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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Baseball/한국 프로야구

오승환 세계 신기록 보다 패배한 윤석민이 아름다웠다

by 스포토리 201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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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오승환이라는 이름으로 정리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선두 경쟁이라는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최연소, 최소이닝 200 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의 업적은 팀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고 찬사를 보낼 수밖에는 없는 업적입니다.

삼성 승리보다 돋보였던 오승환의 세계 신기록



믿었던 윤석민을 내보내고도 패하게 되면 답이 없다는 이야기 밖에는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지난 SK와의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삼성과의 중요한 경기에서도 윤석민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최형우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으며 분위기를 압도하지 못한 채 패하고 말았습니다.


윤석민과 윤성환의 에이스 대결, 윤성환이 웃었다

윤석민으로서는 최형우에게 맞은 연타석 홈런을 평생 잊을 수 없을 듯합니다. 프로 데뷔 후 한 타자에게 연속으로 홈런을 맞은 기억이 없었던 그로서는 상상이상으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습니다. 승패를 떠난다면 오늘 경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기였습니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한국 시리즈 결승을 보는 듯한 그들의 경기는 흥미롭게 전개되었기 때문이지요. 기아나 삼성 모두 금요일 첫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팀 모두 최고라고 불리는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렸고 그들의 대결은 시작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시작은 기아가 앞서나갔습니다. 이용규가 3루 땅볼로 아웃되었지만 최근 경기에서 좋은 경기 감각을 보여주었던 신종길이 선발로 나서 윤성환을 흔드는 기습 번트로 살아나가더니,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기아에게 기회를 안겨주었습니다.

김원섭의 적시타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1사 2, 3루 상황을 만든 기아는 4번 타자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서 대량 득점을 기대했지만 유격수 땅볼로 첫 득점을 올린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4번 타자 자리를 김주형에서 경기 직전 나지완으로 교체를 했다고 했지만 여전히 나지완은 4번 타석에 대한 부담을 버리지 못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윤성환과는 달리, 윤석민은 1회 간단히 삼자범퇴로 잡아냈지만 2회 선두 타자인 최형우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19개 홈런에서 멈춘 뒤 힘겨워하던 최형우가 최고의 투수라는 윤석민을 상대로 20호 홈런을 때렸다는 사실은 본인이나 삼성에게는 행복한 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수들과 달리, 타자들이 후반기 들며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중심 타자인 최형우의 홈런포가 터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아도 강팀이라는 이유는 실점한 후 바로 다음 이닝인 3회에서 선두 타자 이현곤이 안타를 치고 이용규의 1루 땅볼을 채태인이 실책을 하며 주자를 모두 살려둔 채 3번 김원섭이 적시타를 치며 2-1로 앞서나가는 기아는 강했습니다. 

4회 1사 후 최형우에게 다시 홈런을 맞으며 2회와는 달리,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볼넷, 안타, 사구까지 내주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는 것은 윤석민의 힘이었습니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자 기아는 다시 한 번 반격을 했습니다. 신종길이 1사 후 윤성환을 상대로 시원한 홈런을 터트리며 다시 3-2로 앞서가며 박빙의 승부를 이끌어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6회였습니다. 선두 타자인 채태인의 1루 땅볼을 김주형이 실수를 하면서 살려주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시작되었습니다. 조영훈의 유격수 땅볼마저도 무리하게 2루 송구를 하며 주자 모두를 살려주며 투아웃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무사 1, 2루가 되며 윤석민을 힘겹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신명철이 번트를 대고 1사 2, 3루 상황에서 대타 진갑용을 내세웠지만 윤석민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를 만들며 대량 실점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노련한 윤석민은 신인 정형식을 상대로 2루 땅볼을 이끌었고 홈에서 아웃을 시키기는 했지만 1루에서 세이프가 되며 아쉬움을 곱씹어야만 했습니다. 

윤석민에게 앞선 세 타석에서 삼진 두개와 땅볼 아웃을 당했던 김상수는 높게 제구 된 실투를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만들어내며 절대 강자 윤석민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리고 말았습니다. 점수는 3-5까지 벌어지고 꼭 이겨야만 했던 윤석민이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서며 기아는 더 이상 반격을 하지도 못하고 삼성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운도 삼성에게 많았던 이 경기에서 결정적인 역전타인 김상수의 공은 라인 위에 맞으며 행운의 안타가 되는 상황은 삼성에게는 환호를 기아에게는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역전을 한 삼성은 곧바로 권력과 안지만이라는 필승 계투조를 마운드에 올렸고 6-3으로 앞선 8회 2사 후 세이브 상황이 되는 네 타자를 남긴 상황에서 끝판왕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라 네 타자를 상대로 삼진 두 개와 땅볼 두 개로 가볍게 마무리하며 세계 최연소, 최소 경기 200 세이브라는 위업을 이룩해냈습니다. 

29살 오승환은 334게임에 나서 200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묵직한 공은 여전히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로서는 최서 2, 3년은 현재의 전성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그의 페이스로 볼 때 2년 후 정도에는 최연소 300 세이브 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웠던 것은 기아가 윤석민을 내보내고도 패배했다는 점입니다. 더욱 안 좋았던 것은 삼성의 중심 타자인 최형우에게 연속 홈런을 내주며 남은 두 경기에서 살아난 그를 상대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6회 수비에서 연속으로 이어진 수비 실책으로 윤석민이 무너져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에이스를 위해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는 기아 선수들의 투지는 좋았지만 너무 긴장하는 경기는 이렇게 실수가 연속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절실함이 어느 정도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부여하기도 하지만 이런 긴장이 계속 이어지면 이런 실수들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어제 경기에서 호수비를 펼쳤던 김주형이 서두르며 실수를 하는 과정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긴장으로 실수를 하는 장면은 연타석 홈런으로 힘겨워했던 윤석민의 힘을 빼기에 충분한 장면이었지요.  

윤석민은 5와 2/3이닝 동안 111개의 투구로 7안타, 4사사구, 6삼진, 5실점, 2자책으로 시즌 4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기록에서도 나왔듯 의외로 사사구와 안타가 많았다는 점은 윤석민의 공이 정상이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그럼에도 여섯 개의 삼진을 잡으며 2자책만을 허용했다는 점은 역시 에이스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4회 현재윤에게 사구를 준 이후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아웃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현재윤의 등에 맞는 사구를 내준 윤석민은 홈 플레이트까지 내려와 직접 사과하는 모습은 특급 투수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윤석민의 모습은 6회 연속으로 실책을 하며 대량 실점을 하고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려가는 순간에도 빛났습니다. 김주형과 선수들에게 괜찮다며 응원을 보내며 내려서는 윤석민은 역시 기아의 에이스였습니다. 자신이 꼭 잡아야 하는 경기를 잡지 못해 누구보다 안타깝고 분했을 윤석민이 대범하게 남은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모습은 그저 실력만이 아닌 정신력에서도 팀의 에이스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져서는 안 되는 경기를 지기는 했지만 실망할 이유는 없습니다. 6회 무너지기 전까지 기아는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점을 한 후 곧바로 추격을 하는 기아의 모습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 패배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기아에게는 여전히 희망을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줄 부상으로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팀 전원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긍정적이었고 에이스 윤석민이 패배를 앞둔 상황에서도 화를 내기보다 팀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 기아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재응과 배영수가 맞붙는 토요일 경기에서는 기아가 승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 일요일 경기에서도 기아는 삼성을 누르고 위닝 시리즈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비록 전력적인 측면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가 이어진다면 기아는 영원한 강자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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