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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occer/유럽리그

킹 앙리의 화려한 재림, 그리고 박주영의 어두운 현실

by 스포토리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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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가 왜 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맨유가 스콜스를 불러들였듯 아스날은 앙리를 초대했습니다. 아스날이 가장 화려한 시절 그 중심에 자리했던 킹 앙리의 등장은 무너져가던 아스날에 슬퍼했던 팬들에게는 열광 그 자체였습니다.

킹 앙리의 재림은 박주영에게는 어둠의 순간이었다




FA 컵 64강 전 후반 구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름 아닌 킹 앙리가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선 순간이었습니다. 2007년 아스날을 떠난 이후 무려 5년 만에 다시 아스날을 찾은 앙리는 왜 그가 레전드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며 왕의 귀환에 환호했습니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벌인 64강전은 아스날의 일방적인 경기였습니다. 시작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아스날의 적극적인 공격이 이어졌지만 마지막 한 방이 아쉬웠던 아스날에게는 킹 앙리가 있었습니다. 샤막과 아르샤빈, 그리고 챔벌레인이 최전방을 책임진 아스날에게 박주영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출전이 점쳐졌던 샤막이 출전 포기를 하면서 갑자기 공격 자원이 풍성해진 아스날은 반 페르시, 앙리, 샤막, 아르사빈, 챔벌레인, 박주영 등이 경기 출전이 가능한 상황은 고무적입니다. 문제는 반 페르시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공격 자원이 부족했던 아스날에게 앙리의 단기 임대는 단순한 실력만이 아닌 다시 강팀이 되고자 하는 아스날의 염원을 담았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에머리히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앙리가 후반 교체되면서 보여준 환호는 몰락해가는 명가를 재건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앙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더욱 가장 화려한 시절 그 중심에서 아스날을 최고의 자리에 올렸던 왕의 귀환에 열광하는 것 역시 다시 한 번 아스날 전성시대를 열어주기를 고대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박주영의 선발 출전이 가능한 경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리그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챔스리그는 언감생심이 되었고 현재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가 FA 컵 하위 리그 팀과의 경기였습니다. 상위 리그로 올라갈수록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게 그만큼 출전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박주영에게는 이번 64강전이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2012년 1월부터는 박주영이 출전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뱅거 감독의 말은 그저 허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출전이 예고된 샤막과 아직 확정되지 않았던 앙리 단기 임대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 나온 이야기였음이 이번 64강전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뱅거는 샤막과 챔벌레인을 내세웠고 후반 앙리와 월콧을 교체 출전시키며 박주영에게는 더 이상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챔벌레인이 그나마 시작부터 교체되는 시점까지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과 달리, 샤막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미 출전은 아쉽기만 합니다.

샤막과 박주영 둘 중 하나에게 주어질 이번 기회에서 만약 박주영이 출전했다면? 그리고 그가 감독과 팬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면? 박주영의 2012년은 화려한 시작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뱅거의 전략 속에는 박주영은 존재하지 않았고 샤막의 한계는 앙리를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앙리는 자신의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며 공격자원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완벽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리즈를 압도하며 몰아붙이기는 했지만 마지막 한 방이 부족했던 아스날의 모습은 올 시즌 내내 반 페르시 없는 아스날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반 페르시를 제외하고는 믿을 수 있는 공격자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앙리의 골은 단비와 다름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며 골로 연결하는 앙리의 모습은 그가 왜 '킹'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킹 앙리의 화려한 복귀로 인해 아스날은 반 페르시와 앙리라는 절대 강자를 거느린 존재가 되었습니다. 비록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고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앙리의 복귀는 아스날 전력 상승에 절대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더욱 리그, 챔스리그, FA 컵 등 많은 경기들을 치려야 하는 팀 사정을 생각해봤을 때 앙리의 복귀는 뱅거의 답답함을 풀어줄 마법사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홈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 역시 앙리의 귀환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며 환호함으로서 등을 돌리던 팬들을 다시 구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합니다. 문제는 앙리의 화려한 복귀 뒤에는 어두운 박주영의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샤막이나 박주영이나 비슷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샤막은 자신의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던 만큼 박주영보다는 높은 존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박주영의 상대가 샤막이 아닌 챔벌레인이라 해도 대결이 쉽지는 않습니다. 

거액을 들여 영입한 영건에 대한 아스날과 뱅거의 기대가 높다는 점에서 박주영과 챔벌레인을 두고 선택권을 쥔 감독의 선택은 챔벌레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더욱 리저브 팀에서 가진 경기에서 혹평을 받은 것 역시 박주영에게는 암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스날 코치진들이 박주영의 수동적인 훈련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박주영을 옥죄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신이 꿈꾸었던 아스날에 입단하며 9번이라는 번호를 부여 받으며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주어진 몇 번 안 되는 기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그에게 아스날은 무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1순위 판 페르시에 2순위 앙리, 3순위 샤막, 4순위 챔벌레인으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 과연 박주영은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칼링컵 3경기 출전, 8번의 슈팅에 1골이 전부인 박주영에게 '킹 앙리'의 복귀는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기에 꾸준하게 출전하고 이를 통해 EPL에 적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우승에 도전하는 아스날에서 박주영은 그런 기회를 받기는 점점 힘들어 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국가대표 최전방 공격수로서 중요한 월드컵 출전권을 위해 중요한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뛸 수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아스날이 아니라면 임대라도 가서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국가대표 팀에도 커다란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스날의 뱅거 감독의 선택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아스날에서 더 이상 박주영의 자리가 없다면 빠른 시간 안에 그를 임대 보내야만 할 것입니다. 그에게는 필요 없는 선수일지 모르지만 한국 국가대표 팀에게는 절대적인 자원이라는 점에서 이런 식으로 경기 출전도 하지 못한 채 멘탈마저 무너지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름답기까지 했던 앙리의 복귀 골에 탄성이 나오면서도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킹 앙리'의 복귀로 인해 박주영의 출전은 그 만큼 힘겨워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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