 한 브룩스의 투구는 올 시즌 기아의 반등을 위한 최고의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개막 시리즈 역스윕을 당할 수도 있는 경기에서 기아는 중요한 반격을 통해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난 두 번의 패배보다 역전을 통해 반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기대치를 높일 수 있었다. 이민우 vs최원태 선발 경기는 의외로 허무해 보일 정도였다.
이민우가 1회부터 무너지며 4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볼넷과 안타가 반복되며 좀처럼 상대를 압박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회 난타를 당한 후 부담을 덜고 좀 더 경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5와 2/3이닝 동안 4실점을 했지만, 1회 실점 후 추가 실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민우에 대한 기대는 다음 경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 듯하다. 윌리엄스 감독 역시 가뇽보다 이민우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음을 반증한다.
양현종-브룩스-이민우-가뇽-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초반 5 선발 체제를 봐도 윌리엄스 감독이 이민우에게 얼마나 기대가 컸는지 알게 한다. 1회 불안을 떨치고 이후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는 점에서 감독의 선택이 나쁘지는 않았단 사실을 증명했다.
이민우와 비슷하게 키움의 선발 최원태 역시 1회가 고비였다. 4점을 안고 시작했지만 1회 바로 2 실점을 하며 경기 승패를 알 수 없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유민상의 잘 맞은 타구가 김하성의 호수비에 막히지 않았다면 경기는 기아로 보다 빨리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1회 이후 의외의 투수전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7회 기아가 반격에 나서며 화끈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7회 나지완이 첫 안타를 타점으로 만들며 1점차로 좁힌 것은 중요했다. 그 과정에서 윌리엄스 감독이 키움 투수인 이영준의 투구 행태를 지적한 것도 주효했다. 타자 기만행위라는 감독과 일관된 반복은 괜찮다는 심판의 판단과 상관없이, 한 번 흔들자 이영준도 흔들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1점을 추격한 기아는 8회 타선이 폭발하며 스윕을 막아냈다.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백용환은 자신의 시즌 첫 홈런을 동점포로 만들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타구였다. 백용환의 동점 홈런을 시작으로 오래간만에 타이거즈 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전날 결정적 실책을 했던 최원준이 다섯 타석만에 안타를 쳤고, 시즌 초반 타이거즈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김선빈이 볼넷을 얻으며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자 최형우가 역전 적시타를 쳐냈다. 그리고 대미는 터커였다. 지난 시즌 중반에 들어와 재계약에 성공했던 터커는 그 이유를 증명했다.
경기를 완전히 지배한 3점 홈런으로 키움의 스윕을 막아냈으니 말이다. 터커가 이 정도의 모습만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장기 계약도 가능해 보인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결과까지 따라주면 최적의 외국인 선수가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키움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모터가 데뷔 첫 홈런으로 따라붙기는 했지만, 점수차를 더는 줄일 수는 없었다. 마무리로 나선 문경찬은 시즌 첫 등판이라 그런지 조금은 들뜬 모습을 보였다. 좀 더 차분한 경기를 해줘야 하는 이유를 오늘 경기는 잘 보여주기도 했다.
시즌 초반 실전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패배가 가장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경기를 이기기만 하면 문제점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시즌 끝까지 잘하면 우승이겠지만, 그런 경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시즌 첫 시리즈는 윌리엄스 감독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을 듯하다.
3 경기만에 첫 승으로 꽃다발을 받은 윌리엄스 감독으로서는 한국 야구에서 어떤 대안과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을 듯하다. 관심이 집중되면 부진하던 양현종이 일요일 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세워주기만 한다면, 타격이 가장 약하다고 평가되는 삼성 원정 경기에서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어 보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새로운 어린 선수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기아가 우승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는 적을 것이다. 최소한 3년 이상 팀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 윌리엄스 감독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아쉬움이 교차되는 경기들도 많을 것이다. 이를 이겨내고 새로운 팀 컬러를 갖춘 호랑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야구를 재미있게 보는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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