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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보컵] 칼텍스 도로공사 3-2 역전승, 박정아는 막히고 강소휘는 뚫었다

by 스포토리 2021.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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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이하 칼텍스)는 역시 강했다. 지난 시즌 우승을 해봤던 경험이 선수들 모두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준 듯하다. 흔들리고, 위기에 처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선수들은 무섭다. 그런 점에서 칼텍스는 무서운 팀이 되었다. 

 

코보컵에 완벽해 보이는 조직력을 선보인 도로공사와 유사한 전략을 사용하는 칼텍스의 경기는 흥미로웠다. 모두 1승씩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승자가 준결승에 올라간다는 점에서도 승리가 요원한 경기였다. 칼텍스로서는 코보컵 2연패를 노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도로공사는 큰 변동이 없다는 점에서 손발이 잘 맞았다. 더욱 박정아가 쉬지 않고 경기에 나오며 그 위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세터 이고은과 훈련을 하지 못한 약점은 존재했다. 도로공사가 올 시즌 높은 순위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이고은의 역할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칼텍스에서 2020년 도로공사로 이적한 이고은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감독의 외침에서 다 드러났다. 경기 중에도 이고은만 외치는 감독은 그만큼 간절하다. 자신이 추구하는 경기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코트 안의 지휘자인 세터의 역할이 절대적이니 말이다.

 

도로공사는 칼텍스를 상대로 연이어 세트를 제압하며 2-0으로 앞서며 가볍게 제압하는 듯했다. 하지만 3세트에서 의외로 쉽게 경기를 내주며 불안함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2세트에서 칼텍스가 치열하게 치고 올라오며 압박하는 가운데 도로공사는 힘들게 25-23으로 이기며 2-0 세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조직력이 좋고 돌아온 박정아가 상대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쉽게 경기는 도로공사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시즌 우승 경험이 있는 칼텍스는 승리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듯하다. 여기에 올림픽에서도 디그 1위를 차지한 오지영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결정적 순간 환상적인 수비로 경기 흐름을 뒤집으며 칼텍스에게 큰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도로공사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제법 많다는 점이다. 이는 세트가 길어지면 지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주축 선수들의 뒤를 받쳐줄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지 않으면 밀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칼텍스는 전반적으로 젊은 팀이다. 한수지와 김유리 두 미들 브로커가 30대이기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모두 젊다. 문제는 단순히 젊은 게 아니라 실력이 크게 올라와 있다는 점에서 주축 선수들이 젊고 지난 시즌 트레블 경험까지 장착했다는 것은 엄청난 득이 아닐 수 없다.

 

1, 2세트 도로공사에 공략당하던 칼텍스는 그 과정에서 상대를 분석하고 대처하는 방식을 빠르게 터득했다. 이는 쉽지 않다. 단순히 감독의 지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코트에 나선 선수들이 알아서 이를 확인하고 실천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에서 초반 유서연이 막혔다. 윙 스파이커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유서연이 막히니 칼텍스의 공격력에 문제가 생겼다. 2020년 기업은행에서 칼텍스로 온 문지윤을 아포짓으로 내보내 효과를 봤다.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한 스파이크는 도로공사를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유서연과 문지윤이 아포짓 포지션이지만 아웃사이드로 옮길 수도 있는 윙 스파이커라는 점에서 칼텍스의 공격 자원은 이소영이 빠져나간 뒤에도 만만치 않다. 트레이드로 온 최은지가 제몫을 해주고 있고, 어린 권민지가 무궁무진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FA를 맞는 유서연을 잡으면 칼텍스는 보다 젊고 강한 팀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문지윤은 2세트부터 선발로 나서 15점을 득점했다. 주포인 강소휘가 18점, 1세트 부진했다 다시 4세트부터 선발로 나선 유서연이 13점을 득점하며 도로공사를 압박했다. 그리고 미들 브로커인 김유리가 10점, 한수지가 8점을 기록했다는 점도 중요하고 흥미롭다.

 

도로공사가 정대영(7점), 배유나(15점)를 중심으로 노련한 공격과 수비를 펼치자 칼텍스 미들 브로커들도 바로 따라 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높이와 노련함을 생각하면 도로공사가 한 수 위지만, 칼텍스는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이 무기였다.

 

빠른 속공들을 바로 재현하며 도로공사를 오히려 압박하는 힘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칼텍스를 승리로 이끈 핵심은 세터 안혜진이었다.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트레블을 달성한 것과 함께 올림픽 출전 경험이 안혜진을 더욱 성장시키는 이유가 되었다. 

 

안혜진의 장점인 서브에서 5점을 내고, 블로킹까지 합하며 세터임에도 9점을 냈다. 이는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점수만 많이 냈다는 것이 아니라 세터로서 이제 눈을 뜨기 시작한 안혜진의 공격 조율은 2세트를 먼저 내준 후 더욱 빛났다. 

 

노장인 상대 미들 브로커들을 양 사이드로 볼을 배급하며 빠른 공격으로 지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칼텍스는 이런 빠르고 강한 공격으로 정교했던 도로공사를 무너트렸다. 완벽해 보였던 도로공사가 내리 3세트를 내주며 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박정아가 31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다 득점을 했지만, 후반으로 들어서며 지친 박정아로 인해 경기를 잡을 수 없었다. 전새얀이 공격을 나눠서 맡아줘야 했는데, 오늘 경기에서 전새얀은 실책도 많이 나오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박정아 혼자 경기를 끝낼 수는 없었다는 의미다. 정대영이 6개의 블로킹과 임명옥은 28개 디그 중 26개를 성공시켰다. 리시브는 19개 중 10개만 잡아내며 아쉬움을 줬지만, 분명 임명옥의 진가가 잘 드러난 경기이기도 했다.

전새얀이 부진했고, 문정원 역시 첫 경기에 비해 막히는 횟수나 리시브나 디그 과정에서 아쉬움들을 보여준 점도 패인이었다. 문정원이 아포짓으로 나와 10점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최소한 15점 이상은 해줄 수 있는 선수였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전새얀과 문정원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박정아에게 공격 기회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워낙 능력이 좋아 31점을 쓸어 담기는 했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 공격이 분산된 칼텍스와 다른 결과는 승패로 이어졌다.

 

최은지가 막히자 4세트부터 유서연을 다시 선발로 내세워 공격을 이어간 칼텍스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결정적 순간 에이스인 강소휘가 해결사 역할을 해준 것도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칼텍스의 젊은 선수들이 기량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차상현 감독이 2016년부터 감독을 이어오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강하다. 

 

절친인 김종민 감독 역시 같은 시기에 도로공사를 맡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미세한 차이가 결국 승패를 결정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절친 감독들이 펼치는 지략과 선수들이 보인 경기력은 여자 배구의 매력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칼텍스가 과연 컵대회를 잡고, 다시 트레블에 도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노련함이 곧 약점이 될 수 있음이 드러난 도로공사는 시즌 전까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다른 팀들이 칼텍스의 공략 방법을 답습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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