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의 한 방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2군에서 돌아온 임기영이 6회까지 책임을 지며 3 실점으로 첫 퀄리티스타트를 보였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여전히 힘겹게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작은 부분들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양현종이 메이저로 간 후 가장 큰 고민은 선발 자원이었다. 양현종이 있을 당시에만 해도 에이스가 두 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외국인 투수까지 합세해 최소 3명의 단단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현종이 빠진 현재의 기아는 단순히 -1 이상의 문제를 보이고 있다.
브룩스와 멩덴을 제외하고는 믿을 선발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루키 이의리가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의리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여름을 지나 봐야 한다. 몇 경기 내용만 보고 이의리가 기아의 확실한 선발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의리가 차기 기아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그가 보여준 실력과 담대함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성장 중이고, 그를 어떻게 관리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느냐는 벤치의 몫이다.
오늘 경기에서 기아는 선취점을 내며 좋은 출발을 했다. 물론 변비 타선으로 인해 더 많은 득점도 가능한 상황에서 1점을 얻는데 그쳤다는 것은 큰 문제이기도 하다. 최형우의 볼넷, 류지혁의 안타에 이은 이창진의 적시 2루타가 나왔는데 1점에 그쳤다.
무사에서 벌어진 상황들이었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이 1루 파울 플라이에 연속 삼진을 당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대량 득점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기아의 타선은 분명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이를 해소할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3회까지 한화 타선을 상대로 볼넷 하나만 내준 채 잘 막던 임기영이 4회 흔들림 대량 실점을 하고 말았다. 선두 타자인 노수광에게 사구를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볼넷을 내주고 4번 힐리를 삼진으로 잡기는 했지만, 이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3 실점을 하고 말았다.
기아는 2회 겨우 1점을 뽑는데 그쳤지만, 한화는 기회가 오자 3점을 뽑으며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한화보다 응집력이 떨어지는 타선이라는 점에서 기아의 문제는 심각하게 떠오를 수밖에 없다. 4회 이창진이 투수의 송구실책으로 살아나가고 한승택이 적시 2루타로 2-3까지 따라붙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7회였다. 1사 상황에서 박찬호가 볼넷을 얻어나간 것이 기회였다. 2사 후 김선빈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이어갔고, 이를 마무리한 것은 바로 터커였다. 아직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역전 2타점 적시타로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터커가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고, 타구 속도가 빠르며 정타가 맞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홈런도 터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터커의 방망이도 뜨거워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5월이 되면 터커의 지난 시즌 모습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도 해보게 된다.
문제는 나지완이다. 주장으로 역할이 힘들기는 하겠지만, 좀처럼 방망이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라인업에 오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할대 타율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그럴 기미가 현재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임기영은 6이닝 동안 90개의 공으로 2 피안타, 4 사사구, 2 탈삼진, 3 실점을 하며 물러났다.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드라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전 경기들을 보면 초반은 좋은 피칭을 하다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들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3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하고, 타순이 돌자 곧바로 3실점을 하는 패턴을 답습했다.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은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고 선발의 임무인 최소한 5회를 넘겼다는 것이다. 선발은 6회 정도까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팀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임기영은 선발로 돌아왔다.
정해영이 3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2개의 안타를 내주는 등 깔끔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현재로서는 정해영을 대처할 수 있는 마무리가 존재하지 않는단 점에서 그가 얼마나 꾸준하게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가 기아로서는 관건이 되었다.
박찬호가 타격은 문제가 있지만 수비 하나는 최고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그리고 그 위상이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었다. 5회 한화 공격에서 나온 박찬호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박정현의 타구는 깊숙했다. 수비 범위가 넓지 않았다면 안타로 이어질 수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박찬호는 몸을 날렸고, 외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이 정도만 해도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글러브로 잡아낸 것도 신기한데 앉은 자세에서 2루로 송구를 해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놀라운 호수비를 보여주었다. 임기영이 4회 3실점을 했다. 그리고 어렵기 이닝을 마무리한 후 5회 다시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타자의 타구가 안타가 된다면 임기영은 무너졌을 것이다.
박찬호의 환상적인 수비 하나가 임기영을 붙잡았다. 그리고 6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박찬호의 수비는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타격에서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환상적인 수비로 팀을 살린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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