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1, 2라운드 전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이제 여자부 최다연승인 14연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인삼공사가 현대건설을 막아주길 바랐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세터 문제가 불거지며 허무하게 연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시작은 좋았지만 반복적으로 세터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니 상대를 압도하기 어렵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오늘 경기는 처음으로 선발에 변화를 줬다. 인삼공사는 박혜민을 빼고 서브가 좋은 고의정을 선발로 내며 현대건설과 경기에 임했다.
1세트 인삼공사는 작전처럼 강력한 서브와 공격으로 현대건설을 흔들었다.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건설은 불안했고, 인삼공사는 편안한 공격으로 상대를 압도해갔다. 15-9까지 앞선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올 시즌 왜 강한지 보여주기 시작했다.
인삼공사와는 첫 대결을 하는 야스민의 공격이 살아났고,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양효진의 공격마저 상대를 압도하며 승부는 손쉽게 바뀌었다. 압도적으로 경기를 앞서나가던 인삼공사는 현대건설의 역공에 밀리며 단숨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인삼공사가 4점을 올리는 동안 현대건설은 무려 14점이라 올리며 19-23로 역전에 성공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반 불안했던 상황을 선수들이 인지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경기를 하며 파악하고 성공했다는 의미다.
인삼공사는 앞선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풀어지며 현대건설의 공격에 무기력해졌다.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 현대건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몰아 붙였다. 역으로 리시브가 불안해지며 전체적으로 흔들린 인삼공사는 20-25로 무너졌다.
뒤늦게 살아난 야스민은 67% 공격 성공률로 10점을 올리며 세트를 압도했다. 2세트는 현대건설이 압도해갔다. 야스민의 공격 성공에 양효진의 서브 에이스까지 이어지며 2-5까지 앞서 나갔다. 이 상황에 박은진의 이동공격 성공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김다인 세터의 넷터치, 공격 범실, 옐레나의 공격 성공이 이어지며 6-5로 앞서 나갔다.
고의정의 서브 에이스까지 나왔고, 이소영의 공격까지 성공하며 8-6으로 리드하는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염혜선 세터의 토스가 다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인삼공사 세터가 불안해지며 리시브까지 흔들리며 자멸하고 말았다.
인삼공사가 흔들린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고예림, 정지윤, 이다현, 황민경 등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소영을 적극 활용해 상대를 압박해야 하는데 한 두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공격하기 어려운 토스가 올라오면 그 누구도 공격을 풀어가기 어렵다.
토스가 무너지면 팀 전체 발런스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고, 원래 패턴을 잃고 성급하게 공격에 나서며 범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의미다.
19-25로 2세트까지 내준 인삼공사는 다시 한번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나 싶었는데, 3세트 초반 세터를 염혜선에서 하효림으로 교체하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이소영 공격이 살아났다는 것이 주효했다.
하효림이 이소영의 공격을 살리는 토스가 올라오며 이전 세트와 다른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1, 2세트와 달리, 현대건설이 앞서가고 인삼공사가 추격하는 형태에서 20점 이후가 흥미로웠다. 이소영이 공격에 성공해 23-23 동점을 만들고, 포히트 범실까지 현대건설이 허용하며 24-23으로 앞서가자 황민경이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듀스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고의정의 공격이 성공하며 27-25로 세트를 가져간 인삼공사는 하효림으로 바꾼 후 이소영의 공격성공률이 3세트 60% 이상 올라가며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분위기상 4세트를 인삼공사가 가져갈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긴 랠리 속 인삼공사의 공격이 실패하며 아쉬움을 키웠다. 공격 과정 자체가 나쁘지 않았다. 윙 스파이크를 이용하고 중앙까지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하효림 세터는 과감하게 뒤에 쳐진 이소영을 위해 후위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 과정이 좋았다는 점에서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도 만족할 정도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풀어가려는 노력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초반 인삼공사는 공격 범실로 3 실점을 헌납하는 과정은 아쉬웠다.
전 세트를 잡으며 분위기가 올라온 상황에서 이어진 공격 범실은 4세트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뒤지던 상황에서 옐레나가 연속 서브 에이스를 잡아내며 6-6 동점을 만들고, 박은진의 공격까지 성공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 현대건설은 반격에 나섰고, 박은진의 속공도 막히며 동력이 상실되었다. 현대건설 김연견의 환상적인 디그들이 나오고, 빠르게 나온 정지윤의 강한 공격에 이은 페인트까지 성공하며 경기는 7-11까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다현이 옐레나의 공격까지 블로킹으로 잡으며 인삼공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렇게 점수차가 나는 상황에서 인삼공사는 범실만 다섯 개를 기록하며 무너졌다. 미들 브로커 출신이었던 정지윤이 리시브가 불안해진 인삼공사를 향해 다이렉트 킬을 성공시키는 장면은 양 팀의 서로 다른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양효진은 중간 중간 쉬면서 체력 안배에 나섰고 경기에 나서면 너무 가볍게 상대 코트를 휘젓는 공격으로 인삼공사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15-25라는 압도적인 점수차로 패한 인삼공사는 현대건설 12연승의 제물이 되었다.
1라운드에서는 야스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완패를 당하더니, 2라운드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모두 나선 상황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현재 전력으로 인삼공사가 현대건설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만 다시 드러낸 셈이다.
현대건설은 인삼공사 공격 루트를 철저하게 분석해 경기에서 움직이며 막아냈지만, 인삼공사는 허무하게 공격을 내주는 상황들이 많았다. 블로킹이 올라오지 않거나 혼자 블로킹을 하는 상황들이 많았다는 것은 전략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도 높이의 배구를 하지만 인삼공사 역시 높이 배구를 한다는 점에서 양 팀은 비슷하다. 하지만 양효진의 노련함을 인삼공사도 막지 못했다. 여기에 염혜선 세터가 오늘 경기에서도 무너지며 팀 전체가 무너졌다.
하효림이 3세트는 노련하게 잘해줬지만, 4세트는 부담감 때문인지 경직된 플레이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세터 둘이 모두 무너지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인삼공사는 극과 극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잘 풀리는 경기는 상대를 압도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는 허무하게 경기를 내준다. 이런 식의 경기력은 어떤 것이 인삼공사의 진짜 실력인지 알 수 없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염혜선 세터다. 이소영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와 호흡에도 지속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박은진과의 속공에서도 반복적으로 실수가 나오고 토스가 네트에 바짝 붙거나 공격수가 공격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뭘 할 수도 없는 경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옐레나 역시 공격 상황에서 그저 공을 상대로 넘기는 경우들이 많이 나왔다.
옐레나는 야스민에 이어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양효진은 역대 최초로 개인 블로킹 1300개를 기록했다.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양효진은 꾸준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양효진과 같은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 현대건설의 연승으로 이어지는 이유라는 것은 너무 자명하다.
야스민 26점, 양효진 22점으로 두 선수가 48점을 올렸다. 이것도 대단한데 양효진의 공격성공률이 무려 80.00%였다는 사실이 경악할 일이다. 미들 브로커가 이 정도 점수를 내는 것도 상식을 벗어나지만, 10개 중 8번의 공격이 성공했다는 것은 인삼공사는 양효진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 의미다.
첫 선발로 나선 고의정은 공격에서 17점을 올리며, 옐레나의 19점, 이소영의 12점과 함께 인삼공사 공격을 이끌었다. 문제는 고의정의 리시브가 문제였다. 서브가 강력하다는 점에서 선발로 나서 좋은 서브 에이스들을 보여줬지만, 리시브 불안이 이어지며 아쉬움을 키웠다.
리시브 불안으로 점수를 내주는 경우만이 아니라 고의정의 수비 과정에서 몸으로 공의 힘을 흡수하고 다음 연결이 편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변 선수들이 다급하게 달려가 연결을 이어가는 상황들이 많이 등장했다.
고의정으로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보이지만, 이런 식의 상황들은 선수 전체를 불안하게 하고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다음 플레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니 말이다. 인삼공사는 한동안 염혜선 선발이 아닌 하효림 선발로 경기에 변화를 줘야 할 듯하다. 세터가 꾸준하게 불안을 키우는 상황에서 변화가 절실한 인삼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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