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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흥국생명 페퍼스에 3-1 승, 엘리자벳과 캣벨 쇼 속에 치열했던 경기

by 스포토리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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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팀 페퍼스가 첫 승을 올릴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만큼 흥국생명으로서는 올 시즌 가장 힘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되고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면 힘들 수밖에 없다.

 

페퍼스가 칼텍스와 경기에서 허무하게 진 것을 제외하면 다른팀들과는 끈질긴 승부들을 보였다. 안정감이 덜한 팀들은 페퍼스를 쉽게 잡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흥국생명이 기대보다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 약점들이 많은 팀이기도 하다.

페퍼스가 흥국생명과 보인 승부를 생각해보면 올시즌 초반 최악의 팀이 되어버린 기업은행이 첫 승의 제물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인삼공사와 경기에서 기사회생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면 페퍼스가 기업은행을 이기기는 쉽지 않지만, 반대의 경우 페퍼스는 1라운드에서 기업은행을 잡을지도 모른다.

 

페퍼스와 흥국생명은 4세트까지 경쟁을 하면서 한 세트도 쉬운 경기가 없었다. 25-23, 25-23, 25-27, 30-28에서 알 수 있듯, 흥국생명이 3-1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모든 세트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치열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두 팀의 기록을 보면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페퍼스와 흥국생명의 공격 득점은 64-64로 같았다. 공격력이 동일했다는 의미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지분이 높은 경기였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평가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블로킹 득점에서는 페퍼스가 10-6으로 앞섰다. 큰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페퍼스가 블로킹 성공이 많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전체 득점도 101-105로 근소하게 흥국생명이 앞섰고, 디그 성공 역시 80-84로 비슷했다. 두 팀의 승패를 갈라놓은 것은 범실이었다. 페퍼스가 31개 흥국생명이 21개를 범하며 승패를 갈랐다.

 

페퍼스의 범실이 조금만 적었다면 오늘 경기는 승리로 이끌 수도 있었다. 무한반복하듯 서비스 범실이 나며 쉽게 점수를 내주는 과정들은 보는 이들마저 답답하게 할 정도였다. 더욱 20점에 근접하는 순간부터 늘어나는 범실은 페퍼스의 발목을 잡았다.

 

서브 범실은 치명적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서브 범실로 손쉽게 점수를 내주는 과정들은 4세트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중요한 승부처에서 상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장면들은 아쉽게 다가왔다. 페퍼스 선수들이 팀에서 주축으로 뛰어본 적이 없는 선수들이라는 점은 노련함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처음 두 세트는 이런 노련함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20점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이런 노련함은 승패를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페퍼스는 20점에 올라가며 실수들이 많았다. 서브만이 아니라 작은 실수들이 결과적으로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기도 했었다는 점은 그래서 아쉽게 다가온다. 

 

첫 경기에서 인삼공사를 상대로 첫 세트를 따낸 후 일방적으로 졌던 페퍼스는 흥국생명과 3세트에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도 쉽게 세트를 따낼 수 있었지만, 20점 이후에 나오는 실수들이 발목을 잡았다. 보다 쉽게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잡지 못하다 보니 경기 전반이 힘들어졌다는 것이 아쉽다.

지난 경기에서 3세트에 나오지 않으며 체력을 비축시켰던 엘리자베스는 노련하게 팀을 이끌었다. 후위공격부터 온갖 공격을 도맡으며 상대를 압박했다. 세트가 더해지고, 경기가 치열해지며 엘리자베스에 대한 의존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하게 공격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엘리자베스에게 토스가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박경현이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12득점을 올리며 페퍼스의 주포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공격 점유율은 13.94%인데 비해 공격 성공률이 39.13%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박경현의 활약은 중요했다. 아포짓 포지션이지만 미들 브로커 역할도 해야 하는 하혜진 역시 50%가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9 득점을 올린 것도 반가운 일이었다. 다만 결정적 순간 서브 범실이 나오며 연이어 실점하는 상황들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오늘 경기에서 엘리자벳은 무려 43점이나 올렸다. 공격 점유율이 55.15%이나 될 정도로 공격을 주도했고, 41.76%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흥국생명 코트를 폭격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력한 공격이 나왔다는 점에서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어린 선수라는 점이 큰 체력적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다가왔다.

 

흥국생명의 핵심인 캣벨이 3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올리기는 했지만 4세트에서는 거의 강력한 공격 자체가 나오지 않은 것과도 많은 비교가 되었다. 캣벨 역시 공격 점유율 55.03로 몰빵 배구를 하며, 43.90이라는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캣벨은 자신의 이름값을 충실하게 해 줬지만, 흥국생명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김미연이었다. 13점을 올렸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 점수를 내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물론 경기를 마무리하는 터치 역시 김미연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강력한 공격력은 아니지만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간을 찾아 공격하거나 터치로 밀어내 득점을 얻어내는 과정들은 노련함 그 자체였다. 페퍼스에서는 찾기 어려운 공격을 김미연이 해줬다는 점에서 두 팀의 극명한 차이는 그의 활약이 잘 보여주었다. 

 

1라운드 현재까지 블로킹 1위인 이주아는 오늘 경기에서도 중요한 블로킹들을 해줬다. 4개의 블로킹 성공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역할도 해줬다는 점에서 이주아는 조용하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점을 올리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흥국생명에게는 중요한 자원이다.

2년 차임에도 주전 세터를 맡고 있는 박혜진은 아쉬운 토스로 어린 선수로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토스 실책들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를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박혜진은 큰 혜택을 받고 있는 중이다. 

 

흥국생명이 페퍼스를 이길 수 있는 중요한 차이는 선수 구성이었다. 비록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비슷하기는 하지만 김미연과 같은 중심을 잡아주고 결정적 순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노련한 선수가 존재하느냐 여부는 너무 중요하다. 페퍼스에게는 김미연이 없었던 것이 큰 패인이다.

 

여기에 4세트에 나와 7점을 올린 김다은의 활약은 결정적이었다. 매번 선발로 나섰던 김다은이 오늘 경기에서는 4세트에 교체 선수로 나섰다. 하지만 교체되자마자 결정적 득점을 이어가며 페퍼스의 강력한 저항을 무력화시켰다. 만약 김다은이 없었다면 5세트까지 갈 수밖에 없었고, 그건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페퍼스는 비록 첫 승에 실패했지만, 그 어느 팀도 쉽게 볼 수 없음을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잘 보여주었다.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언제든 틈이 나면 파고들어 무너트릴 수 있음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페퍼스는 흥국생명과 경기가 큰 보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수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긴박한 경기를 직접 체험해본 것은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들이 쌓이면 결국 페퍼스도 노련한 팀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비록 첫 승 기회를 놓치기는 했지만, 이번 경기는 분명 큰 의미로 다가왔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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