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수준과 미래 가치를 보여준 전북과 울산의 경기가 답이다
전북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은 극적이고 흥미로웠습니다. 한동안 지키는 축구로 지루한 수비 축구가 지배하던 K리그에 폭풍처럼 다가온 전북 현대 모터스의 닥공 축구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키며 이기는 축구가 아니라 지더라도 공격하는 그들의 축구는 아름답고 흥분되고 행복했습니다.
패널티 킥이 남발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양 팀 모두 공격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잠시도 멈추지 않고 벌이는 공격 축구는 현장에 모인 3만 여명이 훌쩍 넘는 관중들뿐 아니라 중계방송을 본 많은 축구팬들 모두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닥공 전북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것은 2011 시즌 대한민국 프로축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존폐 위기까지 몰렸었기 때문입니다. 관련된 선수들이 연이어 자살을 하고 국가대표 출신 유명 선수들까지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축구에 대한 배신감은 분노 수준을 넘어설 정도였습니다. 상황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축협은 팬들의 십자포화를 맞았고 관련 선수들 역시 축구와는 완벽하게 담을 쌓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는 축구입니다. 물론 야구가 국내 스포츠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외국의 리그가 국내에 소개되고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면서 국내 리그에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수가 급격하게 줄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더욱 비교되는 실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다가왔고 그 간극을 넘어서기 힘든 상황에서 오직 승리만을 위한 승부는 지루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구가 아닌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프로축구는 그렇게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올 해 300만 시대를 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평균 관객 수가 10, 709명으로 2008 시즌 1,642명 보다 줄었다는 사실은 우려스럽습니다. 평균 관객 수가 늘어나며 많은 이들이 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이 강구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획기적이면서 확실한 방법은 전북 현대 모터스가 보여준 공격 축구입니다. 물론 무조건 공격만 한다고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공격 위주의 축구를 하게 된다면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자주 축구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전용구장에서 축구를 보는 맛은 남다릅니다. 월드컵으로 인해 세계적인 구장들을 가지고 있는 한국 추구의 묘미는 바로 현장에서 축구를 보는 것이겠지요.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축구 경기는 거친 숨소리가 바로 들릴 정도입니다. 여기에 그들이 흘리는 땀까지 전해질 정도로 축구장을 휘감는 분위기는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되어 응원을 하는 모습은 야구장과는 또 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팬들에게 전해질 때 최고조가 되고 그런 기분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하지만 수비 위주의 이기기만 하는 경기의 경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합니다. 차라리 집에서 편안하게 관람하는 것보다 못한 경기장 나들이는 자연스럽게 다음번 경기장 나들이를 주춤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동네 축구나 야구 수준이어서는 안 됩니다. 입장료를 받고 경기를 하는 만큼 그들은 자신들을 보러와 준 팬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의무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EPL이나 라리가, 세리에 아, 분데스리가 등의 경기들에 빠져드는 이유는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정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여 있는 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플레이 수준이 최고라는 점도 한 몫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은 따라갈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전북과 울산의 결정전 마지막 경기가 흥미롭고 행복했던 이유는 이런 축구 본연의 재미를 완벽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 축구를 하는 두 팀의 경기는 프로 구단들이 어떤 경기를 지향해야만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2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열정적으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응원을 하는 모습까지가 모두 축구입니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하나가 되어 열광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나누는 그 모든 과정이 축구라고 봤을 때 이번 경기는 비로소 축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따라 승패에 민감할 수밖에는 없겠지만 두 팀을 응원하지 않더라도 오늘 보여준 경기는 그저 축구이기에 흥분되고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웬만한 유럽 축구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는 다이내믹한 경기는 충분히 축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습니다. 결승골이 된 루이스의 골은 그 어떤 슈퍼스타의 골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수비수들을 제치며 노련하게 차 넣은 루이스의 골은 왜 많은 이들이 흥분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루이스의 멋진 골과 함께 끊임없이 상대의 허점을 찾고 기회가 왔을 때 흔들림 없이 골을 넣기 위해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은 한국 프로축구의 미래를 밝게 만들었습니다. 관중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행복해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은 지향 점들이 수비 위주의 승점 챙기기 경기가 아니라 화끈한 축구를 통해 관중들과 함께 즐기는 축구를 해야만 한다는 교훈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AFC 결승에서 아쉽게 지며 준우승에 머물기는 했지만 전북 축구가 보여준 파워와 재미는 한국 축구가 지향해야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축구관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직 국가대표 축구에만 지원하고 관심가지는 한국의 축구상황을 보며 국가대표 경기만이 아니라 자기 고장, 자기 동네 축구에도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그는 K리그 없이 국가대표도 없다며 보다 많은 협회의 지원과 팬들의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저 누군가의 도움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사랑하는 축구팀으로 만드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닥공축구'였고 그의 축구가 바로 한국 프로리그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그와 선수들은 경기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전북 현대 모터스는 봉동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클럽 하우스를 짓고 있습니다. 전북 축구를 세계 최고의 클럽 축구팀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은 이렇게 선수, 감독, 프런트에 구단까지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만 합니다. 전북 현대는 최강희 감독에게 2015년까지 감독직을 연장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팬들이 사랑하는 축구를 지향하는 최강희 감독이 '봉동이장'으로서 그의 '닥공축구'가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서고 세계 클럽들과도 겨룰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전략 전술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그저 승점을 올리기 위한 수비 위주의 축구로는 절대 프로 축구 시장 확대와 관심을 확대시킬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300만 시대를 넘어 프로야구처럼 700만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우선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가장 행복한 축구를 보여준 전북과 울산 모두에게 박수로 응원을 대신합니다. 2012 시즌 더욱 열정적인 모습으로 좀 더 늘어난 팬들과 함께 하는 K리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스포탈코리아 사진 인용, 전북 현대 모터스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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