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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칼럼

이동국 전파낭비 발언이 너무나 당연한 이유

by 스포토리 2015.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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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의 공격수 이동국의 전파낭비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린이날 스포츠 중계는 사실 프로야구 중계로만 채워진 비이성적인 편성이었다. 그 많은 방송들이 모두 한화vsKT와의 경기만을 중계했다. 지상파마저 야구 중계를 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 자체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마저 빼앗은 방송사 전파낭비가 맞다

 

 

 

 

야구팬이고 야구를 즐겨보는 입장에서 야구 경기를 매일 중계를 해주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10구단인 KT가 합류하며 올 시즌부터 경기 중계는 다섯 개 채널에서 해줘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야구팬으로서는 반갑고 행복한 일이지만 다른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로서는 포악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다양한 스포츠들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야구만이 방송을 독점한 상황은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프로야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방송사에서 중계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이들이 원하는 스포츠를 보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는 것 역시 방송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긴 레이스는 흥미롭다. 월요일 하루를 빼고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의 특성상 생중계는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한 해 수백만 명의 관중들이 찾는 야구라는 점에서 방송사가 야구 중계에 집착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아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야구의 특성상 10개 도시를 제외한 곳에서는 야구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중계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자 필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가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한다면 방송 편성 역시 독점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로리그가 생기기 전에도 축구와 야구는 대한민국에서 큰 사랑을 받던 스포츠이기도 하다. 농구가 모든 것을 지배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축구와 야구만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은 강렬하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두 프로 스포츠이지만 분명한 차이도 존재한다. 야구는 현장에서 폭발적인 관중 동원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축구의 경우 현장 보다는 국제 대회만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다. 왜 많은 이들이 축구장을 찾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은 프로축구연맹부터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제대회용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대한민국 프로축구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여러 진단들이 나오고 있고 개선하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동국의 분노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전북 현대의 주전 공격수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선수이기도 한 이동국의 쓴소리는 당연했다. 

 

"어린이날 축구 보고 싶은 어린이들은 어떡하라고"

 

이동국이 지난 5일 어린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은 의미심장하다. 이동국의 이 말과 함께 해시태그로 올라온 내용들이 문제가 되었다. '한 경기 5채널 중계''전파낭비' 등이 적혀 있었고, 이 중 프로야구 중계가 전파낭비라는 이야기였다는 점에서 일부 야구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모두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한화vsKT의 경기를 무려 다섯 개 채널에서 중계를 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의 결승전도 아닌데 한 팀의 경기를 이렇게 많은 방송에서 함께 중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기까지 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섯 채널에서 동일한 경기를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전파낭비다. 더욱 어린이날 낮 2시부터 K리그 클래식은 제주―울산, 포항―부산 등 2경기가 열렸지만 방송을 통해서 볼 수는 없었다.

 

최소한 프로축구 한 경기 정도가 편성되었다면 이런 한심함이 덜했을 수도 있다. 월드컵 결승도 이렇게 많은 채널에서 한꺼번에 방송할 수도 없다. 물론 독점권을 주는 방식이기에 그렇겠지만 말이다. 동일한 한 경기를 다섯 개 채널에서 동시에 중계하는 것은 분명한 전파낭비 그 이상이다.

 

초와 말 공격들이 바뀌면서 수없이 광고가 나오고 중간에 화면 광고까지 이어지는 프로야구는 방송사로서는 소위 장사가 되는 중계다. 축구가 전후반 45분으로 정해진 틀 속에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광고 노출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장사가 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없다는 방송사들의 상업적 논리만을 탓할 수도 없다. 

 

철저하게 상업화를 치닫고 있는 방송들. 그리고 이를 부추기는 듯한 정부의 행태로 인해 이미 방송은 철저하게 상업화 그 이상으로 향해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돈 되는 장사만 하겠다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의식을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김성근의 한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돈 되는 경기를 선택하고 이를 방송해서 돈을 벌겠다는 그들의 논리가 만든 이 말하기도 부끄러운 해프닝은 우리 방송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프로야구 중계만이 아니라 전파낭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분노는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축구연맹은 근본적으로 축구 붐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현장에 팬들이 몰리고 이런 붐이 당연한 압박으로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축구 중계를 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철저하게 상업적인 방송으로 전락한 그들을 위해서도 그들부터 변해야만 할 것이다. 방송사들 역시 그저 돈만 되는 프로그램을 쫓기보다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축구연맹에서 경기를 중계하는 목적으로 중계권료까지 받고도 SBS와 MBC는 아직까지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프로축구 중계를 하지 않았다. 오직 돈만 쫓아가는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보장하는 방송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방송은 방송사들의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저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한 팀의 경기를 다섯 채널에서 동시 생중계를 하는 촌극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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