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이 엘지에 패한 직후 사퇴를 선언했다. 이미 예고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 다만 SK와 연결된 상황에서 염 감독은 그 어느 팀에도 가지 않는다고 선을 긋은 것은 의외로 다가온다. 스스로 넥센을 위해 당장 어느 팀으로도 가지 않고 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센의 미래는 과연 장밋빛이 될 수 있을까?
넥센은 한국프로야구에서 독특한 구단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는 거의 대부분이 재벌이 운영한다. 공기업이나 은행 등이 소유한 종목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재벌가들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넥센은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
메이저리그 방식을 통해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넥센의 시도는 참신했다. 초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이 된 넥센은 재벌 부럽지 않은 구단으로 성장했다. 재벌가는 언제든 자신의 입장에 따라 야구단을 처분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 중 하나인 현대는 야구를 버렸다. 삼성은 야구단이 제일모직으로 옮겨가며 지원이 줄어들었다. 확 준 지원만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삼성의 몰락은 그렇게 재벌가의 지원 여부에 따라 크게 변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재벌이 영원히 애정을 가지고 야구단을 운영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재벌가들은 언제든 구단을 포기할 수도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밍 방식의 구단 운영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기도 했다.
수백억이 들어가는 구단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넥센은 이겨냈다. 초기 어려운 구단 사정으로 인해 핵심 선수들을 파는 일도 반복적으로 해오며 비난을 받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현재의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던 구단주 이장석이 특경법상 사기ㆍ횡령ㆍ배임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장석은 야구장 내 입점 매장 보증금을 법인이 아닌 개인계좌로 받는 등 50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와 재미동포 사업가 홍성은 미국 레이니어그룹 회장(67)으로부터 고소당한 사건에도 특경가법상 사기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겨졌다.
2008년 현대유니콘스 인수 과정에서 KBO에 120억 원을 납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홍 회장에게 20억을 빌리며 지분 40%를 넘겨주기로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이장석이 내년 시즌에도 구단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홍 회장 역시 야구단 운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미 야구인 출신을 통해 운영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고도 한다. 이 상황에서 과연 넥센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홍 회장이 투자를 하며 운영을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위기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구단 전체를 뒤흔든 사건에 염경엽 감독까지 물러난 상황은 최악이다. 넥센의 핵심 자원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시즌 3위를 기록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염 감독이 분명 대단한 가치를 해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시즌 중 구단과 염 감독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올 시즌을 끝으로 결별이 예상되었던 만큼 염경엽 감독의 하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다만,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이 최종 패배를 당한 직후 나온 것이라 당황스러운 것뿐이니 말이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넥센 구단 측은 로이스터를 차기 감독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의 신바람 야구를 불러왔던 로이스터 감독은 여러 차례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오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 만큼 최소한 조건만 된다면 어느 팀으로든 복귀를 할 수 있는 감독이다. 로이스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감독 생활을 했던 존재다. 여기에 롯데의 경험을 통해 한국 야구에도 익숙한 로이스터는 최적의 감독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넥센 2군은 외국인 선수들이 운영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운영을 하겠다고 나선 넥센 구단의 선택이었다. 여기에 1군 감독마저 로이스터가 된다면 운영 형식은 완벽한 메이저리그 스타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에도 넥센은 시작부터 철저하게 메이저리그 방식을 한국에서 적응해왔던 구단이라는 점에서 이질감이 들지는 않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하게 되면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명암을 경험했던 만큼 보다 강렬하게 한국 프로야구에 적응한 메이저리거 감독의 스타일이 접목될 것으로 기대도 된다. 문제는 과연 넥센이 이장석 파문을 딛고 정상적으로 구단 운영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의 자산은 6천억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중 하나인 홍 회장이 마음만 먹는다면 넥센의 만성 적자도 벗어나 새로운 구단으로 거듭날 수도 있다. 싼 가격에 사 관리 후 높은 가격에 파는 홍 회장이 넥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야구단의 운명 역시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800만 관중을 넘긴 프로야구의 위기는 의외로 가파르게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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