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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나지완의 홈런과 한상훈의 볼넷, 모든 것은 6회부터 시작되었다

by 스포토리 201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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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출격을 감행한 류현진의 환상적인 투구와 6, 7회 12득점을 올린 한화의 집중력이 기아를 무너트렸습니다. 5회까지 류현진과 서재응이라는 너무 다른 유형의 투수들이 벌이는 팽팽한 투수전은 흥미로웠습니다. 양 팀 타자들은 투수들의 호투에 눌려 빈타에 허덕였지만 그 모든 것은 6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야왕과 아이들, 기아를 침몰시켰다



류현진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1회부터 압도적인 공으로 기아 타선들을 농락하기 시작하더니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까지 그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5회 초 나지완이 류현진에게 첫 안타를 쳐내기 전까지 이범호가 볼넷을 하나 얻어냈을 뿐 기아는 류현진의 엄청난 공에 배트를 맞추는 것조차 힘겨워했습니다.

 

서재응 역시 류현진에 비해 느린 구속으로 핀 포인트 제구력을 앞세워 3회 신경현에게 첫 안타를 맞을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습니다. 4회 말 장성호에게 1사후 2루타를 맞고 최진행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다음 타자가 작년까지 롯데에서 활약했던 가르시아라는 점에서 1사 주자 1, 2루는 위기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철저하게 가르시아 시프트를 구사해 2루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이끈 기아는 득점 기회를 넘기며 5회 초 류현진을 상대로 기회를 잡았습니다. 무안타로 완벽하게 류현진에게 당하던 기아는 1군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나지완이 첫 안타를 신고하며 분위기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전 이닝에서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후 첫 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간 것은 기아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비록 최근 다시 타격감이 최악으로 떨어져 있었지만 김상현에게 한 방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은 몸 쪽 빠른 공 세 개에 루킹 삼진 당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절망을 맞봐야만 했습니다. 같은 구질, 같은 코스의 공 3개를 움직임도 없이 바라만 보며 타석에서 물러나던 그로 인해 분위기는 다시 한화로 넘어갔습니다. 이종범의 헛스윙 삼진에 김주형에 볼넷을 얻어냈지만 김상훈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류현진의 위대함만 실감하게 만들었습니다.

5회 말 공격을 잘 막아낸 서재응에 속죄라도 하듯 6회 기아는 2사 후 이범호가 깨끗한 2루타를 쳐내며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서며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최희섭이 투수 키를 넘기고 2루 베이스로 흐르는 땅볼 안타를 쳐 2사 1, 3루의 기회를 잡은 것은 오늘 경기에서 가장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유격수 한상훈이 류현진의 글러브를 맞고 느려진 타구를 뒤로 물러나며 너무 편하게 포구를 해서 최희섭을 1루에 간발의 차이로 살 수 있게 해준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전 타석에서도 류현진의 상대로 안타를 쳐냈던 나지완은 2사임에도 바깥으로 흐르는 강한 볼을 밀어서 스리런 홈런으로 만드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홈런 한 방으로 경기는 완벽하게 기아로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한화의 에이스 류현진을 상대로 3-0으로 앞선 상황은 기아가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한밭에서도 한화 3연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최근 한화의 끈끈한 야구는 위기 상황 빛을 발했습니다. 에이스가 홈런 한 방으로 위기에 처하자 한화 타자들은 6회 말 바로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신경현이 선두 타자 안타로 분위기를 만들고 강동우가 번트를 댔지만 1루 주자가 2루에서 아웃 당하며 분위기가 꺾이는 듯했지만, 2번 타자 한상훈을 볼넷으로 내주며 기아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서재응으로서는 한상훈을 무조건 잡았어야만 했지만 그를 볼넷으로 내주며 한화가 역전할 수밖에 없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장성호가 안타를 치며 추격을 시작한 한화는 교체된 손영민을 상대로 최진행이 안타를 쳐서 3-2까지 쫓아가며 대반격을 이끌었습니다.

6회 초 한상훈의 수비 실수 하나가 3실점을 하게 했듯 6회 말 최희섭의 가르시아 타구 수비 하나가 역전의 빌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전 타석처럼 병살 시프트가 가동되어 1루 땅볼을 유도해냈지만 2루 송구가 부정확해 병살이 되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한대화 감독은 고동진을 대타로 내보냈고 그는 손영민을 상대로 동점 안타를 쳐내며 대타 성공을 만들어냈습니다.

왼손 심동섭으로 투수를 교체하자 한대화 감독은 오른손 타자인 이대호를 교체 카드로 꺼내 다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투나싱 이후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친 이대호는 역전타를 기록했고 기아는 그렇게 작전과 구질 선택에서도 실패하며 무력하게 역전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대타로 등장해 빠른 공에 스윙이 안 되는 이대호를 상대로 빠른 공 승부가 중요했음에도 투나싱 이후에 변화구를 선택한 것은 포수 김상훈의 실수였습니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한 한화의 타격은 7회 정점을 이루었습니다. 다시 신경현이 안타를 치고 나가자 1번 타자 강동우가 번트 자세에서 공격으로 전환해 완벽한 중전 안타를 만들며 무사 1, 2 루의 기회를 만들며 한화의 폭발적인 공격력은 시작되었습니다.

한상훈의 보내기 번트와 장성훈에 대한 볼넷으로 주자가 꽉 채워진 상황에서 가르시아는 홈구장인 대전에서 자신의 복귀를 알리는 2타점 안타를 치며 사실상 경기의 승패를 마무리했습니다. 3-7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류현진이 언제든 다시 출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의 타선은 에이스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불을 뿜었습니다.

볼넷으로 다시 만루 찬스를 만들어준 기아는 조태수가 이대수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다음 타자 이여상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으며 3-12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경기는 7회 끝이 났습니다. 이대수 만루 홈런은 승패를 결정지은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3일 휴식 후 자원 등판한 에이스가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경기를 결정지은 한 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아는 서재응을 이어 던진 볼펜 진들이 완벽하게 무너지며 두 이닝 동안 10안타, 12실점을 하고 말았습니다. 

무기력하기만 했던 기아의 볼펜과 손영민 교체 타이밍을 놓친 벤치의 선택은, '야왕' 한대화의 작전과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낸 선수들과 너무 비교가 되었습니다. 고동진 대타를 쓴 상황은 누가 봐도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습니다. 하지만 볼펜에서 손영민을 제외하고 믿을 만한 투수가 없는 기아에서는 그래도 그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아픔이었습니다. 

믿을만한 투수들이 있었다면 기아로서는 무조건 교체를 통해 한화 타자들을 압박하는 경기를 풀어갔어야 했지만, 가장 믿을 만한 손영민을 쓰고도 무참하고 패배한 기아로서는 다시 선발 투수들의 어깨만 무겁게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한대화 감독의 대담한 작전과 선수 교체가 빛을 발했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감독의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해준 선수들이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선수들은 에이스가 등판한 경기에서 역전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었습니다.

7이닝 동안 기아 타자들에게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나지완에게 당한 홈런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기아를 공략한 류현진의 존재감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리드를 하고도 자멸해버린 기아와는 달리, 위기를 곧 기회로 삼은 한화의 오늘 경기는 충분히 승리할만한 경기였습니다.

기아로서는 손영민을 제외하고는 위기 상황에 믿고 내보낼만한 선수가 없다는 사실은 심각하기만 합니다. 선발들이 제 역할을 충실하게 다하고 있음에도 볼펜 투수들이 흔들리고 무너져버린다면 결코 승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오늘 선발투수로 나선 서재응 역시 6회 1사후 마운드를 물러주기 전까지 한화타선들을 완벽하게 농락하며 자신의 몫을 해주었습니다.

손영민이 완벽하게 한화 타선을 막아주지 못하자 이후 등판한 심경섭, 박경태, 조태수가 대량 실점을 하며 허무하게 무너지는 상황은 기아로서는 절망과도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아자 완패를 당한 경기에서 선두 4팀 중 선두 SK의 역전승과 4위였던 삼성이 승리를 거두며 단독 2위 자리를 차지해 선두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했습니다.

하위권에서 언제든 탈출을 노리고 있는 한화와 감독 사임 후 첫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이 벌이는 중위권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한 6월 중순의 프로야구는 오늘 다시 그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경기가 시작됩니다. 

이닝이터 로페즈가 흔들리는 기아를 살려낼 수 있을지 아니면 올 시즌 최다 득점을 이룬 한화가 양훈의 호투로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갈지 궁금해집니다.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에서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기아의 팀 컬러가 승리나 패배나 상대 팀에게 위압감을 주는 팀으로 변하지 않는 한 우승은 힘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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