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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기아와 롯데 8회 홈런이 만든 기적, 10회 에러로 끝났다

by 스포토리 201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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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던 기아와 롯데의 경기는 어쩌면 2011년 프로야구 최고의 명승부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8회 극적인 홈런 공방에 이은 연장 10회 말도 안 되는 에러로 만들어진 승부는 짜릿함과 허탈함이 함께 했습니다.

8회 극적인 세 타자 연속 홈런과 이대호의 동점 홈런




야구란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2011년 5월 15일 일요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기아의 경기는 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로페즈와 고원준의 선발 대결이 주는 투수전의 묘미도 대단했습니다. 사직 두 경기에서 투수들의 수난사를 썼다면 마지막 일요일 경기는 투수전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미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로페즈와 고원준 명승부, 질 높은 경기를 만들었다

두 경기에서 투수들이 수난을 당해야 했던 기아와 롯데 3연전은 마지막 경기에서 투수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노련한 최고 투수 로페즈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 중인 고원준의 승부는 야구를 백미였습니다. 두 경기 연속 1회 선취점을 올렸던 기아와는 달리, 일요일 경기에서는 롯데가 로페즈를 상대로 선취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습니다.

 

롯데가 선취점을 올리자 기아는 고원준의 호투에 말리며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기아가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요. 3회 초 신종길과 이용규가 연속 안타를 치며 2사 1, 2루를 만든 상황에서 김선빈마저 안타를 치며 2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김원섭이 적시타를 치지 못하며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두 경기 연속 4회 폭풍 같은 롯데의 타격 쇼를 보여주었던 4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한 기아는, 다시 한 번 5회 차일목이 선두 타자 안타로 나가 기회를 잡았지만 포수에게 아웃을 당하며 분위기는 다시 꺾이고 말았습니다. 롯데 고원준은 7이닝 동안 104개의 투구를 하며 9안타, 2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자신의 진가를 만원 관중 앞에서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고원준이 무실점으로 7이닝을 완벽하게 막았다면 로페즈는 9회까지 완투를 하면서 117의 투구로 8안타, 2사구, 4삼진, 3실점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기아 에이스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8회 역전 상황에서 실점을 한 부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힘이 빠진 위기 상황에서도 마지막 타자까지 혼신을 다해 투구하는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SK전에서 보여준 호투를 다시 재현하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 로페즈의 모습은 비록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깔끔한 투구로 타자들과의 승부를 펼치며 최소 실점으로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선발 투수들의 표본이라 불러도 좋을 로페즈의 역투는 대단할 뿐입니다.

막강 기아타선을 맞아 산발 9안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사사구 하나 없이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낸 고원준 역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으로 팀이 기아와의 라이벌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다음 주 SK와 LG 원정 6연전을 해야만 하는 팀에게 홈에서 귀중한 1승을 할 수 있게 해준 고원준의 투구는 로페즈 못지않게 대단했습니다.


8회 홈런 4방이 드라마를 쓰게 했다

기아가 역전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치며 안타깝게 실점을 하며 끌려갔습니다. 여러 번의 기회가 왔지만 매번 아쉽게 점수를 얻지 못하고 마무리되기만 하던 기아가 8회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8회 구원으로 돌아선 후 완벽한 투구를 보여주며 찬사를 받고 있는 코리에 맞서 김선빈이 선두 타자 안타를 치고 나가며 대 역전극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김원섭이 허망한 병살타를 치며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듯 했지만 이범호는 그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며 자신이 왜 기아의 4번 타자인지를 증명해주었습니다. 8회 전까지 삼진을 포함해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던 이범호는 병살타로 리듬이 끊긴 기아에게 생명수 같은 홈런을 쳐주었습니다.

단단히 노리고 들어와 코리의 꼼짝 못하게 만든 홈런은 기아가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연패에서 에이스가 승리로 분위기를 전화해주듯 팀의 4번 타자인 이범호는 병살로 무산된 상황에서 자신이 마무리하며 추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오늘 단타로 타격감을 높였던 김상현은 거짓말 같은 백투백 홈런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렇게 경기는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였지만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롯데와의 사직 원정에서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쳤던 김주형이 역전 솔로 홈런을 쳐내며 KBO 역사상 20번째 세 타자 연속 홈런 기록으로 기아가 롯데를 역전시켜버렸습니다.

롯데 팬들이 허망하게 그라운드를 쳐다보듯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모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거짓말 같은 2사 후 4, 5, 6번 타자들이 솔로 홈런으로 만들어낸 역전 상황은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나면 기아의 해피엔딩이었겠지만 롯데에는 이대호가 있었습니다.

역전 후 마운드에 올라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하던 로페즈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친 이대호에 의해 다시 한 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버렸습니다. 어제 만루 홈런에 이어 대단한 홈런을 날린 이대호는 진정 드라마 같은 사나이였습니다.

거짓말 같은 상황은 승부를 연장까지 이끌었고 기아와 롯데의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은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모두 흥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10회 마지막 이닝 에러가 경기를 결정지었다

먼저 에러를 범한 것은 롯데였습니다. 선두 타자 이범호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폭투로 무사 3루를 만든 상황에서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김상현과 대결을 하는 상황은 두려움이었습니다. 만약 기아가 경기를 이기려면 김상현이 삼진을 당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무사 3루에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외야 플라이를 생각해야만 하는 김상현은 다시 한 번 홈런이라도 노리듯 가운데 들어오는 실투도 치지 않은 채 기다리다 속절없이 유인구에 속아 삼진 아웃당하고 말았습니다. 김주형이 내야 땅볼로 역전 득점을 하기는 했지만 순리에 어긋난 상황은 대량 득점도 가능했던 10회를 아쉽게 마무리하게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10회 말 수비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멀리 나간 플라이기는 했지만 중견수인 신종길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플라이를 실수하며 무사 2루 찬스를 만들어준 상황은 어렵게 역전을 시킨 기아에게는 힘 빠지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박경태가 손아섭을 어렵게 삼진으로 잡고, 이대호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이인구를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병살로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이 땅볼이 병살이 되었다면 경기는 끝날 수밖에는 없었지만 2사 1, 3루가 된 상황에서 김민호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김선빈이 에러를 범하며 동점을 주고 조성환의 타구까지 놓치며 끝내 롯데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나온 세 개의 에러가 다 잡은 승리를 놓치게 만들었습니다. 패색이 짙었던 8회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세 타자 연속 홈런으로 분위기를 반전했던 기아. 이런 기아에 맞서 팀의 간판인 이대호의 멋진 동점 홈런으로 야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했던 기아와 롯데의 승부는 허망한 에러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롯데 팬들에게는 역전에 재역전을 한 이 경기가 그 어떤 경기보다 짜릿하고 흥겨울지 모르지만 기아 팬들에게는 허망한 에러로 내준 경기가 한스러울 뿐입니다. 끝내기 안타로 지는 경기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에러로 자멸해버리는 상황은 그 여파가 오래 갈 수도 있기에 아쉬운 것이지요.

기아가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야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승패가 명확한 경기에서 승리를 해야만 했지만 패하면서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기아의 끈질긴 승부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기의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교체를 하러 올라온 코치에게 강하게 자신이 마무리하겠다는 투지를 보인 로페즈의 모습은 언제 봐도 믿음직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주축은 어떤 역할을 해야만 하는지 잘 보여준 이범호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동안 잠재력만 가지고 있었던 김주형의 폭발은 기아에게는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이대호라는 거대한 산만 넘었다면 세 타자 연속 홈런이 멋진 승리와 함께 빛이 났겠지만 이대호의 동점 홈런은 결과적으로 롯데의 승리를 이끈 결정적 한 방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기아는 다음 주 LG와 한화를 홈으로 불러들여 6연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비록 롯데와의 승부에서 1승 2패를 하기는 했지만 김주형이라는 거포를 얻었다는 사실은 반가움입니다. 이용규의 여전한 타격감과 끈질긴 승부를 통해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경기였다고 보입니다.

복기를 해봐도 아쉬움이 가득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야구라는 경기가 왜 짜릿한 재미를 주는 지를 보여준 '기아vs롯데'의 경기는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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