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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한기주의 힘, 기아 불펜 호투로 삼성을 눌렀다

by 스포토리 201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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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의 선발과 삼성의 불펜 싸움이 상징이 되었던 맞대결에서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믿었던 로페즈가 허리 통증으로 교체되면서 2회부터 삼성은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막강한 불펜의 힘이 있는 삼성으로서는 기아 선발이 5회 이전에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되었으니 말입니다.

약점이었던 불펜의 힘으로 막강 삼성 불펜을 이겼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흥미롭게 재미있는 이유는 철저한 데이터로 이뤄지는 경기임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변수가 많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듯 기아는 선발의 힘이 막강한 팀입니다. 그 선발의 힘이 1위에 올라선 커다란 동력이라고 볼 수 있으니 말이지요. 삼성은 부족한 선발을 최강의 불펜으로 막아내며 고속질주를 하고 있는 팀입니다.

이런 서로의 장점들을 내세우며 두 팀은 1승씩을 나눠가졌습니다. 윤석민은 금요일 등판해 완봉 승을 거두었고 삼성 불펜은 토요일 경기에서 다섯 명의 필승조가 투입되어 기아에게 역전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렇듯 서로의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에서 마지막 일요일 경기는 의외성이 지배했습니다.

로페즈의 이탈, 하지만 기아의 불펜도 막강했다

로페즈와 배영수의 맞대결에서 로페즈의 우세를 점치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최근 등판 경기의 기록도 그렇고 상대 전적에서도 우세한 상황이 갑자기 변할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예상처럼 배영수를 상대로 기아는 1회 2사 후 김상현이 적시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을 얻었습니다.

 

배영수와 달리, 로페즈는 1회 신명철을 1루 플라이, 박한이를 투수 땅볼로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문제는 2회 시작과 함께 삼성의 4번 타자인 최형우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2루타를 만들면서 부터입니다.

이어 5번 타자인 조영훈마저 장타를 터트리며 1실점을 하는 상황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로페즈가 뭔가 문제가 있던지 삼성 타자들이 로페즈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나온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최형우의 안타는 그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조영훈의 장타는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봉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난 후 이영욱 타석에서 갑자기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는 로페즈는 벤치에 신호를 보냈습니다. 급하게 나온 스태프 앞에서 다시 투구를 해보았지만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로페즈의 모습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대구구장에서는 커다란 함성이 들리며 삼성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기아 벤치에서는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의 폭이 깊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1군으로 올라온 김희걸이 마운드를 이어받아 이영욱을 삼진으로 잡고 현재윤을 투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하는 과정은 두 팀의 첫 번째 승부처였습니다.

기아 불펜의 문제는 오래 던질 수 있는 롱 맨들이 적다는 점입니다. 김희걸이 2회 위기 상황을 멋지게 벗어나기는 했지만 3회 조동찬을 삼진으로 잡고 나서는 1번과 3번 타자에게 볼넷을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기아 벤치에서는 심동섭으로 교체했고 그는 전 타석에서 2루타를 쳤던 최형우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기아와의 전 경기에서 초반 무너지며 자존심이 상했던 배영수는 마운드를 잘 지켜냈습니다. 4회 이현곤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3-1까지 벌어지기는 했지만 6이닝 동안 3실점으로 묶은 것은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의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막강한 불펜에게 마운드를 넘긴 것은 승리 방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아 역시 오늘 대결은 내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5회 삼성 공격에서 현재윤에게 볼넷을 내주며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9번 타자는 이현곤의 호수비로 잡아냈지만 발 빠른 현재윤은 폭투를 틈 타 3루까지 내달려 신명철의 유격수 깊은 타구에 홈까지 들어가며 3-2까지 압박해 들어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쉬웠던 것은 1달 만에 1군에 복귀한 최희섭의 수비였습니다. 베이스를 밟고 한 수비였다면 홈에서도 아웃을 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이스를 밟지 않고 이현곤의 볼을 받아 겨우 1루에서 아웃시키는 과정은 아슬아슬하며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한기주의 힘, 삼성과의 대결에서 위닝 시리즈를 만들다

6회 이상화로 바뀌며 삼성 타선을 잘 막아낸 기아는 7회 대타로 나선 김상수가 볼넷을 얻어 나가자 한기주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보내기 번트에 이은 2루 깊숙한 타구를 안치홍의 호수비로 잡아내고 박석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3-2라는 박빙의 상황에서 8회 마운드에 오른 권오준을 상대로 김상현이 2루타를 치고 나가고 안치홍이 번트를 대면서 1사 3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잔부상으로 오늘 스타팅에서 제외되었던 이범호가 대타로 등장하며 두 팀의 또 다른 승부처로 다가섰습니다. 삼성으로서는 이 위기를 넘기면 언제든 1점차는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기아로서는 최소 한 점만 더 달아난다고 하면 삼성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서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범호의 역할을 중요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범호는 3루 땅볼을 쳐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도 못했습니다. 행운의 여신이 기아 쪽으로 넘어와 박석민의 송구 실책으로 1루에서 살았다는 점이 다행일 정도로 이범호의 타격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뒤이어 나온 차일목이 권오준의 가운데 몰린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만들어내며 4-2까지 달아나는 상황은 균형의 추가 기아 쪽으로 기울게 만든 장면이었습니다.

7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선 한기주는 8회 4, 5, 6번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중심타선을 간단하게 삼자 범퇴시키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대타로 나선 배영섭을 3루 땅볼로 또 다른 대타인 모상기를 2루수 플라이로 잡고 마지막 타자인 강명구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잡으며 삼성과의 중요한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22개월 만에 마운드에 올라 효과적인 투구를 보였었던 한기주가 기아의 위기 상황에서 3이닝 동안 삼성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 승리를 지켜내는 과정은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선발에 비해 취약한 불펜이 문제인 기아로서는 중요한 한국 시리즈에서 투수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이 제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윤석민과 로페즈 모두 한 이닝 정도 마무리로 나설 수 있는 상황에서 한기주마저 선발과 불펜을 번갈아 맡게 된다면 임시방편이기는 하지만 기아의 문제점들을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영민과 유동훈 정도만 믿을 수 있는 불펜에서 다른 투수들은 불안함을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기에 한기주의 오늘 투구는 1세이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선발과 불펜의 극명한 대조로 1승1패를 나눠가진 두 팀이 재미있게도 마지막 일요일 경기에서는 서로의 장점이 약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약점을 딛고 일어선 팀이 승리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이후 중요한 고비에서도 적용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현곤의 맹활약, 최희섭의 복귀,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이용규

1개월 만에 경기에 나선 최희섭은 아직 타격이나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팀에 공헌하고 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사사구를 세 개나 얻으며 기회들을 만든 것에서 보이듯 상대 팀에서 최희섭이라는 존재가 주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더 이상의 부상 없이 자신의 모습을 찾아준다면 기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일 겁니다.

김선빈의 부상으로 유격수 자리에 나선 이현곤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팀에서 이탈한 김선빈의 공백을 과연 잘 막아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은 그저 기우였음을 과거 타격왕 이현곤은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선빈 공백 이후 수비에서 실책 없이, 3할이 넘는 타격을 치며 막강한 9번 타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현곤은 삼성과의 중요한 일요일 경기에서도 결승타점을 때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수비에서도 폭 넓은 수비로 어려운 공들을 아웃시키는 과정들은 노련함마저 묻어있었습니다. 문제는 잔부상에 시달리는 그가 뜨거운 여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문제일 겁니다. 체력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김선빈의 공백은 이현곤이 완벽하게 매울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범호가 최근 경기에서 첫 타석을 제외하고 무력함을 보이는 모습들이 자주 보여주었습니다.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잔부상들이 이범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용규마저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연 이은 출전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번 타자로서 역할에 충실했던 이용규는 삼성과의 대결에서 13타수 2안타에 그쳐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더욱 일요일 경기에서 이용규의 약점인 몸 쪽 높은 공 승부에 철저하게 당하며 5타수 무안타로 그쳤다는 점은 이후 상대팀들의 집중공략을 받을 가능성까지 재기되어 위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위대한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공략하는 투수들에 맞서 이겨야 하는 것이기에 약점이 노출된 이용규로서는 집요한 공략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되어야 할 듯합니다. 타격에서의 부진은 수비에서도 이어져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실책들이 연이어 나왔다는 점도 아쉽기만 합니다. 

금 토요일 폭염에 시달리며 힘겨워했던 선수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쉬고 한화와 전반 마지막 3연전은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지만 삼성과의 빅뱅에서 보여준 이용규의 타격은 아쉬웠습니다, 김상현이 삼성과의 3연전에서 완벽하게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기는 합니다.  

기아는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며 다시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가을 야구 잔치에서도 다시 맞붙을 수밖에 없는 두 팀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 치르는 3연전에서 숙적이 된 한화를 상대로 기아가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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