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3. 08:10

우상혁의 열정, 엘리트 체육이 아닌 즐기는 운동을 알렸다

한 언론은 일본은 엘리트 체육을 더욱 강력하게 구축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남다른 금메달 레이스를 하고 있다고 부러워했다. 모두가 예측 가능한 친일에 집착하는 언론의 기사였다. 우리도 엘리트 체육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논조였다.

 

대다수의 언론이 이런 시선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나마 고마웠다. 대한민국이 금메달에 열광하던 시절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금메달리스트가 관심을 받고 축하를 받는 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열심히 노력해 세계 최고가 되었으니 그에 합당한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말이다.

과거 대한민국 선수들은 은메달을 걸고 시상식에서 울었다.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 아니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국민들에 대한 사과의 의미가 가득했다. 금메달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식의 문화가 지배하던 시절의 모습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금메달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회체육의 가치를 언급하고, 그렇게 엘리트 체육의 폐단을 줄여가자는 노력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오직 금메달이 아니면 아닌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금메달이 아니어도 충분한 시대라는 점도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결과가 아닌 과정도 중요한 시대가 만든 풍경은 오직 금메달에만 집착하던 강박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노골드에 그치고 말았다. 일부는 이를 두고 비난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태권도의 세계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반기는 이들이 더 많다. 외신들도 태권도가 약소국들에 금메달을 선사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다른 종목의 경우 진입 장벽이 높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메달권에 들어갈 수 있지만, 태권도의 경우 특별한 기구나 도구없이도 충분히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태권도에서 딴 나라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태권도의 가치는 올림픽의 가치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더 큰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패배했지만, 상대의 손을 들어주고 엄지척을 해주는 패자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패배하고 분노하고, 울기보다 웃으며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존경심을 담는 한국 태권도 선수들의 모습은 메달 이상의 가치를 전달해줬다. 

 

유도 100kg급 조구함은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그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준결승에서 포르투갈 선수가 손을 잘 쓰지 못했다. 이 상태에서 부상 부위를 집중 공략하면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조구함 선수는 철저하게 이를 외면하고 정당한 승부만 했다.

 

경기가 끝나고 부상을 당한 상대 선수를 안아주며 우는 모습은 많은 이들을 울게 했다. 자신 역시 부상을 당해봤던 기억은 조구함에게 그런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이유가 되었을지 모른다. 결승에서 비록 지기는 했지만, 상대에게 경의를 표한 조구함에게 일본 내에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이런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다른 종목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펜싱에서도 상대의 부적절한 행동에도 최대한 예의를 갖춘 한국 선수들에 외신들은 찬사를 보냈다. 배드민턴에서 욕설을 내뱉던 중국 선수들과 달리, 상대를 존중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모두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몇몇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이 장점을 보이고는 한다.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육상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존재들은 없다.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성과는 있었지만, 그 외에는 거의 볼모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높이뛰기에 출전한 우상혁은 국내만이 아니라 수많은 나라의 시청자들을 감동으로 이끌었다. 지난 대회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던 우상혁. 어린시절 사고로 양쪽 발의 크기가 다르다. 이는 운동선수로서는 최악일 수밖에 없다.

 

밸런스가 중요한 상황에서 균형을 잡기 쉽지 않은 체격.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키 등 신체적인 약점 속에서도 우상혁은 조금도 주늑들지 않고, 말 그대로 높이뛰기 시합을 찢어놓았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기준 기록을 넘어야 한다.

우상혁은 마지막 기회에 어렵게 기준 기록을 넘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우상혁은 결선까지 진출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쟁쟁한 세계적 선수들까지 긴장해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경기를 즐기는 선수는 우상혁이었다.

 

모두가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무표정하게 경기를 하는 것과 달리, 우상혁은 자신에게 힘을 주고, 그렇게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은 관중이 없는 경기라는 사실이 아쉽게 다가올 정도였다. 일병 우상혁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응원했다. 

 

"할 수 있다" "올라간다"를 외치며 높이뛰기를 하는 우상혁의 모습에는 후회없어 보였다. 조용하던 경기장에 우상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관중석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우상혁의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우상혁의 이 모습 뒤에야 다른 선수들도 박수를 유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의 즐기는 경기는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듯하다. 우상혁은 그 긍정의 힘으로 자신의 신기록을 넘어서, 2m 35라는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1997년 이진택이 세운 2m34의 한국 기록을 24년 만에 갈아치우고 4위를 차지했다. 메달을 바라보고 2m 39까지 도전을 해봤지만, 마지막 순간 바를 건드리며 아쉽게 성공하지 못했다. 마지막 도전을 마친 우상혁은 옷매무새를 갖추고, 웃음끼를 버리고 카메라를 보며 거수경례를 하며 도전을 끝냈다.

 

현역 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미국 언론에서는 우상혁의 모습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우상혁이 보인 그 태도는 군인들이라면 존경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높이뛰기에서는 금메달리스트가 둘이 나왔다. 누군가는 금메달을 가릴 수도 있었고, 충분히 그럴 기회도 있었다.

 

2m37에 성공했던 두 선수는 주최 측에 의해 '점프 오프' 제안을 받았다. 현 기록보다 낮은 기록에서 승부를 보고 올렸다, 내렸다를 하며 최종적으로 한 사람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카타르의 바심은 이 승부를 받아들이면 단독 금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탬베리는 다리 부상이 있어 추가적인 승부에서 바심을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바심은 위대한 선택을 했다. 오랜 친구인 탬베리를 위해 공동 우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바심의 이 제안에 탬베리는 오열했다. 친구의 마음에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의 가치는 이런 모습들에서 나온다. 금메달을 위해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 끝까지 몰아붙이며 운동을 하다. 말 그대로 죽음 문턱까지 가는 훈련의 연속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오직 금메달을 위해 달리지만 그렇다고 모든 목표가 금메달은 아니다.

 

비록 실패하고 좌절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선수들이 잘 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한 선수들은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이 그동안 몰라봤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록 메달과 상관없이 아쉬운 탈락을 해도 그들이 얼마나 노력해왔을지는 누구보다 눈물 흘리는 그 선수들이 더 잘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메달보다는 그들이 정정당당하게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감동한다. 

 

아직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지만, 많은 선수들은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존재 가치는 증명되었다. 다만, 그날의 컨디션 등 자신이 할 수 없는 상황이 순위를 결정할 뿐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한 선수와 코치진들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들 모두가 승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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