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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vsLG, 윤석민의 에이스 본색이 기아를 살렸다

by 스포토리 201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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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와 엘지의 잠실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는, 야구란 완벽한 투수와 대단한 타자들의 드라마 같은 내용들이 지배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수많은 의외성이 지배하는 야구는 그래서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도 하지요. 기아와 엘지의 이번 경기는 황당하게 보일 수도 있는 상황들이 야구라는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황당한 명승부 전



로페즈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급하게 선발로 나서야 했던 곽정철과 엘지의 5선발인 심수창의 맞대결은 타격이 지배하는 경기를 예고했습니다. 대량 득점들이 가능한 이 경기는 당황스러운 상황들이 경기를 지배하며 야구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해주었습니다.


곽정철과 심수창의 불 지르는 투구

기아 승리를 이끈 주역은 이범호의 결정적인 3타점과 자청해서 마무리로 나선 윤석민의 호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선발로 나선 곽정철은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가지고도 변화구 승부에 집착하며 1과 1/3이닝 만에 교체되는 굴욕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볼펜에서 활약하던 곽정철에게 이번 기회는 무척이나 소중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빠른 공을 가진 그로서는 쉽지 않게 주어진 기회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확인해 보는 것만큼 소중한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묵직한 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자와의 승부에서 도망가는 피칭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빠른 공이 타자를 압도하고 있음에도 커브 위주(차일목의 리드 문제도 있지만)의 구종 선택은 엘지 타자들에게 기회만 만들어줄 뿐이었습니다. 심수창 역시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도 못한 실력을 보이며 4회 교체 당해야만 했습니다. 심수창으로서는 지긋지긋하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패배에서 승리를 맛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곽정철도 아쉬웠지만 2009년 6월 4일 SK전 마지막 승리 이후 이어진 13연패를 당하고 있었던 심수창으로서는 이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2011 시즌 되면서 완벽하게 달라진 엘지의 모습은 그에게도 승리 투수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심수창의 이번 시즌 첫 승과 13연패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은 이범호로 인해 무산되었습니다.

3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원섭의 안타와 번트 실패 후 노련한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만들어 낸 김선빈으로 인해 위기에 몰린 심수창은 마지막 고비인 이범호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그에게는 만원 관중의 홈경기는 힘겨움이었나 봅니다.


이범호의 맹타, 김선빈과 안치홍의 야구센스

기아의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5득점도 홀로 3득점을 책임진 이범호의 초반 타격은 승리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비록 중반으로 넘어서며 결정적인 순간 범타로 끝나며 아쉬움을 주기는 했지만 이범호는 기아에게는 희망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감기로 고생 중인 최희섭이 주춤하고 있고 좀처럼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김상현으로 인해 그 어떤 팀보다 파괴력이 높은 클린업 트리오는 무기력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범호의 활약은 기아에게는 절대적이었습니다. 

홀로 뛰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단신 콤비이며 완벽한 키스톤 플레이를 선보인 김선빈과 안치홍의 활약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들은 엘지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맥을 끊고 기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공격에서도 팀을 위한 플레이는 단순한 안타 수가 아닌 팀 공헌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자를 2루로 진루 시켜야만 하는 상황에서 번트를 실패한 상황에서 공을 끝까지 보며 집중력으로 만들어내는 안타는 타격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 수 있게 해주며 그들이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범호의 맹타가 초반 기아를 움직였다면 중반부터 팀을 이끈 것은 김선빈과 안치홍의 활발한 팀 야구였습니다. 부상선수들로 인해 정상적인 라인업을 구축하기 힘든 상황에서 그들의 활약은 무척 고무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1번 타자를 맞고 있는 김원섭 역시 꾸준하게 출전하며 수비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한 효과적인 수비와 함께 타격에서도 호타로 1번 타자 몫을 다해주며 이용규가 복귀하면 더욱 탄탄한 테이블 세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석민의 선택과 안타 없는 득점들

초반 3점은 이범호의 적시타가 만들어냈지만 후반 결정적인 상황에서 얻은 2점의 점수는 안타 하나 없이 엘지의 실수로 얻은 것이었습니다. 3-2 박빙의 상황에서 8회를 맞이한 기아와 엘지는 승부처가 다가왔음을 느꼈을 듯합니다.

5최 초 3-2로 앞선 기아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습니다. 신종민과 김선빈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의 상황에 3, 4번의 한 방이면 점수 차를 벌이며 편하게 갈 수 있는 상황에서 3번 이범호는 땅볼 아웃으로 물러나고 최희섭은 루킹 삼진을 당하며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엘지로서도 3회 말 박용택과 이병규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에서 볼넷까지 얻어낸 기회에서 1점을 뽑아내는데 그치며 손영민을 공략하지 못하고 병살로 끝나버린 상황은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 되었습니다. 이런 두 팀의 아쉬움들이 교차되는 상황에서 후반 기아에게 다가온 기회는 득점을 하기는 했지만 아쉬웠습니다.

8회 초 교체된 임창규에게 안타를 만든 최희섭과 욕심이 앞선 2루수 박경수의 에러로 인해 무사 1, 2루가 되고 안치홍의 투수 앞 번트를 처리하지 못하고 야수선택으로 무사 만루 찬스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대타로 등장한 이종범이 폭투를 얻어내 4-2까지 달아나기는 했지만 삼진을 당하고 다시 김상훈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신종길의 병살타는 아쉽기만 했습니다. 절호의 기회에 스스로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엘지의 실수로 얻은 점수는 아쉬울 수밖에는 없었지요.

9회 초에도 김선빈 볼넷을 시작으로 최희섭 볼넷과 김상현 사구로 만들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안치홍이 볼을 골라내 밀어내기 득점으로 5-2까지 달아난 기아는 후속타 불발로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올리는데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8, 9회 만들어낸 황금 같은 기회에서 타격을 통해 득점이 아닌 상대팀의 실수로 얻은 점수로 만족해야 하는 기아의 모습은 아쉽기만 했지요.

되살아난 에이스 윤석민은 위기 상황에 놓인 기아를 살리기 위해 자청해서 마무리로 나섰습니다. 서재응이 8회 말 박용택에게 2루타를 맞고 이병규에게 적시타를 맞아 무사 1, 3루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성훈에게 2-2까지 간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투수 교체가 감행되었습니다.

감독의 무리수인지 알았지만 윤석민이 자청해 꼭 승리를 해야겠다는 다짐은 엘지의 마지막 기회를 안타깝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1사 1, 3루 상황에서 정성훈을 가볍게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대타로 등장한 이진영을 병살로 처리하며 에이스의 위엄을 보인 윤석민은 9회 위기를 맞았습니다.

조인성과의 8구까지 가는 대결에서 안타를 맞고 오지환에게도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안타를 내줘 무사 1, 2루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에이스 본색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기 마련이지요. 이대형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박경수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 2사를 만들더니 이택근과의 대결에서 118km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빼앗아 기아가 5-2로 승리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전날 무기력하게 엘지에게 패했던 기아는 이렇게 자존심을 회복하고 엘지와의 원정 경기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숱한 기회들을 아쉽게 놓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들로 점수가 나기도 했던 기아와 엘지 잠실 2차전은 야구가 얼마나 의외성이 많은 경기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에이스 본색으로 위기에 처한 팀을 구하러 자진 등판한 윤석민의 패기는 기아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엘지의 1선발인 리즈와 맞대결을 벌이는 양현종까지 살아난다면 기아는 SK와 벌이는 주중 3연전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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