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게 기업은행에 의해 해임을 당한 서남원 전 감독이 KBS 인터뷰를 통해 분노를 표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서 감독이라고 모를리는 없었다. 고참이라는 선수들이 상왕이 되어 감독의 생사 이탈권을 가진 구단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기업은행만 망하면 그만이지만, 그들로 인해 한국 배구시장 자체가 괴멸할 수도 있다는 점은 심각함으로 다가온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들이 그동안 대충 해왔던 일들이 더는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고참 선수 몇몇과 엉망으로 만든 판은 국민들의 관심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이고 있는 중이다.
“선수 따라 이탈한 코치인데 사표를 반려해서 팀에 남게하고, 저는 나오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판이 짜여져 있는 상황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뭘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하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안 했다. 감독의 잘못인지 선수의 잘못인지 선수나 김사니 코치 얘기를 더 귀 기울여 듣지 않았나"
서남원 감독이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갑작스럽게 해임이 되고, 모든 책임을 지게 된 상황이다. 구단의 황당한 처사에 분노하지 않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아무리 보살이라 알려진 서 감독이라 해도 최소한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다.
김사니 코치는 선수를 따라 이탈한 자인데 사표가 반려되어 팀에 남고, 서 감독은 나가야 하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석코치가 떠난 것 역시 김사니 코치 때문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점에서 기업은행 내부가 몇몇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는 것은 명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예측했듯, 김사니 코치가 다시 돌아와 웃으며 코트에 앉아 있었던 것은 구단이 감독을 내치고, 차기 감독 자리를 주겠다는 언지를 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서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판이 짜여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이를 의미한다고 보인다.
조송화와 관련해서도 선수가 감독의 질문도 무시하고 훈련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자기 마음대로 구단을 나가는 상황이 정상일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조송화와 어울리던 선수들은 무엇을 했을까? 그들까지 잘못이라 지적할 수는 없지만, 그들 역시 동조해왔다면 이는 파내야 할 뿌리가 깊고 넓다는 의미가 된다.
구단 역시 감독인지 선수의 잘못인지 다양하고 깊게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김사니 코치와 조송화와 무리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을 것이라 서 전 감독은 주장하고 있다. 10년 차가 되는 기업은행에 세 명의 감독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가 선수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대 감독이었던 이정철 감독은 기업은행의 화려함과 함께 했다. 하지만 훈련 강도가 높고 카리스마가 강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감독이었다고 알려져있다. 구단으로서도 자신들 마음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점에서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정철 감독을 축출되고, 김희진의 은사였던 온화한 김우재 감독이 들어왔다. 그리고 선수들은 자신들 마음대로 감독 위에 군림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무리 온화하고 부드럽다고 해도, 팀 자체가 엉망인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감독이라면 당연한 이치다.
김 감독은 조송화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을 구단에게 트레이드를 해달라 요청했다고 한다. 팀의 변화를 위해서는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었다는 평가였다. 8년을 이끌며 우승 3회를 했던 이정철 감독도 제거한 구단과 선수들이 3년 차 김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던 듯하다.
일부 언론에 의하면 구단이 선호한 감독이 있었지만, 되지 않았고 김사니 역시 힘들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서남원 감독을 선임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구단 내부의 일이고, 판단 과정에 개입한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당사자들의 언급이 아니라면 그저 추론일 수밖에 없다.
"팀을 무단이탈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 한국배구연맹 임의해지 규정(제22조)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아직 서면 신청을 받진 않았지만, 선수에게 구두로 확인을 받고 한국배구연맹에 통보한 것이다. 서면 신청은 받아야 한다. 이미 선수는 구두로 '운동을 그만하겠다'고 했고, 구단은 그럴 경우 '임의해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단은 갑작스럽게 조송화에 대해 임의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조송화가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요청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숨어있는 조송화가 과연 서면 신청을 배구연맹에 할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구두로 운동 그만하겠다고 해서 임의해지 절차 설명을 했던 게 전부다. 선수가 싫다고 거부하면 임의해지는 불가능하다. 구단이 키운 상황에 조송화는 마지막까지 어떤 꼼수를 부릴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더욱 조항상 1개월 후 복귀도 가능하다. 여기에 김사니 코치의 감독 선임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감독 및 수석 코치의 동시 부재로 김사니 코치의 임시 대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임 감독이 선정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감독대행을 수행할 것이다"
감독과 수석 코치가 부재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감독과 수석 코치가 나가게 된 원인이 김사니 코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구단의 이 설명은 궁색할 수밖에 없다. 김사니 감독 만들기를 위해 작전을 쓰다 실패하자 임시직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현재 상황에서 누가 기업은행 감독을 하겠다고 나서나? 고참 선수들 마음에 안 들면 해임되는 상황에서 누가 기업은행과 같은 팀에 감독으로 가겠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김사니 코치를 감독으로 삼겠다는 기업은행의 마지막 꼼수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고작 코치 경험 2년 차에게 감독을 맡긴다는 것은 서남원 감독의 주장처럼 이미 판이 짜인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을 몰아내기 위한 태업과 관련해 의혹을 사고 있는 김사니 코치를 위해 감독과 단장을 내친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일까? 팀에는 오래된 외국인 코치도 있음에도 김 코치에 집착하는 자는 분명 존재한다.
김사니 코치는 이 사건으로 인해 더는 지도자로서 설 자리를 잃었다. 그것만이 아니라 태부족인 여자 지도자들의 성장을 막아 버렸다. 김사니 코치의 막장극으로 인해 다른 능력 있는 여자 지도자들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것 역시 큰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 프로배구는 아시아 쿼터를 두고 외국인 선수를 1명이 아닌 2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선수가 없어, 선수가 상왕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를 바꿔야 한다. 당장 구단들이 배구를 포기하고 없애지 않는 한 이번 기회에 보다 경쟁력 높은 시장으로 문호를 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아시아 쿼터의 경우 실력 있는 선수가 없으면 영입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태국 등 쟁쟁한 배구 강국들이 아시아에도 넘친다는 점에서 많은 수의 뛰어난 선수 영입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높아진 샐러리캡을 이용해 보다 실력 좋은 외국인 선수를 1명이 아닌 2명을 영입하게 되면 리그 수준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국 선수 설 자리가 없다는 비토가 있을 수는 있다. 선수가 없어 리그 전체의 수준이 추락하고, 선수가 감독을 우습게 보는 상황이라면 프로 배구단을 없애지 않으면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세계적인 수준과 분명한 괴리가 있는 국내 배구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우수한 선수들과 경쟁하도록 시장을 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보다 판을 키워 2부 리그도 운영을 하게 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선수 수급도 가능하다. 국내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주고, 그들이 수준 높은 선수들과 경쟁을 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결국 한국 배구의 성장을 위한 하나의 좋은 시도가 될 수도 있다.
서남원 감독은 김사니 코치와 고참 선수들에 의해 조롱을 당하고 쫓겨났다. 감독 해임과 선임에 관여하는 선수들. 개혁에 나선 감독을 내치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받아들인 구단은 이미 프로로서 자격이 없다. 기업은행 고참 선수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조송화가 그들을 대신해 총대를 맺다면 그와 관련해 이야기들도 언젠가는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프로리그이지만 프로가 아닌 이 황당한 리그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프로야구가 큰돈을 벌며 동네 야구로 전락한 것처럼 여자배구 역시 기업은행 사퇴로 인해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기업은행은 배구팬들을 조롱하고 있다. 프로답지 못한 주먹구구식 경영을 하는 기업은행 구단 관계자들이 먼저 떠나야 기업은행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항명을 하고 감독을 몰아내는데 집착하는 고참 선수들 역시 이번 기회에 팀에서 떠나야 할 것이다.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
김연경 선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물론 기업은행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시기와 내용을 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다. 겉만 화려하지 안은 썩고 곪았다는 표현이 정확한 듯하다. 관심이 커지며 그릇 자체는 커졌지만 그걸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가 두려울 수 있어도 변해야 될 시기라는 김연경의 지적이 답이다. 변화가 두렵고, 오히려 퇴보하는 한국 여자배구는 자칫 지금이 최고의 정점으로 기록되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베이스에서 기업은행만이 아니라 배구협회가 나서 모든 것을 바꾸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팬과 선수, 지도자 그리고 모든 관계자들을 위한 배구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왜 특정 인물의 사유물이 되어야 하는가? 기업은행의 프로답지 못한 행동들은 한국 배구의 민낯이고,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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