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질을 언급하는 경우는 오래되었습니다. 과거에는 국제 경쟁력을 가졌고, 그만큼 좋은 리그라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국제 경기에서 한국 야구는 더는 강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 천만 관객 시대를 맞았습니다.
경기력은 떨어져도 국내 관중들이 늘었다는 사실은 의아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지에서 야구를 버리고 다른 것을 선택하기 어려운 여러 조건이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단순히 야구 경기만이 아니라, 야구장이 가지고 있는 재미가 더욱 주요하게 다가올 겁니다.
기아와 키움의 수요일 경기는 처참함을 맛보게 했습니다. 점수도 적당하게 나와야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소위 핸드볼 스코어라고 부르고는 합니다. 6회를 제외하고 모든 이닝에서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 정도면 투수들이 난타를 당했다는 의미가 되겠죠.
투수들이 난타를 당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투수 교체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투수 교체가 잦아지면 맥이 끊어지고, 야구는 재미가 없어집니다. 야구도 흐름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런 흐름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되는데, 투수들이 자주 바뀌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는 의미죠.
키움은 신인 정현우를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기아는 3년 차 윤영철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시작은 기아가 웃을 수 있었습니다. 기아는 1회 위즈덤, 최형우의 2루타와 이우성의 안타로 손쉽게 2점을 득점했습니다. 보통 2점 정도 올리면 손쉽게 경기를 풀어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아는 2회 4 실점을 하며 무너졌습니다. 2회 2점 정도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격수 윤도현이 실책을 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나빠졌습니다. 푸이그, 이주형, 카디네스가 연속으로 안타를 치며 손쉽게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기아 타선도 전날 폭발하며 타격감이 올라온 상태였습니다. 기아는 상대 실책과 선발 정현우의 연이은 볼넷으로 만루가 만들어졌고, 2사 만루에서 최형우가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다시 만들어줬습니다. 이 정도면 마운드가 버텨주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기아는 3회 다시 2 실점을 하며 역전을 내주더니, 올라오는 투수마다 난타를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4회 1 실점, 5회 4 실점, 7회 5 실점, 8회 1 실점을 하며 기아 마운드는 초토화되었습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마운드가 이렇게 한심하게 무너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선발로 나선 윤영철은 2이닝 동안 난타를 당하며 6 실점을 했습니다. 물론 자책점은 2 실점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보인 투구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느 순간 경기를 포기한 듯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실제로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보는 이들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교체된 황동하는 3이닝 동안 5 실점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투구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황동하는 올 시즌 벌써 3번째 마운드에 올랐는데, 두 번째 경기를 제외하고는 불안한 모습을 계속 노출하고 있습니다.
가장 씁쓸하게 다가온 것은 임기영이었습니다. 임기영이 제대로 살아야 기아 마운드는 더욱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4, 5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그가 제대로 살아나야 합니다. 하지만 임기영은 오늘 경기에서도 한 이닝을 책임지며 6개의 안타를 맞고 하나의 사사구를 내주며 5 실점을 했습니다.
임기영은 올 시즌 2이닝을 던졌는데, 8피 안타 6 실점을 했습니다. 이건 그의 투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상대를 압도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티타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최악입니다. 앞으로 몇 차례 나오겠지만, 제대로 모습을 찾아가야 할 텐데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와 달리, 정현우는 데뷔전에서 5이닝 동안 6 실점을 했습니다. 사실 벤치에서는 5회 정현우를 내릴 수도 있었습니다. 11-4로 앞선 상황이었기에 데뷔전을 치른 어린 선수에게 승리투수가 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위기는 계속되었고, 2 실점을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투구 수가 120개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도 벤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벤치는 명확하게 정현우에게 데뷔 선발승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현우 선수도 벤치와 동료들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 듯했습니다.
122번째 투구도 속도와 제구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아직 젊어서이기는 하지만 선발 투수에게 120개가 넘는 투구를 하도록 하는 경우는 요즘에는 많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투구 수를 관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자칫 혹사 논란이 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혹사일 수도 있지만, 반복해서 100개 투구 수가 넘게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현우가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 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벤치는 어린 선수가 자신이 열심히 던져 승리투수라는 열매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중요하게 의미 부여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정현우는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듯합니다. 그리고 상대와 어떤 대결을 하는 것이 좋은지 수싸움 등을 어느 정도 배웠을 듯합니다. 이는 그저 선배나 코치에게 배울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정현우가 과연 올 시즌 어떤 성장을 할지 기대될 정도입니다.
타선에서는 전태현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전태현도 신인인데 4경기 7타수 6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장타는 2루타가 하나이지만 공을 맞춰 안타를 만드는 능력이 좋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신인인 전태현이 과연 키움에서 얼마나 성장할지도 기대됩니다.
기아는 분명 강한 팀입니다. 하지만 기아가 정말 강팀인지 초반 경기들에서는 머리가 갸웃하게 할 정도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이 되었으니, 선수들이 목표가 사라졌다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마운드의 힘이 야구에서는 너무 중요하지만, 현재 기아는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야구 Baseball > 한국 프로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아 올러 호투와 홈런 폭발한 타선, 키움 11-6으로 압도했다 (0) | 2025.03.26 |
---|---|
기아 개막 2연전, 우승 가능한 팀이라 보기 어려웠다 (0) | 2025.03.24 |
기아 개막전 NC 상대 9-2 역전승, 김도영 부상은 변수다 (0) | 2025.03.22 |
2025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 (0) | 2025.03.20 |
KBO 멈춘 전직 야구 선수와 마당발 여성, 경찰 수사가 필요한 이유 (0) | 2021.07.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