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광주 개막전에서 엔씨 다이노스를 상대로 8회 대폭발을 하며 재역전에 성공하며 승리를 거뒀습니다. 초반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기아가 앞서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도 그랬지만, 한순간 와르르 무너진 마운드가 문제였습니다.
네일과 로건을 앞세운 마운드는 팽팽했습니다.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밋밋한 느낌도 드는 선발 투수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나왔지만 네일이 시범경기와 마찬가지로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몸 쪽 공 컨트롤에 문제가 있습니다.
시범경기에서도 몸 쪽 공 승부를 하다 사사구를 내주고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며 3 실점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오늘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른손 타자의 몸 쪽 공이 상대적으로 완벽한 제구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추가 등판을 하며 바꿀 수도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로 남겨진다면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개막전 선취점은 기아의 몫이었습니다. 2회 2사 후 연이어 터진 안타로 만든 득점이라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2사 상황에서 로건과 긴 승부를 벌이며 안타를 만들어낸 김선빈의 모습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베테랑이 된 김태군의 적시타로 득점을 올리는 과정 자체는 기아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아 선발인 네일은 기록으로는 좋습니다. 4회 2사까지 모두 아웃카운트로 잡아내며 잔루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5회 1사에서 권성동에게 사구를 내주며 약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시범경기와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네일의 고질적 문제가 될지, 아니면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인지 우려가 되기는 합니다.
주자 둘을 내보내기는 했지만 김휘집을 3루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하지 않고 선발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내려갔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과감하게 6회부터 강력한 불펜진을 가동했습니다. 네일의 투구 수가 5회까지 66 구였습니다. 충분히 6, 7회까지 끌고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이 감독이 한 템포 빠르게 교체를 한 것은 마지막 투구에서 보여준 네일의 불안도 한몫했습니다. 지난 시즌을 생각해보면 막강한 불펜진을 활용하는 것이 이기는 방법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경기이기도 합니다.
믿고 내보낸 투수들이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지 몰랐으니 말입니다. 곽도규는 6회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인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으며 기대치를 끌어올렸습니다. 후속 타자인 김주원에게 안타를 내준 것은 그럴 수 있다 생각됩니다.
문제는 손아섭과 승부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사구로 내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제대로 승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도망가는 피칭을 하기 시작하면 절대 상대를 압도할 수 없습니다. 실제 곽도규는 손아섭을 제압하는 공을 던지지 못했습니다.
상대를 압도하는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를 믿고 맡길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벤치는 곧바로 곽도규를 내리고, 새롭게 영입한 조상우를 올렸습니다. 조상우는 지난 시즌 가장 중요한 핵심 역할을 해준 장현식처럼 해주기 바라고 영입했습니다.
지난 시즌 장현식보다 기록이 좋지 못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과연 이적 후 첫 피칭이 어떨까 기대도 컸습니다. 하지만 조상우의 데뷔전은 최악이었습니다. 15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만 두 개나 내줬습니다.
투수가 타자와 승부하며 안타를 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볼넷은 문제가 큽니다. 제구가 되지 않아 승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더라도 승부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상우는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볼넷을 내주고 2루타를 맞는 상황에서, 다시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아웃 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하며 제대로 된 투구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개막전 기아 데뷔라는 점에서 부담을 가졌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투수는 위축되면 절대 좋은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상우의 오늘 모습은 불안만 가중시켰습니다.
믿었던 두 명의 투수가 엉망으로 투구를 하고 역전을 내준 뒤에 나온 최지민은 많은 이들이 바라는 투구를 해줬습니다. 상대 타자와 승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도망가는 피칭이 아니라, 쌈닭처럼 승부를 본 최지민은 추가 실점하지 않고, 남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마무리했습니다.
최지민의 투구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이유는 만약 6회 추가 실점을 했다면 막판 역전은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엔씨로서는 추가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도망가지 못하며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6회 2점이 아닌 3, 4점으로 점수를 늘렸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최지민이 1과 2/3이닝을 1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은 것은 기아가 대역전승을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습니다. 이런 활약으로 기아는 8회 빅이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1점 차 승부에서 막판 기아는 강했습니다. 주자를 앞에 두고 3번 타자인 나성범이 동점타를 만들며 대역전극은 서막을 열었습니다.
위즈덤이 볼넷을 얻어나가자, 여전히 핵심 라인업에서 활약하는 노장 최형우가 역전 결승타를 날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기아쪽으로 끌어왔습니다. 노장이라 더욱 노련한 모습을 보이는 최형우는 역시 최형우였습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노림수가 뛰어난 베테랑의 힘이 잘 느껴졌습니다.
8회 빅이닝의 하이라이트는 대타로 나선 한준수가 쓰리런 홈런을 쳐내며 완전히 경기를 정리해버렸습니다. 8회에만 무려 8점을 뽑은 기아는 황동하를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워낙 점수차가 크다 보니 부담 없이 황동하를 올렸는데, 내용은 그렇게 좋지는 못했습니다.
김도영은 안타를 친후 2루를 향해 달리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햄스트링 이상을 느끼고 교체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되었는데 아직 정확한 진단이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햄스트링 부상이 심하다면 오랜 시간 출전 자체가 불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기아가 연패를 하기 위해 김도영 없이 가능할 것이냐?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두 경기야 가능하겠지만, 144경기를 김도영 없이 치르며 우승을 할 수 있다면 기아는 정말 단단한 팀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슈퍼 백업이라고 불리는 윤도현이 존재합니다. 중고교시절 김도영과 라이벌로 불렸던 윤도현은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윤도현이 언제라도 주전이 쉬거나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 가장 먼저 투입한다는 말까지 했던 선수입니다.
충분히 기량은 좋다는 점에서 윤도현으로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비나 주루 플레이는 충분해 보이는데, 다만 타격에서 김도영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수비 공백을 채워줄 선수들은 많지만 타선에서 김도영의 공백을 채워줄 선수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은 불안 요소입니다.
기아는 개막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비록 핵심 선수인 김도영을 부상으로 잃었지만 여전히 강한 팀임을 8회 빅이닝으로 잘 보여줬습니다. 개막전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경기력을 봐야만 문제점과 강점들이 잘 보일 겁니다. 이겼지만 아쉬운 경기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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