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7 10:05

여자 수구 대표팀의 1득점에 우린 왜 환호할까?

현재 광주에서는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다. 수영은 아직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물놀이 정도의 수영은 익숙하지만 스포츠로서 수영은 여전히 멀게 느껴진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익숙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 체육으로 수영이 익숙해졌다면 보다 많은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을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 수영은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고, 과거 인어공주 최윤희 정도만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수영은 육상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관심도가 낮은 종목이다.

다이빙에서 처음으로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등 의외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수영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노력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본인 몰카범 소동과 대한수영협회의 황당한 행정으로 인해 '코리아'라는 명칭도 없는 유니폼을 입었다는 소식이 더 널리 알려진 대회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여자 수구 팀이 1승이 아닌 1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축구도 아닌 물 속에서 하는 핸드볼인 수구에서는 골이 많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1골이 뭐 그리 대단한 가치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수구가 뭔지도 모르는 이들이 대다수일 정도로 비인기 종목이니 말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수영 대회가 큰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다. 절대 다수가 좋아하는 종목이라면 모를까? 수영 국제대회가 이토록 화제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급조된 여자 수구 팀의 한 골에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있다. 1승도 아닌 1골에 왜 환호하는 것일까?

 

여자 수구 팀은 첫 경기인 헝가리 전에서 0-64로 패했다. 아무리 급조된 팀이라고 해도 너무 과한 점수차다. 실제 이 점수는 세계수영선수권 역사상 가장 큰 점수차로 기록되었다. 공격은 못하고 헝가리 선수가 쏘는 슛은 모두 골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번째 경기인 러시아와 대결에서 끝나기 4분 전 고교생인 경다슬의 손에서 멀어진 공은 러시아 골문에 들어갔다. 그 순간 모두가 환호했다. 한국 선수들 그리고 현장에서 그들을 응원하던 국민들까지 역사적인 첫 골에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경기 결과는 1-30 패배였다.

 

단 두 경기를 치르며 94실점을 하고 1 득점을 했다. 기본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경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당장 여자 수구 팀을 해체하라는지 다음 경기는 포기시켜라고 요구할 법도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많은 이들은 여자 수구 팀의 그 한 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시대가 변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과거 우린 무조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야 했다. 그것도 금메달이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상징과 같았다.

 

금메달이 아니라면 비난을 받아야 했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그 흐름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메달보다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각의 변화는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들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 세계 최고가 된 선수에게 박수와 존경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최선을 다했지만 최고가 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동일한 박수와 존경을 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메달의 색보다 그 과정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여자 수구의 첫 골에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는 이유도 그 과정 때문이다.

여자 수구 대표팀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가능해지자 협회는 급하게 대표팀을 구성했다. 한국 최초의 여자 수구 대표팀은 지난 5월 선발전을 거쳐 꾸려졌다. 여자 수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경영 선수 출신 대학생 2명, 중·고등학생 11명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말 그대로 수구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이 되어 한 달 훈련 후 세계 최강팀들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평균 나이가 18살인 여자 수구는 그렇게 급조된 팀이다. 처음에는 측은함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급조되어 훈련도 적었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세계의 벽을 느끼며 대패를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박수다. 여자 수구가 유지될지 사라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보인 패기에 많은 이들은 환호하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 선수들에 대한 존경심에서 우린 더는 스포츠를 단순한 경쟁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문화는 반갑다. 과정이 얼마나 정당한지가 더 중요한 사회는 건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사회 체육에 보다 집중할 시대가 되었음을 국민들의 변화된 시선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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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2019.09.30 09:25 address edit & del reply

    여자수구대표팀 존치에 대한 회의는 구색일 뿐이었습니다. 대회가 패막하기 전에 해체를 했으며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2개의 대학에서 팀을 결성하겠다던 뉴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 였으며 허공의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당시 고3이었던 6명의 학생들은 각자의 길을 가기위해 대학 원서를 쓰고 실업팀과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일간에서는 이번 이력으로 "대학 잘 가겠네" 라고 하지만 오히려 여자수구팀은 처음 소집할 때 부터 국가대표미인정이었고 시합준비 하느라 3학년 1학기 시험을 제대로 치를 수 없어 성적이 떨어져 상당히 불리한 입시를 치르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가끔 경영시합장 관람석에서 뜨거운 조우를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세계선수권 참가를 후회하지 않고 수구를 하고싶다는 아이들....
    마지막 경기후 벗었던 수구수영복을 챙겨들고 만나러 갈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