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편파적인 시각으로 손흥민을 비판하는 현지 매체들로서도 이런 활약을 펼치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뉴캐슬과 경기가 끝난 후 영국 현지 매체들은 손흥민에게 평균 9점 평점을 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최고의 경기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경기 어이없게 역전패한 후 손흥민은 공개적으로 팀 전체를 비판했습니다. 수많은 기회를 잡고도 이기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자신과 모든 선수들에게 보낸 이 메시지에 엔제 감독 역시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비판적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더욱 손흥민은 지난 경기 상대에 의해 허리를 다치며 교체된 후 눈물까지 보일 정도였습니다. 경기 직전까지도 손흥민이 뉴캐슬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감독의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선발로 나왔고 경이로운 모습으로 5 연속 무승에 빠진 팀을 구해냈습니다.
엔제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히샬리송을 다시 원톱에 올리고, 손흥민을 원 포지션이었던 왼쪽 윙어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존슨을 세우고,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클루셉스키를 배치한 다이아몬드 공격 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이 선택을 평면적으로 보면 손흥민을 희생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습니다. 원톱 손으로서 맹활약한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경기에서도 상대팀은 손흥민만 막으면 된다는 전술로 중앙에 손을 에워싸는 수비 전술로 나왔습니다.
중앙이 막히면 그만큼 골을 넣을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손흥민이 공간을 만들어도 좌우측에서 제대로 볼배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 전술을 유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홀로 뛰어다녀도 골을 넣을 수 없는 조건에서는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엔제 감독은 이 전술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손흥민에게 보다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이는 손흥민이 아니면 공격 루트를 개척하고 골로 연결할 수 없다는 팀의 현실에서 나온 결과물이기도 했습니다.
31살의 나이로 윙어로 활약하는 것은 부담이 큽니다. 그만큼 많이 뛰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오늘 경기에서 보인 손흥민은 30대라는 말이 무의미함을 보여줬습니다. 왼쪽 윙어로 간 손흥민은 전 동료이자 절친인 트리피어를 지옥의 맛이 무엇인지 보여줄 정도였습니다.
경기 초반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뉴캐슬이었습니다. 8분 센터백으로 나서고 있는 데이비스의 환상적인 슬라이딩 호수비가 없었다면 허무하게 실점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위기를 넘긴 후에는 토트넘이 뉴캐슬을 지배하는 경기였습니다.
전반 5분에 토트넘도 기회를 잡기는 했습니다. 데이비스가 손에게 연결하고, 다시 클루셉스키에게 전달되었지만 골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18분 손흥민은 낮은 크로스로 발만 가져가도 골이 될 수 있는 완벽한 패스를 했지만, 히샬리송이 처리를 하지 못하며 기회를 놓쳤습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골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쉬웠습니다.
26분 토트넘 첫 골이 나왔습니다. 우도기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측면에서 수비하던 트리피어를 제치며 컷백으로 중앙으로 파고든 우도기에게 완벽한 도움을 줬습니다. 그 자리에서 살짝 발만 되어도 골이 되는 수준의 도움이었습니다.
우도기는 시즌 첫 골이자, 토트넘에서 뛴 이탈리아 선수 중 두 번째로 골을 넣은 선수가 되었습니다. 30분에는 존슨의 좋은 중앙 패스가 있었지만, 사르가 어설프게 슛을 하며 기회를 놓쳤습니다. 전문 공격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37분 오른쪽에서 올라오던 포로가 손흥민을 보고 긴 패스를 넣어줬습니다. 이를 받은 손흥민은 다시 한번 트리피어를 무기력하게 만든 파괴력으로 뚫고 컷백으로 히샬리송의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히샬리송 골 역시 우도기와 마찬가지로 건드리기만 해도 골이 되는 환상적인 도움이었습니다.
뉴캐슬의 핵심 자원 중 하나인 트리피어가 이렇게 허무하게 그것도 두번이나 같은 선수에게 뚫리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오늘 움직임은 환상적이었습니다. 토트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41분 존슨의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맞고 나갔고, 43분에는 손흥민이 드리블로 치고 올라가 좌측으로 빠져있던 클루셉스키에게 연결했고, 중앙에 있던 히샬리송까지 이어졌지만 헤더를 하지 못해 기회가 무산되며 전반은 종료되었습니다.
후반에도 토트넘의 압박은 거셌습니다. 60분 포로는 다시 기가막힌 롱패스로 진가를 보여줬습니다. 중앙에 있던 히샬리송에게 정확하게 이어진 포로의 패스는 골로 이어졌습니다. 히샬리송의 첫 번째 터치가 조금 뭉특하기는 했지만 안전하게 컨트롤하며 골로 연결했습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제외되었던 히샬리송이 부상 후유증을 덜어내고 멀티골로 살아났음을 증명했습니다. 브라질로서는 사상 최초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까지 안고 있는 상황에서 히샬리송의 득점이 살아난다는 것은 희소식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어 존슨은 전반에 이어 다시 한번 골대 불운을 맛봐야 했습니다. 정확한 슛이었지만 다시 골대를 맞고 나오며 기회를 놓친 존슨은 아쉬웠을 듯합니다. 63분에는 손흥민의 아쉬운 슛도 이어졌습니다. 충분히 골로 연결시킬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에게서는 보기 힘든 빅찬스에서 골을 못 넣는 상황이었습니다.
82분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손흥민은 수비수를 제치고 치고 들어가자 골키퍼는 다급하게 슬라이딩하며 반칙을 범하고 말았습니다. 손흥민이 골키퍼까지 제치는 상황에서 손이 발에 맞으며 토트넘의 올시즌 첫 패널티 킥이 주어졌고, 전담 키커로 손흥민이 나서 8 시즌 연속 두 자리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EPL 역사상 단 여섯명만 가지고 있었던 8 시즌 연속 두 자리 골 기록을 손흥민이 참여하며 일곱명으로 늘어났습니다. 11 시즌 연속 두 자리 골을 넣은 루니의 위대한 기록도 꿈만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손흥민이 현재 보여주는 신급의 감각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의 성실함을 이해한다면 불가능한 도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체되기 직전인 88분 손흥민은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슛을 쐈는데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나며 멀티골 기회는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교체되는 손흥민을 향해 홈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손흥민이 교체된 후 다시 수비에서 어설픈 상황이 벌어지며 실점하기는 했지만, 오늘 토트넘은 강한 압박과 숨쉴틈 없는 공격으로 상대를 완전히 K.O시켰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손흥민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영국 현지 매체들의 9점 릴레이는 너무 당연했습니다.
엔제 감독이 손흥민은 윙으로 돌린 전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른 누구도 아닌 손흥민이 증명해 줬다는 점에서도 감독으로서는 감사한 선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엔제 감독이 처음으로 특정 선수(손흥민)를 언급하며 찬사를 보낸 것 역시 그만큼 경기를 지배했기 때문입니다.
손흥민은 좌측에서 수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며, 존슨과 클루셉스키에게 패스란 어떤 것인지 직접 가르쳐줬습니다. 클루셉스키는 오늘 경기에서도 한박자, 혹은 반박자 느린 패스 타이밍으로 아쉬움을 줬습니다. 그만큼 패스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손흥민은 빠르고 완벽한 패스로 중앙에서 편하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줬습니다. 컷백의 정석이 무엇인지 전반 보여줬죠. 누군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토트넘은 우승도 불가능한 상황이 아닙니다. 손흥민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걸출한 선수가 존재한다면 상대팀에게 토트넘은 지옥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8 시즌 연속 두 자리 골을 넣은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 그는 두 개의 도움으로 그동안 에릭센이 가지고 있던 토트넘 최다 도움 기록도 갈아치웠습니다. 토트넘 통산 83개의 도움으로 이제 손흥민이 경기에 나서면 기록이 새롭게 경신됩니다.
어쩌면 올시즌 100골, 100 어시스트라는 위대한 기록을 볼 수도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올시즌이 힘들더라도 다음 시즌에는 이 기록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분명 리빙 레전드가 맞습니다. 엔제 감독의 전술을 완벽하게 이해하며, 실제 가능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점에서도 그의 존재 가치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팀의 핵심 자원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팀을 5위에 위치하도록 만든 것 역시 손흥민입니다. 주사까지 맞으며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자신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무자비한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엔제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했듯, 경기 초반 손흥민의 그 압도적인 모습은 함께 뛰는 선수들을 독려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존슨의 플레이를 보면 손흥민을 따라 하며 배우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모든 선수들이 주장인 손흥민에 동화되어 미칠 듯이 뛰는 경기를 보였습니다.
토트넘이 가장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경기를 했다는 평가에 모두가 동의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운만 좋았다면 다섯 골 이상도 넣을 수 있었던 오늘 경기는 중요했습니다. 아스날이 다시 패하며 올시즌 우승 경쟁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12월 남은 4경기 모두 집중해 승리를 해야만 합니다.
아시안컵 차출로 1월에는 경기를 뛸 수 없는 손흥민을 생각해보면 뉴캐슬 전에서 보인 경기력은 고무적입니다. 이 상태로 남은 4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우승 경쟁은 다시 해볼 만한 상황이 됩니다. 비록 손흥민이 한 달에서 최대 한 달 반 정도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변수가 될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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