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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월드컵

한국 조지아 평가전 민망한 졸전과 이강인 가능성

by 스포토리 201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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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를 위한 자리다. 그런 점에서 승패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물론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이 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대결할 팀보다 조지아의 경기력은 더 높다. 최종 예선전 상대와는 또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전 실험은 좋은 선택지였다. 

 

실험은 존재했지만 실체는 사라진 평가전이었다

 

 

3-5-2 전술로 나선 한국은 조지아를 상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고전했다. 중원부터 무너지며 수시로 조지아의 공격을 받는 과정은 민망할 정도였다. 더욱 오른쪽 라인이 모두 무너지며 패스만 하면 뚫리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마치 오른쪽에는 선수가 전혀 없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백승호와 이강인,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 자원이 모두 함께 뛰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었다. 18살 이강인이 평가전이기는 하지만 성인 대표팀에서 선발로 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이 3-5-2 전술을 실험한 것은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상대팀들이 수비 위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 예선 조에서 가장 강한 한국팀을 상대로 상대는 비기는 전술로 나와 승점 1점만 얻어도 괜찮다. 이런 전략들을 깨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방법 외에는 없다.

 

그동안 출전이 어려웠던 선수들도 기용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봤다는 것도 반가웠다. 골키퍼인 고성윤, 수비수 박지수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백승호와 이강인이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할 만 했다. 오늘 들고 나온 전술에서 백승호의 역할은 중요했다.

 

리베로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가 중요한 승부수였지만,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백승호 홀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축구는 혼자가 아닌 11명 선수 모두가 협업을 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기다. 그런 점에서 과연 3-5-2 전술이 한국 대표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크게 든다.

 

이 전술은 누구 하나 만족스러울 수 없는 미묘한 상황만 연출했다. 소속팀에서 뛰던 위치와 달라진 선수들은 실수들이 많았다. 오른쪽 윙을 맡은 황희찬은 소속팀에서는 당연히 공격수다. 그런 그가 윙어가 되면서 잦은 실책이 나왔다. 패스 미스에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기는 일들도 많아지면 대표팀 오른쪽 라인은 급격하게 무너졌다.

 

황희찬이 무너지니 쓰리백의 오른쪽에 있는 박지수 역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약점이 보이자 조지아는 적극적으로 한국 오른쪽 라인을 파고 들었다. 패스만 하면 허허벌판처럼 비어있는 상황들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여기에 리베로로 나선 백승호 혼자 모든 것을 책임을 질 수는 없다. 

김진수나 이강인이 내려와 보조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직 원활하지는 않았다. 3-5-2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로서는 그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선발 공격수로 나선 이정협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교체되었다는 것도 문제다. 최근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황희찬을 투톱 중 하나로 올렸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악의 전반전을 마치고 대표팀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세 명의 선수를 바꾸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시작과 함께 손흥민의 패스를 황의조가 잘라내는 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낸 장면 자체는 좋았다. 물론 오프사이드였지만, 평가전 심판들은 오프사이드를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 조지아 공격에서도 오프사이드가 자주 나왔지만 말이다.

 

경기 결과는 2-2로 끝났지만 어수선하고 어설픈 경기력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강인은 전반부터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그라운드에 눕는 일이 많았다. 수비 부담까지 늘면서 우리가 알고 기대했던 이강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도 아쉽다. 

이강인은 몇 차례 좋은 패스들도 보여주었다. 넓은 시야를 가졌다는 점도 확인시켜주었다. 프리킥 찬스에서 골대를 맞추는 장면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수비수들을 넘기고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가는 장면은 이강인이 킥 능력이 참 좋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다.

 

들어갔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겠지만 프리킥 찬스에 나설 선수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황의조의 2골로 동점을 만들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고, 포지션 적응이 쉽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로 다가왔다.

 

선수들이 평가전에 임하는 자세도 문제였다. 경기 내내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자주 나왔다. 공간이 크게 빈다는 것은 선수들이 그만큼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의미다. 단순히 3-5-2 전술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경기 후 손흥민 선수가 인터뷰를 통해 따끔하게 지적한 부분 역시 그것이다. 

 

대표팀은 놀러오는 곳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실험은 중요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이 평가전에서조차 실험을 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평가전에서 다양한 전술과 선수를 실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조지아 전의 과감한 시도는 반가운 일이었다. 다만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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