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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故 장효조 감독에 바친 삼성의 눈물겨웠던 승리

by 스포토리 2011.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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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는 특별했습니다. 아침 상상도 하지 않았던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부고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검은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선 삼성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오늘 승리가 간절했습니다. 왁자지껄한 응원전도 없고 조용하지만 경건하게 경기를 치른 삼성과 한화 선수들은, 하늘에서 지켜보는 故 장효조 감독 영전에 경기를 바쳤습니다.

힙합 스타일 버린 안지만, 차분하고 간절했던 1승




날씨로 밀린 경기들이 많아서이지만 마음 같아서는 오늘 하루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수선한 마음에 제대로 야구를 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라는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더욱 대구 구장의 경우 장효조 감독이 프로 데뷔를 했던 곳이고(비록 롯데에서 마무리를 했지만) 지도자로서 꿈을 키워가던 곳이다 보니 더욱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쩌렁쩌렁하던 응원 소리는 최소화되었고 치어리더도 시끄러운 음악도 사라진 채 야구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처연할 정도였습니다. 힙합 스타일로 모자를 쓰는 안지만이 고인이 된 선배이자 스승인 故 장효조 감독을 기리기 위해 모자를 정상적으로 썼다는 것만으로도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충분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매직 넘버를 쓰기 시작한 삼성으로서는 모든 경기들이 중요했습니다. 더욱 어제 1득점도 하지 못하고 한화에게 진만큼 오늘 경기는 승리가 간절했습니다. 아무리 1위라고 해도 연패에 빠지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재 순위 경쟁이니 말이지요.

 

매티스에 이어 오늘 등판한 저마노 역시 선발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습니다. 매티스와 달리, 이닝이터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란한 변화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저마노의 투구는 4연승을 달리던 한화 타선을 침묵하게 만드는데 주요했습니다. 

5승 투수 한화의 김혁민은 1회 불안정한 투구가 아쉬웠습니다. 선두 타자인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으며 시작된 경기는 7명의 타자와 상대를 할 정도로 힘겨웠습니다. 1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김혁민의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화로서는 3회 공격이 아쉬웠습니다. 선두 타자인 신경현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희생 번트로 2루까지 진루한 상황에서 2번 고동진의 중견수 쪽 안타에 홈까지 달려들던 신경현이 아웃이 되면서 한화의 공격 흐름은 끊기고 말았습니다. 중견수 수비를 한 배영섭의 정확한 홈 송구도 좋았지만 포수로서 발이 느린 신경현의 주루 플레이가 어설펐던 것은 아쉬웠습니다. 

점수를 내줘야 하는 시점에 점수를 내지 못하자 3회 말 공격에서 삼성은, 선두 타자 박한이의 환상적인 3루 기습 번트가 오선진의 1루 송구가 외야로 빠지며 2루까지 진루하는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후속 안타 없이 외야 플라이 두 개로 점수를 올리는 상황은 삼성으로서는 효과적인 공격이었고 한화로서는 실책 하나가 가져 온 실점이었습니다.  

한화가 오늘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든 것은 4회였습니다. 장성호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4번 타자 최진행을 빼고 나성용을 대타로 내세웠지만 초구에 병살로 물러나며 찬물을 끼 얻고 말았습니다. 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는 이유로 바꿨다고는 하지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교체임은 분명합니다. 무슨 의도인지는 감독만이 알 수 있겠지만 여러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교체였습니다.

4회 공 4개로 쉽게 마무리 된 한화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공격이었습니다. 3번이 안타를 치고 나갔는데 부상을 당하지도 않은 4번 타자 대신 대타가 나와 병살을 치며 득점 기회가 무산되어버린 상황에서 경기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화는 6회 들어 1사 후 1번부터 3번까지 연속 안타를 치며 1점을 따라 붙으며 추격전이 시작되는 듯했습니다. 위급해진 삼성은 곧바로 안지만을 마운드에 올려 불을 끄려했지만 가르시아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상황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상황에서 이대수가 삼진으로 물러서며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습니다.

 

위기를 넘긴 삼성은 1사 만루에서 조동찬이 친 유격수 땅볼이 병살로 이어지지 못하며 추가 실점을 하는 상황 역시 씁쓸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안줘도 될 점수들을 준 한화는 7회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며 전 이닝에 이어 다시 한 번 대량 득점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현태가 번트를 대지 못하고 삼진 아웃을 당하며 한화의 공격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전현태가 번트만 제대로 했다면 경기의 승패가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번트 하나는 삼성에서 의미 있는 1승을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기회가 왔음에도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화는 어제 경기와는 너무 달리,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8회 박석민이 승리를 축하하는 솔로 홈런을 치면서 경기는 사실상 마무리되었습니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안타 하나를 내주기는 했지만 삼진 2개를 잡으며 시즌 39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승리로 삼성은 매직 넘버를 16까지 낮추게 되었습니다. 22경기에서 16승을 더하면 롯데가 남은 경기 전승을 한다 해도 삼성은 정규 시즌 우승을 하게 됩니다.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삼성이 과연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긴 휴식을 취한 이후인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다가옵니다. 철벽이라 불렸던 불펜도 흔들리는 모습들이 자주 보였고, 막강했던 타선 역시 허점들이 많이 보이며 자칫 팀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아닌가란 우려도 들게 합니다.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시합 전에 장효조 감독님께 승리로 보답하자고 선수들끼리 말했다. 승리를 장효조 감독님께 바친다"

솔로 홈런을 친 박석민이 경기를 마친 후 히어로 인터뷰를 통해 아침 돌아가신 장효조 감독에 대한 애틋함을 보이는 장면은 숙연해지게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도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렇게 갑가지 가벼렸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김응룡 전 삼성구단 사장이 현재의 삼성이 이런 좋은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2군 감독이었던 장효조 덕분이었다는 말이 더욱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강력한 2군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전설은 그렇게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 야구에만 모든 것을 걸었던 천상 야구인이었습니다.

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오늘 삼성의 1승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 한 장효조 감독에게 바치는 값진 승리였습니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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