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칼럼

넥센 트레이드는 장기매매 발언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by 스포토리 2011. 8. 4.
반응형
넥센의 트레이드에 많은 팬들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팀의 전력 상승을 위한 트레이드는 어느 팀이나 필요한 작업들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필수 인원들을 다른 팀에 넘기는 행위는 트레이드가 아닌 그저 단순한 장사밖에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넥센 팬들의 분노는 단순히 그들만의 몫은 아니다




넥센 팬들이 이번 트레이드에 불같은 비난을 하는 이유는 선수 매매가 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2:2로 진행되며 나름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그들의 거래는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는 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버리기 힘듭니다.

현금 거래가 있지 않았다면 누가 봐도 넥센이 손해인 이번 트레이드를 한참 순위싸움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팀의 핵심 두 선수를 내보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농담처럼 이야기되듯 넥센에서 판 선수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올 시즌 그들은 선두 싸움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농담이 진실처럼 다가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2009년 삼성으로 이적한 장원삼은 올 시즌 차우찬과 함께 새로운 선발 듀오로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지로 이적한 이택근 역시 부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주축 타자로서 확실한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2010년에는 롯데에 핵심 선수들인 고원준과 황재균을 내보내며 팬들의 원망을 사기도 했습니다. 두 선수들이 롯데에서 맹활약을 하며 팀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넥센의 트레이드는 철저하게 구단의 자금을 위한 세일즈였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올 시즌 엘지로 트레이드된 김성현과 송신영 역시 팀의 주축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넥센이 행한 구단 자금을 위한 세일즈임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김성현은 트레이드 되는 날 기아를 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올 시즌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가능성 많은 투수와 불펜의 에이스라 불러도 좋을 송신영을 엘지에 트레이드 시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엘지의 완승이었습니다.

엘지에서 건너온 심수창과 박병호와 김성현과 송신영의 트레이드를 액면 그대로 서로에게 윈-윈인 거래였다고 믿는 이들은 전무할 정도로 그들의 거래에는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일부에서는 박병호나 다른 선수들과 함께 트레이드를 해온 선수들이 장기적으로 넥센의 주축 선수들로 클 수밖에 없기에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넥센이 보인 그간의 모습을 보면 가능성 있는 선수로 크면 곧바로 트레이드 시장에 내놔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 자명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런 옹호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합니다. 넥센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팜도 아닌데 쓸 만한 팀의 전력으로 성장하면 판매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넥센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팬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인체에서 주요 장기가 빠져 나가면 몸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남은 장기들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주축선수들이 빠져 나가면 팀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지난 6번의 트레이드 때는 불편한 감정을 꾹꾹 눌러 참았다. 그러나 이슈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구단은 또 선수팔기에 나섰다. 넥센의 주력선수 트레이드를 좌시할 수 없다"

넥센 팬들이 자비를 들여 신문에 '무분별한 트레이드는 장기매매와 같습니다'라는 광고를 실은 것은 그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이 7개 구단의 팜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어떤 식으로 생각해도 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처음부터 구단을 운영할 수준이 안 되는 구단주가 현대를 인수하며 벌어진 이 사태는 9, 10구단 유치보다도 심각하게 고려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운연 자금이 부족해 매년 주축 선수들을 팔아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KBO에서 실사를 하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재매각을 통해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방법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프로야구 구단이 10개로 늘어나면 넥센은 팔 수 있는 선수들이 더 늘어나 장사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수익이 좋아져 선수 판매 없이 우승을 할 수가 있을까요? 야구는 항상 빅 볼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스몰 볼을 지향하며 적은 자본으로도 충분히 강팀은 만들어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넥센처럼 팀의 주축 선수들을 곶감 빼먹듯 이런 식으로 팔아버린다면 결코 정상적인 팀 운영은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희망 없는 팀에 언제 자신이 팔려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고착된다면 팀 사기도 문제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되는 것이 가장 성공한 일이라고 자축하는 넥센 선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넥센은 다른 팀에서 쓸모없는 선수들이 돈 때문에 팔려와 자신의 마지막 야구인생을 보내는 묘지 같은 공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600만을 넘어 700만, 800만 관중 시대로 향하는 프로야구가 정규 리그에서 함께 뛰는 팀이 다른 팀들을 위한 팜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큰 문제로 다가옵니다. KBO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다른 팀들을 위한 농장이 아니라 함께 경쟁하는 건강한 팀으로 변모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과 넥센 구단주와의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입니다.

팀 수가 많지 않은 프로야구에서 올 시즌처럼 긴장감 넘치는 순위 경쟁도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팀 전력이 평등화되었다는 의미겠지요. 이런 경쟁은 당연하게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밖에는 없고 이는 곧 한국 프로야구 시장의 양적, 질적 팽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한 팀이 다른 여러 팀들을 위한 팜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에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팬들이 야구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