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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첼시 잡은 레스터시티, 언제나 돈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는 없다

by 스포토리 2015.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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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의 돌풍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작년 하위 팀이었던 그들이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 레스터시티는 맨시티, 맨유, 아스날 등 전통의 강호들을 모두 밀어내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거대한 팀들을 무너트린 레스터시티가 시사하는 바는 우리에게도 크게 다가온다.

 

돈으로 채워낼 수 없는 스포츠의 감동, 레스터시티의 반전이 반가운 이유

 

 

레스터시티라는 팀은 EPL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축구팬이 아니라면 생경한 팀이다. 1884년 '레스터 퍼스'라는 팀으로 시작한 레스터시티는 단 한 차례도 프리미어리그(이름이 바뀌기 전의 정규 시즌)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이 팀의 최고 성적은 1928-29 시즌 리그 2위가 최고였다.  

 

 

레스터시티는 2013-14 시즌챔피언십 우승을 확정하고 프리미어에 입성한 팀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그들은 꼴찌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팀일 뿐이었다. 시즌 막판 탈락 위기에서 웨스트햄을 시작으로 여섯 팀을 꺾고 5월 16일 선덜랜드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겨우 프리미어 리그에 잔류한 팀이다.

 

프리미어 첫 시즌을 겨우 마친 그 팀이 올 시즌 이렇게 뛰어난 활약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이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우승을 꿈꾸지만 챔피언십에서 올라온 팀들의 경우 프리미어에 잔류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될 정도로 경쟁은 언제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에는 엄청난 자금을 동원해 선수를 사들이는 거대한 팀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팀들은 언제나 상위권을 독식하며 시즌이 끝나면 엄청난 돈을 벌고는 한다. 거대한 돈이 또 다른 엄청난 돈을 만들어내는 곳이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다. 미국과 러시아 갑부들이 속속 영국 프리미어 팀들을 사들이기에 혈안이 되는 것 역시 엄청난 돈벌이가 보장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스터시티가 많은 이들에게 생경하기는 하지만 이 팀의 구단주가 엄청난 자산가라는 점에서 향후 움직임들이 주목되기도 한다. 레시터시티의 구단주는 태국인인 위차이 락시악손이다. 개인 자산만 2조 5천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태국의 면세점을 독점하고 있는 킹파워 그룹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2011년 레스터시티의 단독 경영권을 확보한 위차이는 7년 안에 프리미어 우승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공헌이 실현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은 챔피언십에서 벗어나 프리미어에 들어섰고, 올 시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단주가 공헌한 2018년보다 3년이나 앞서 꿈이 실현될 수도 있는 기회를 잡고 있는 셈이다.

 

지난 시즌 겨우 프리미어에 잔류했던 팀이 어떻게 올 시즌 이렇게 대단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은 분명하다. 팀의 상승세와 함께 돋보이는 공격 듀오인 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의 맹활약이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올 시즌 바디는 15골로 리그 최다 골을 이끌고 있다. 마레즈는 18개의 공격 포인트로 이 부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두 선수의 맹활약이 곧 레스터시티의 성공시대와 맞물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 출신 바디와 알제리 출신의 마레즈의 환상적인 움직임은 많은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

 

첼시와 홈구장에서 가진 레스터시티의 경기는 두 선수의 강력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두 팀의 경기가 흥미로웠던 것은 두 구단주 모두 영국인이 아니라는 점과 두 팀의 시즌 성적이 작년과 올해 완벽하게 뒤집혀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레스터시티 돌풍을 이끌고 있는 감독인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2000년부터 2004 시즌까지 첼시 감독이었다는 점이다.

 

좋은 성적을 내고도 첼시 감독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그를 밀어낸 이가 바로 무리뉴였다는 점에서도 오늘 경기는 흥미로웠다. 첼시의 전성기를 열고 이끌었던 두 명장이 서로 다른 팀의 감독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양 팀은 모두 승리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했다. 레스터시티는 다시 1위에 올라서기 위해서 승리가 필요했고, 첼시는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그런 절박함과 절실함 사이에서 벌어진 오늘 경기는 레스터시티의 2-1 승리였다.

 

전반 34분 레스터시티는 마레즈의 날카로운 패스를 존 테리 뒤에서 끊어 들어와 슛으로 연결한 바디의 감각적인 골로 승기를 잡아갔다. 노쇠화하며 느려진 첼시의 수비진들이 레스터시티의 두 공격수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충분히 검증된 두 선수를 막는 전략은 당연하게도 첼시에게도 존재했지만 그들을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첼시 전력이라는 것이 문제다.

 

첼시 공격의 핵(올 시즌 아쉬움만 주고 있지만) 아자르까지 부상으로 나간 상황에서 첼시에게 주어진 과제는 더욱 혹독할 수밖에 없었다. 바디와 함께 레스터시티 열풍을 이끌고 있는 마레즈를 막을 수 없었다. 길게 넘어온 패스를 완벽하게 잡아낸 후 첼시의 스페인 수비수 아스펠리쿠에타를 흔들며 멋지게 골 망을 가르는 마레즈의 골은 환상적이었다.

 

바디와 마레즈는 오늘 경기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리고 그들의 골은 모두 그림 같다는 수식이 잘 어울릴 정도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후반 2-0으로 뒤진 첼시는 선수들을 교체하며 반격에 나섰고, 레미의 골로 2-1까지 추격했지만 그 이상을 해내기는 한계가 분명했다.

 

무리뉴에 밀려 첼시를 떠나야 했던 라니에리는 2015 시즌 레스터시티를 통해 다시 EPL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는 당당하게 이 하위권 팀을 리그 1위로 올려놓았다. 승점 35점을 얻은 레스터시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 알 수는 없다. 박싱데이가 있고 후반으로 들어갈수록 체력적인 안배와 이름값 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 속에서 레스터시티가 이를 이겨낼지 확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자신은 올 시즌 승점 40점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중상위권을 목표로 삼았던 그는 이제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높은 목표를 삼아야 하고,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다. 현재의 상승곡선을 생각하면 그 어떤 팀도 레스터시티를 잡아 내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이니 말이다.

 

바디의 인생역전은 흥미롭다. 8부 리그에서 뛰며 주급 5만원을 받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을 했던 바디는 5부 리그 팀과의 계약에 이어 2012년 레스터시티와 계약을 하며 현재의 바디가 되었다. 5만원을 받던 바디는 현재 30만 파운드에서 4만 5천 파운드 한화로 약 8천만 원의 주급을 받는 선수로 성장했다.

 

바디의 엄청난 성장은 곧 레스터시티의 역사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새로운 역사를 작성하는 바디에 대한 강팀들의 구애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고, 그의 급상승한 주급이 현재 바디를 설명해주고 있다. 공장 노동자에서 EPL을 호령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된 바디의 인생역전은 레스터시티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바디와 마레즈라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두 선수가 레스터시티의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만 두 선수만으로 리그 1위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라니에리 감독의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무리뉴는 경기 후 선수들을 향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독설을 퍼부었고, 승자는 라니에리 감독은 "우리는 평범하지만, 팬들의 열정이 우리를 만들었다"는 말로 정의했다.

 

두 감독의 말 속에 그들의 현재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라니에리의 이 고마움의 표현은 곧 현재 레스터시티가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오기도 한다. 두 선수의 폭발적인 감각이 상승세의 일등공신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 전체적인 팀 발란스를 맞춰주고 있는 다른 선수들과 레스터시티를 응원하는 팬들이 하나가 되어 현재의 1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진실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만든 것이 바로 라니에리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가치는 새롭게 매겨져야만 할 것이다.

 

돈이 곧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하면 EPL의 순위는 단순해진다. 가장 돈 많은 맨시티부터 첼시, 맨유, 아스날 등 돈 많은 부자들의 구단들이 순위를 도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그런 순위가 EPL의 역사였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명한 선수도 없었던 레스터시티가 이렇게 엄청난 반전의 주인공이 되면서 언제나 돈이 모든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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