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의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기아 타선은 완벽한 침묵이었다. 7회 1사까지 퍼펙트로 경기를 이끌던 라이트를 무너트린 것은 터커였다. 그렇게 극적으로 기아는 NC를 잡았다. 기아의 마운드는 이제 브룩스와 가뇽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룩스는 기아만이 아니라 현재 한국 프로야구 전체 선발진들 중에서도 최고 중 하나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브룩스가 등판하는 날 타자들이 얼마나 도와주느냐는 단순히 투수만이 아니라 팀 승리에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에이스와 호흡이 중요해 보인다.
가뇽 역시 좋은 투구를 보이고 있지만, 타선의 엇박자로 인해 승수 쌓기가 쉽지 않다. 다섯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가뇽은 분명 기아에게 중요한 자원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 기아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성공이라 단정해도 좋을 정도로 좋다.
오늘 경기는 라이트의 일방적인 원맨쇼였었다. 라이트를 공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기아 타선은 철저하게 무너졌다. 기아 타선의 롤러코스터는 오늘 경기에서는 침묵이었다. 6회까지 모두 삼자범퇴를 당할 정도였다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라이트가 오늘 경기에서 좋은 퍼포먼스로 기아 타선을 압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략을 못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는 기아 타선이 답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아 타선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이 NC 타선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다.
3회 2사 상황에서 기아에서 NC로 넘어간 이명기의 2루타는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김준완의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선취점을 뽑은 NC로서는 이후 공격이 아쉬웠다. 가뇽이 급격하게 흔들리며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준 후 양의지에게 몸에 붙이는 공을 던지다 사구까지 내줬다.
두 개의 안타에 두 개의 사사구까지 2사 후에 나왔다. 이는 선발 투수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고, 대량 실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뇽이 대단한 투수라는 것은 이런 위기 상황에 잘 대처한다는 것이다.
2사 만루 상황에서 박석민을 루킹 삼진으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났다. 4회에도 가뇽의 실점이 나왔다. 1사 후 모창민의 타구가 3루타가 되었다. 쉽지 않은 타구이기는 했지만, 중견수라면 처리할 수도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선발 중견수로 나선 최원준은 펜스 처리를 못하며 흘리고, 그렇게 위기가 만들어졌다.
김호령이 이후 비슷한 타구를 가볍게 처리하는 장면을 보면 중견수 수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다. 최원준의 이 아쉬운 수비 하나는 결국 1사 3루를 만들었고, 이원재의 적시타가 터지며 0-2까지 점수를 벌이는 이유가 되었다.
가뇽은 5와 2/3이닝 동안 112개의 투구수로 6 피안타, 5 사사구, 4 탈삼진, 2 실점을 기록했다. 사사구가 많았다는 것은 문제였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투구를 했다. 사사구가 늘어나며 투구 수가 급격하게 늘어 이닝 수가 적었다는 점이 가뇽의 가장 아쉬운 내용이었다.
라이트에게 완벽하게 공략당한 기아 타선은 7회 1사 후 터졌다. 6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퍼펙트 경기를 이끌던 라이트는 7회 첫 타자인 김선빈까지 가볍게 잡으며 대기록을 세우는 듯했다. 하지만 터커가 그 모든 것을 멈춰버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터커의 한방은 시원했다. 모든 침묵을 깬 터커의 홈런으로 라이트의 기록은 무너졌고, 기아는 역전으로 향해 나아갔다.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사를 만든 라이트는 나지완에게 안타를 맞았다.
벤치에서 이 상황에서 불펜을 작동시켰다면 1점차 경기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7회 1사까지 완벽한 투구를 해서 투구 수까지 좋았던 라이트를 바꾸지 못한 것인 패인이었다. 나지완의 안타에 김민식까지 안타를 치며 2사 상황에서 역전 주자까지 나간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완성한 이는 유민상이었다. 라이트를 공략해 역전 2타점 2루타를 친 유민상은 그렇게 기아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기아는 가뇽이 마운드를 내려간 후 짧은 투구로 불펜을 가동해 NC의 타선을 막아냈다.
이준영, 정해영, 홍상삼에 이어 전상현이 마무리한 오늘 경기는 그렇게 마운드의 힘과 7회 터진 타선으로 인해 귀중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1과 1/3이닝을 소화한 전상현은 1점차 승부에서 8회에 나온 후에도 세이브를 만들어냈다.
리그 1위 팀을 상대로 전상현이 보여준 이 투구는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가 기아의 마무리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볼넷을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고, 양의지를 병살로 처리하는 과정은 강렬했다. NC의 핵심 타선을 잡고 만든 1점 차 승리였으니 말이다.
임기영이 선발로 나서는 일요일 경기에서 기아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NC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부침이 잦기는 하지만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기아가 중위권에서 상위권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 흥미롭게 다가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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