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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인삼공사 기업은행에 3-1승, 살아난 이소영 기업은행 5연패로 몰았다

by 스포토리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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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이 살아났다. 지난 두 경기에서 아쉬운 공격력을 보였던 이소영은 방법을 찾아냈고, 인삼공사 이적 후 가장 많은 27점을 얻으며 공격을 이끌었다. 단순히 공격만이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디그들로 팀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소영의 부활은 반갑다.

 

경기 전 가장 큰 이슈는 기업은행이 연패를 끊을 수 있느냐였다. 1라운드이기는 하지만 속절없이 무너지며 4연패를 하고 있던 기업은행은 홈경기에서 이를 끊어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런 바람과 달리, 여전히 국가대표 3인방의 부진에만 집착하는 단순함은 한계만 명확하게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 라셈이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인터뷰나 그런 방식의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치졸하고 한심한 짓일 뿐이다. 오늘 경기에서 라셈이 눈치를 보고 경기에 나서는 과정은 측은해 보일 정도다. 통상 1라운드는 적응기다. 물론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폭발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비해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뛰어난 공격력을 보인 몇 선수를 제외하면 크게 차이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은행 연패의 책임을 팀과 훈련 기간도 짧은 외국인 선수의 몫으로 돌리는 행태는 최악이다. 이 정도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들 정도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던 국내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모든 것을 다 해줘야만 하는 만능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외국인 선수가 현재의 기업은행과 함께 한다면 라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인삼공사의 옐레나 선수 역시 다른 외국인 선수와 달리, 파괴력이 높지 않다. 높이는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옐레나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 선수 혼자 뛰어나서가 아니라 팀 전체가 하나가 되었고, 양 사이드 공격이 균형을 맞추며 상대를 압박하기에 가능한 결과다.

 

1세트는 양팀에게 모두 중요했다. 앞서 이야기를 했든 기업은행은 5연패는 당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인삼공사는 외국인 선수가 빠진 현대건설에 허무하게 진 상황에 대해 아쉬워하며 연패는 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첫 세트에 임했다.

 

모두 명확한 목표와 간절함이 있었다는 점에서 두 팀의 첫 세트는 오늘 경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첫 세트에서 기업은행은 김주향의 공격이 잘 풀렸다. 그리고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며 승리 가능성을 엿보이게 만들었다.

 

김주향이 올 시즌 붙박이로 경기에 나오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리고 점점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경기를 통해 보이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경기에서도 기업은행에 돋보인 선수는 김주향이 전부였다.

 

국가대표 3인방이 다른 경기와 비교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베테랑 선수로 누구보다 한국 배구를 잘 아는 3인방이 공수를 이끌어야 기업은행은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업은행을 이끌고 버티게 해주는 것은 이들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기업은행은 김주향이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인삼공사는 확실하게 이소영 선수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았지만, 잘 맞지 않았던 세터와 호흡이 조금씩 맞아가기 시작했고 이소영 스스로도 방법들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잘 드러났다.

인삼공사가 좋아진 것은 끈끈한 조직력이다. 그전에도 디그가 좋은 팀이었지만 올 시즌 들어 이소영과 박혜민이 새롭게 들어오며 시너지 효과가 초반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인삼공사의 봄 배구 가능성을 키워주고 있어 흥미롭다.

 

칼텍스에 있으며 제대로 경기를 나오지 못했던 박혜민의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박혜민은 컵대회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시즌에 붙박이로 나오며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박혜민은 후위 공격까지 성공시키며 전방위 선수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체력적인 문제가 항상 지적 받는 부분이었는데 이적하며 많은 운동을 한 보람을 찾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여전히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박혜민의 활약으로 인해 인삼공사의 균형은 보다 완벽해졌다.

 

1세트 접전 끝에 승리는 인삼공사가 가져갔다. 25-20으로 경기를 지배한 인삼공사는 리드를 내주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흐름은 2세트에 보다 확연하게 드러났다. 초반 블로킹이 제대로 이어지며 인삼공사는 기업은행을 상대로 25-14라는 점수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세트 스코어 2-0 상황에서 인삼공사는 방심했고, 기업은행은 사력을 다했다. 2세트 중반부터 라셈을 빼더니, 기업은행은 3세트 전체를 국내 선수로만 구성했다. 미들 브로커로 옮긴 김희진을 아포짓 자리로 돌려보내는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방심한 인삼공사의 실책이 3세트 들어 많이 나오는 것과 달리, 벼랑 끝까지 밀린 기업은행은 좋아진 디그를 활용해 상대를 압박해 갔다. 그리고 좀처럼 나오지 않던 블로킹도 나오며 분위기는 기업은행이 이끌게 되었다. 이와 달리 인삼공사는 서브 범실과 잦은 실책들로 자멸하는 상황이었다.

 

20점대 이후 박혜민의 호수비와 이소영의 연속득점으로 24-23까지 추격하기는 했지만, 김주향의 블로킹으로 24점에 올라선 기업은행은 힘겹게 3세트를 잡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김주향이 가장 돋보인 기업은행이었고, 최정민 역시 컵대회 활약처럼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후 더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키와 파워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최정민을 보다 자주 출장시켜 키워야 한다. 표승주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감독의 바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신인들의 성장을 막아서도 안 될 것이다. 그 대안으로 라셈을 제외하는 선택을 했지만, 이는 차별에 가까운 모습처럼 다가온다는 점은 기업은행에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기업은행은 사력을 다해 3세트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인삼공사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3세트가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많은 실책을 범한 것과 달리, 4세트는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희진이 아포짓 자리로 갈 거라는 것에 대한 대비가 이뤄지지 못해 벌어진 결과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4세트는 달랐다.

 

초반에는 인삼공사의 실책이 자주 등장하기는 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며 줄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공수가 조화를 이루며 상대를 압도해나갔다. 17-14 상황에서 양팀의 승부는 집중되고 중요하게 전개되었다. 최정민의 서브 에이스까지 나오며 한때 18-17 한 점 차까지 추격했던 기업은행을 좌절시킨 것은 이소영이었다.

 

접점 상황에서 이소영의 연속 득점이 이어지며 19-17로 점수를 벌리며 경기는 사실상 인삼공사로 넘어갔다. 최종 스코어인 25-18이 알려주듯, 기업은행은 인삼공사를 4세트마저 잡고 5세트까지 갈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김희진이 조금씩 살아나며 16점을 올린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향과 표승주가 11점과 10점을 올렸고, 최정민이 절반만 뛰었음에도 5점을 올린 것은 그의 출전 확대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가 되었다.

 

인삼공사는 옐레나가 31점을 올렸고, 반대편에서 공격을 하는 이소영이 이적 후 최다 득점인 27점을 올리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소영은 공격 점유율이 27.54%에 불과했지만, 52.17%의 공격 성공률을 올리며 빼어난 존재감을 보였다. 

옐레나가 39.52/40.91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인 것과 함께 이소영이 압도적인 공격 성공률은 인삼공사가 1패 뒤 다시 승리를 얻는 이유가 되었다. 박혜민과 박은진이 9점과 7점을 올리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물론 박은진의 블로킹과 득점이 다른 경기에 비해 낮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경기력 측면에서 봐도 인삼공사가 기업은행을 압도했다. 3세트 방심이 부른 잦은 실책만 나오지 않았다면 기업은행은 3-0으로 패했을 경기다. 기업은행은 라셈을 경기에서 배제시키며 씁쓸함을 더했다. 문제를 오직 라셈에게서만 찾는 듯한 모습은 팀 전체에게도 좋을 수가 없다.

 

뒤늦게 감독이 라셈도 살려야 한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공허하게 다가올 뿐이다. 기업은행의 현재 전력을 보면 1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신생팀 페퍼스에게 잡힐 가능성도 높다.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잡을 수도 있는 경기를 보인 페퍼스는 전패를 해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다르다. 신생팀에서 첫승의 제물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은 이들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삼공사는 잘 준비가 된 팀이란 느낌을 받게 했다. 다른 팀과 달리 옐레나가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이소영은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왜 거액을 받고 FA로 인삼공사로 왔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현대건설의 압도적 모습과 2위 그룹인 인삼공사와 칼텍스의 경쟁, 그리고 2위 그룹을 노리는 도로공사까지 1라운드는 상위팀들이 좋은 전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1라운드에서 과연 신생팀인 페퍼스가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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