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반격, 힘의 균형을 이룬 2차전 팬들은 즐겁다
1차전 에이스 대결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완벽한 투구를 기대했던 벤치의 기대와 달리, 호쾌한 타격전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2차전은 팽팽한 선발 대결로 야구의 묘미를 한껏 올려주었습니다. 고든과 송승준의 선발 맞대결은 메이저 출신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기아와의 준PO에서 매치 업이 되었던 서재응과 고든과는 또 다른 흥미로움이었습니다.
1회 시작과 함께 정근우의 좋은 타격은 2루수 조성환의 호수비는 대단했습니다. 플레이오프 들어서 맹타를 터트리는 정근우의 타격감은 여전히 좋았고 그 타격이 그대로 안타가 되었다면 의외로 송승준(그 어떤 투수라도 시작과 함께 안타를 맞으면 흔들릴 수도 있지요)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 수비 하나는 대단했습니다.
박재상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최정을 루킹 삼진, 4번 이호준마저 삼진으로 잡으며 오늘 경기를 기대하게 해주었습니다. 송승준의 삼진 퍼레이드는 2회에도 이어져 5, 6번 타자마저 연속 삼진을 잡으며 포크볼과 커브의 막강한 힘으로 노련한 SK 타자들을 농락해 나갔습니다.
송승준이 호투를 보이듯 고든 역시 준PO와 달리, 투구 수를 절대적으로 줄이며 롯데 타자들을 막아갔습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는 롯데 타자들을 맞아 쉽게 안타를 내주지 않으며 맞춰 잡는 고든의 투구는 5회 1사 후 투구 수가 43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롯데가 초반 호수비가 이어지며 위기를 제거해나갔듯 SK 역시 3회 정근우의 호수비와 죄익수 박재상의 호수비가 연이어 나오며 흔들릴 수 있는 고든을 잡아주었습니다. SK로서는 이호준이 4번 타자로서 자신의 몫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었을 듯합니다. 4회 선두 타자인 박재상이 안타를 치고 나가며 기회를 잡았지만 이호준이 3루 땅볼로 병살처리 당하는 모습은 안타깝게 다가왔습니다.
2차전의 운명은 6회였습니다. 롯데의 공격에 앞서 SK가 먼저 기회를 잡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박진만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정근우의 투수를 넘기는 안타 성 타구를 날렸지만 1루 주가 수비를 위해 자연스럽게 2루 베이스로 들어온 유격수 문규현에 의해 병살로 기회가 무산되는 장면은 아쉬웠습니다.
평상시라면 안타가 될 수밖에 없었던 타구였지만 1루 주자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구는 아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더욱 타격 감각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정근우의 타격이라는 점에서 SK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재상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송승준을 흔들기 위해 열심이었지만 오히려 견제 사를 당하며 SK는 통한의 6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5회까지 완벽하게 롯데 타선을 막아내던 고든은 6회 1사 후 2번 타자 손아섭의 빗맞은 내야 안타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파울이 될 수도 있는 공이 역회전이 걸려 3루수 앞으로 가는 공은 마치 롯데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듯했습니다.
정규 시즌에서 리딩 히터를 맡았던 전준우를 포스트 시즌 3번으로 기용한 감독의 용병술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호투하던 고든을 상대로 결정적 한 방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지요. 잘 던지던 고든의 실투 하나가 그대로 투런 홈런으로 이어지며 승부를 급격하게 롯데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가운데로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한 전준우에게 칭찬을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준PO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로서 제몫을 다해준 고든에게 전준우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홈런으로 급격하게 페이스가 떨어진 고든을 상대로 롯데는 홍성흔과 강민호의 연속 안타로 3-0까지 점수를 벌이며 승리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3-0의 점수 차가 여유로움으로 다가올 듯했지만 7회 SK의 반격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선두 타자인 최정이 유격수 깊은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이호준이 볼넷으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고 5번 박정권이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도 바뀐 투수 강영식을 상대로 적시타를 쳐내며 3-1까지 점수를 줄여나가며 역전의 가능성까지 이어갔습니다.
문제는 보내기 번트를 통해 1사 2, 3루라는 절대적인 득점 기회를 만들어 놓고도 SK가 그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김강민의 타구는 3루가 아닌 1, 2루 방향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3루에 주자를 두고 3루 쪽으로 한껏 끌어당겨 타격을 하는 것은 기본을 망각한 타격이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가 되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3루에 주자를 두었을 경우 밀어 쳐 득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런 타격이 되지 않은 SK는 정상호의 빗맞은 3루 쪽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아웃시킨 황재균의 환상적은 수비로 경기는 7회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노련한 SK가 이런 절대적인 득점 기회에서 무기력하게 혹은 이해할 수 없는 타격으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경기는 7회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아쉬움은 7회 말 롯데 공격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1사 후 9번과 1번 타자가 연속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지만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 타구에 3루를 지나 홈으로 오버런 하던 문규현이 노련한 박진만의 수비로 3루에서 아웃되는 장면은 롯데에게도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완벽한 승리로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지요.
8회 2사 후 강민호의 솔로 홈런으로 4-1까지 벌어진 경기는 9회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에 의해 정리되었습니다. 올 시즌 롯데의 붙박이 마무리로 20세이브를 올렸던 김사율은 벤치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포스트시즌에 마무리로 처음 오르는 만큼 불안함도 버릴 수 없었지만 첫 타자인 최정을 루킹 삼진으로 잡으며 분위기를 롯데로 이끌었습니다.
김사율의 첫 타자 삼진은 좋았지만 이보다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대타 최동수의 2루타 성 타구를 환상적인 수비로 아웃시킨 황재균의 호수비였습니다. 2차전에서 최고의 수비 감각을 보여준 황재균은 위기에 몰린 롯데를 살린 일등공신이었습니다.
전준우의 투런 홈런과 선발 송승준의 호투, 김사율의 마무리 등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이 많았지만 황재균이 보여준 환상적인 수비들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롯데의 2차전 일등공신은 황재균이었습니다. 만약 9회 1사 후 터진 최동수의 잘 맞은 타구가 그대로 2루타가 되었다면 경기는 1차전과 유사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황재균의 수비는 더욱 빛났습니다.
경기는 1승1패로 균형을 잡았습니다. 롯데는 지긋지긋한 홈 플레이오프 12연패를 끊으며 위기에서 기사회생했습니다. 분위기는 준PO에서 SK가 기아를 상대로 역스윕하던 상황과 유사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문학에서 진행될 3차전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3차전은 1차전 이상의 무게감으로 다가오며 수요일 경기를 잡는 팀이 플레이오프를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팀의 진검 승부는 문학 3차전에서 화려하게 빛을 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선발 투수들의 멋진 맞대결과 환상적인 호수비들로 승부를 멋지게 만들어가는 SK와 롯데의 승부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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