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축구 변방이었던 베트남의 변화는 기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극적이다. 지난 1년 동안 베트남이 거둔 성적은 괄목상대다. 한 두 번 경기를 잘 할 수는 있다. 한 대회 놀라운 성적을 올리는 경우들은 익숙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넘게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는 것은 운이 아닌 베트남의 전력이다.
요르단 꺾고 8강에 오른 베트남, 박항서 호의 기적은 확장 중이다
대단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부임하기 전 그곳은 축구 변방이었다. 동남아시아가 축구 열기는 높지만 대표팀의 성적은 항상 낮았다. 축구는 모두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공 하나만 있다면 어떤 장소에서도 축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포츠이지만 국제 대회의 국가 대항전이 열리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축구는 돈으로 하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남미 국가들의 경우 이런 단순함 셈법과 일맥상통하지 않지만 현대 축구는 돈이 없으면 국제 대회 실력도 좋게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에 출전하며 전담 요리사도 함께 하지 않았다. 중동 국가에서 열리는 경기라는 점에서 음식은 중요하다. 강렬하게 정해진 시간 동안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경기인 만큼 먹는 요리에 대한 중요성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정도다.
전담 요리사도 없이 중동 현지에서 막강한 팀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7년 베트남이 아시안컵에서 8강에 한 번 오른 적은 있었다. 하지만 당시 동남아 4개국에서 개최되었던 대회에서는 예선 통과가 곧 8강이었다. 지금과는 달랐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조별 예선도 좋지 않았다. 이란 이라크 등 전통의 강호가 포진한 상황에서 단 1승을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라크를 잡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1분을 지키지 못하고 승점을 내준 것은 아쉬웠다. 첫 경기인 이라크를 잡거나 무승부만 기록했다고 해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란에 0-2로 패하기는 했지만, 명실상부 우승 후보 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선방 했다는 평가자 다수였다. 그만큼 아직 베트남이 아시아 중심에 있는 팀들과 경기에서 분명한 전력 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점수 차가 2점에 그쳤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어느 팀이나 이기고 질 수 있는 수준의 점수 차라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다.
예멘을 2-0으로 제압하고 극적으로 16강에 오른 베트남. 호주를 꺾으며 조별 리그에서 무실점으로 올라온 요르단과 경기에서 베트남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전반 39분 경 간접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는 장면은 아쉬웠다. 물론 수비 조직력이나, 수비수 개인의 능력이 아직 최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들도 자주 노출되기는 했다.
베트남이 강하다는 이유는 전반 실점을 한 후에도 계속 공격 일변도로 경기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흔들림이 없었던 베트남은 후반 5분 만에 오른쪽 윙에서 낮게 올린 공을 중앙으로 치고 올라가던 꽁 푸엉이 미끄러지며 멋진 골로 동점을 만드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완벽하게 오프사이드를 벗겨내고 응우옌의 낮고 정교한 패스를 골로 넣는 과정은 대단했다. 베트남 경기를 보면 여전히 투박한 수비가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최소한 공격 장면에서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골들이 나오곤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골 역시 최고 수준의 결정력이었다.
1-1 동점 상황에서도 베트남은 후반 종료까지 지속적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수비 위주로 전략을 바꾸기 보다 후반전에 역전으로 이끌고자 하는 노력들이 잘 보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베트남에게 동점골을 내준 요르단이 오히려 베트남 공격을 막기 어려워할 정도였다.
후반까지 승패가 가려지지 못하자 박항서 감독은 연장전을 최대한 실점하지 않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여전히 마지막 순간 집중력이 무너지는 베트남 선수들을 생각해보면 이 전략 외에는 없었다. 더욱 베트남이 유독 승부차기에 강하다는 점도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으로 보인다.
2018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준우승하는 과정에서도 승부차기는 주효했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팀들에게는 승부차기를 잘 하는 것은 대단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무승부까지 끌고 갈 수만 있다면 말 그대로 막판 뒤집기가 가능해지니 말이다.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난 1년 여 동안 베트남은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2018 스즈키컵 우승까지 일궈냈다. 이 중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기 전 베트남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롭고 놀랍다.
베트남 축구협회는 스즈키컵 우승을 최대 목표로 세웠었다. 하지만 베트남이 일군 성적 중 가장 낮은 것은 스즈키컵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대항전이라는 점에서 대회 가치보다 더 중요한 대회였다. 쉽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들 만의 리그에서 우승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또 박항서 호는 해냈다.
아시안 게임에서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사상 최초로 4강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16강에 올랐다.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승자와 8강전을 치른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베트남을 만나는 팀들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17년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베트남 축구가 단 1년 만에 아시아 각국이 부담스러워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박항서 감독과 그의 팀이 존재한다. 어린 선수들을 대거 등용해 베트남 축구 세대 교체를 이끌며 이런 호성적을 일궈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 황금 세대를 만들고 지휘하는 박항서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베트남 현지 언론이 결승에서 한국과 붙고 싶다는 말이 장난이 아니라 실제 벌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와 같은 체제로 베트남 축구가 2, 3년 성장하게 된다면 더는 베트남은 축구 변방이 아닌 새로운 중심이 될 수도 있다.
매 경기를 하면서 성장을 하고 있는 베트남 축구. 지난 1년 동안 베트남은 축구로 국민들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한 달 전 끝난 스즈키컵 우승이 끝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았다. 더는 오를 수 있는 곳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결코 쉬울 수 없는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오른 베트남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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